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마족몬스터> 5
"지금 이게 무슨 짓이죠?"
"......"
"대체 뭐하시는 겁니까? 아무리 패망했다고는 하지만 황후님은 황후님이십......"
"얘는 뭐야? 되게 땍땍거리네?"
"......"
말을 하던 여자의 이마에 힘줄이 솟았다. 옆에서 보고 웃던 민트는 사태를 재빨리 수습했다.
"그만, 샤이. 라이샤, 너도 그만해."
민트의 말을 들은 샤이라 불린 자가 더욱 발끈하며 말했다.
"어째서, 어째서! 민트님은 저런 자에게 경어를 사용하시는 겁니까!"
"저런 자?"
이번엔 라이샤의 이마에서 힘줄이 솟았다.
"저런 자라는 게 무얼 뜻하는 거지?"
"무엇이긴 무엇입니까. 당연히 당신같이 추한꼴을 황후님에게 꼬리치는 바보같은 족속을 말하는 거지요."
라이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그리고 그의 몸에 마나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민트는 라이샤의 몸에서
이상한 기운이 풍기기 시작하자 말했다.
"그만하라니까, 샤이. 그리고 라이샤, 이정도로 화를 내서 되겠어?"
"민트님!"
"이정도....... 후...... 내가 잠시 흥분했었군."
자신의 검은 머리를 멋있게 넘기며 말하는 라이샤. 그 모습을 본 샤이가 더욱 콧방귀를 뀌면서 말했다.
"흥! 웃기고 있네......"
"샤이!"
민트는 결국엔 화를 내었다. 민트가 화를 내자 샤이는 안절부절 하지 못하였다.
"그만하라고 했잖니!"
"죄, 죄송합니다......"
고개까지 숙이며 사과하는 샤이의 모습을 본 라이샤가 고개를 뒤로 돌려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 마치 잘되었
다는 듯이 비웃는 것 같았다.
"그리고 라이샤......"
다시 부드러운 목소리가 된 민트. 그녀는 라이샤를 바라보았다.
"어쩐 일로...... 날 찾은 거지?"
"......충분히...... 알거라고 생각하는데?"
"......"
장난스럽게 웃으며 바보스런 모습을 보이던 라이샤가 갑자기 진지해지자 샤이는 몸을 살짝 빼냈다. 저기 있
어서 들은 이야기는 자신에게 득이 될것같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난 네가 걱정되어서 여기까지 온거지. 하지만 네가 이런 곳에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어."
"......"
라이샤가 말하는 이곳...... 바로 커크리스 산이었다. 라이샤는 발길 닿는 데로 가다가 결국 이곳 커크리스 산
에 도착했는데 이곳에서 샤이란 저 시녀를 만났다. 그녀를 본 라이샤는 대뜸 민트의 이름을 대며 물었고 샤이
는 발끈하며 민트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지 말라고 하였다. 라이샤는 이곳에 민트가 있음을 알고 샤이를 뒤
를 따라 이곳에 온것이었다.
민트는 작은 동굴에 있었다. 드워프가 들어가서 파놓은 곳인듯 크기도 매우 작았다. 민트는 그곳에 앉아 있었
는데 미소를 짓고 있었다. 라이샤가 들어오면서 부터 짓고 있던 미소를 아직 짓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민트의
얼굴에선 미소를 찾을 수 없었다.
"......내...... 남편이 죽고...... 난 저 샤이만 데리고 여기저기 다녔지...... 아니, 데리고 온게 아니라 내가 끌려다닌
건가......"
"......"
"쟤는...... 옛날부터 자이드라의 시녀를 하던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자이드라가 망하는것을 보고도 나를 도와주었어. 좋은 얘야......"
"민트......"
"응? 왜? ......어? 왜 이런게 떨어지지?"
민트는 작은 두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쌌다. 하지만 넘처오르는 눈물을 다 막을 수는 없었다. 라이샤는 민트
를 안아주어 위로해 주어야 하나 아님 이대로 보고 있어야 하나 하고 고민을 하며 안절부절 못하였다. 한참
흐느끼던 민트가 입을 열었다.
