북한군 병사가 남한으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총 4발을 맞고 사경을 헤매다 이국종 교수의 수술과 치료로 살아났다. 그 과정에서 이국종 교수는 탈북 병사의 손상된 내장이 인분과 기생충으로 범벅이었고 옥수수 알갱이가 있음을 온 세상에 알렸다. 언론은 북한 병사의 몸속 형편을 실감나게 보도했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탈북 병사의 몸속을 온 세상에 드러낸 것에 대해서 “(북한 병사가) 사경을 헤매는 동안 남쪽에서 치료받는 동안 몸 안의 기생충과 내장의 분변, 위장의 옥수수까지 다 공개되어 또 인격의 테러를 당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서 이국종 교수는 JTBC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하면서 귀순병사 의료정보를 공개한 데 대해 “형사처벌 받을 것이 있다면 주치의인 내가 책임지겠다. 자부심과 명예로 버티고 있는데 개인정보를 판다는 비난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국민의 알 권리와 정부 기관의 입장, 그리고 환자의 권리가 부딪히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한 국가의 민주주의 수준은 국가가 국가의 주인인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달려 있다. 국민 한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와 예의가 그 국가의 민주주의 수준을 말해준다. 오늘 환자로서 탈북 병사의 인권은 철저히 무시되거나 외면당하는 것 같다. 탈북 병사로서 그가 특수한 처지에 있고 국가와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고 해도 그의 살아 있는 몸은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한다.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은 엄격히 구분되어야 하고 사적 영역은 침해되지 않아야 한다. 그가 설사 간첩이라고 해도 사적 영역으로서 그의 몸은 존중되고 보호되어야 한다. 그의 인격과 몸을 함께 존중하고 배려하고 보호할 수 있을 때 국민의 인권과 존엄은 지켜질 수 있다.
만일 내가 탈북 병사였다면 나의 내밀하고 부끄러운 몸속 상태와 정보가 온 세상에 널리 공개되는 것을 나는 분명히 싫어했을 것이다. 탈북 병사의 몸속 상태에 대한 의료정보는 국가와 국민의 알권리에 속하지 않는다. 탈북 병사의 몸속 상태에 대한 의학적 정보는 당사자와 치료하는 의사만 알고 있어도 된다. 사람의 몸과 맘과 얼을 함부로 드려다 보려는 것은 옳은 짓이 아니다. 사람의 내면은 하나님(하늘)의 거룩한 능력과 뜻이 깃든 곳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연생명과 인류역사와 신적 생명의 씨알이다. 한 사람 한 사람 속에 나라가 있고 우주가 있다. 한 사람 속에 생명진화의 역사가 있고 인류역사가 있다. 민주사회를 이루려면 한 사람의 몸, 맘, 얼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연습과 훈련을 해야 하며, 한 사람에 대한 배려와 예의를 지킬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