"......라이샤."
"으, 응?"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
라이샤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흐느끼는 민트를 바라만 보았다.
"후아, 후아......"
샤이는 숨을 골랐다. 너무나도 놀랐다. 황후인 민트가 저 남자에게 저런 호감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샤이는 처음 라이샤를 보았을때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깨엔 거대한 검을 메고, 걸음걸이도 껄렁껄렁한
깡패의 걸음거리에 하는 말은 겨우 깡패를 벗어난 수준이었다. 그런 그가 신성하기까지 한 자이드라의 왕궁에
있었으니 조상 대대로 자이드라를 모셔온 집안의 그녀로써는 그가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방금 그녀는 전(前) 자이드라 황후인 민트가 하는 말을 듣고 알 수 있었다. 그 둘은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왜 저 남자 패거리가 오고 이코 자이드라 13세의 침실에 술병이 많이 들어갔는지를 알 수 있었다.
"허억...... 허억......"
민트의 말을 들은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생각에 마구 뛰었다. 그래서 지금은 민트가 있던 동굴과는 매우 떨
어져 있었다. 자신의 옆에 있던 풀을 보던 샤이가 겨우 숨을 다 골라갈때쯤......
콰앙
무언가가 터지는 소리가 났다. 샤이는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민트의 동굴이 있어보이는 곳에 연기가
나고 있었다. 샤이는 또 다시 뛰어가기 시작했다. 풀에 자신의 살이 베여도 빨리 뛰어갔다. 매우 불길한 예감
이 들었기 때문이다.
샤이는 자신의 눈에 들어온 영상을 믿을 수 없었다. 라이샤가 모자를 푹 눌러 쓴체 한 손은 동굴을 향한 채
있었기 때문이었다. 샤이는 제자리에 주저 앉고 말았다.
"어, 어떻게......"
"......"
"어떻게 당신이!"
샤이는 분노에 찬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라이샤는 여전히 모자를 푹 눌러쓴 채 말했다.
"......선택해라."
"어떻게 당신이...... 당신이 민트님을 죽일 수 있는거에요! 왜! 왜! 왜!"
"나랑 갈지, 아니면 너 혼자 있을지."
"난 당신같은 살인자와는 같이 하고 싶지 않아요!"
"선택은 네가 했다. 내가 강요한 것이 아니다."
"왜! 왜! 왜 당신이 민트님을...... 민트님을......"
샤이는 결국 자신의 감정을 제어하지 못한체 울고 말았다. 라이샤는 말없이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뒤를 돌아 가버렸다. 샤이는 가는 라이샤를 향해 계속해서 울부짖었다.
"왜! 왜! 왜 그런거에요!"
콰르릉
비가 내렸다. 마치 누군가가 슬퍼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주 처량한 비였다.
가만히 명상을 하던 카이젤이 눈을 떴다.
"또 한명의 동료가 곧 도착하겠군요."
카이젤의 얼굴엔 사악한 웃음만이 떠올랐다.
"어? 비가 오네?"
"이잉~~~~~! 비는 싫어!"
린화는 마이샤의 옷자락을 잡으며 말했다. 마이샤는 자신이 쓰고 있던 모자를 린화에게 씌워주며 웃었다. 하
지만 그의 얼굴에선 곧 웃음이 사라졌다.
이 비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이샤는 가만히 고개를 돌려 커크리스 산을 향해 말했다.
"형......"
"응? 마이샤?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마이샤는 고개를 돌려 린화를 보고 웃어주었다.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던 그녀는 곧 웃음지으며 마이
샤의 옆에 꼭 붙었다. 마이샤는 자신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지우기 위해 비를 맞았다. 하지만 그의 눈에선 눈
물이 그치지 않았다.
"우웅...... 마이샤, 이제 다 와 가는 거야?"
"음...... 이제 곧 도착할 거 같은데?"
"이잉...... 내 꼴이 이게 뭐람......"
린화는 투덜거렸다. 마이샤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웃었다. 그 모습이 자신이 알던 그 누구와 닮았기 때문이었다.
그 '비'가 내린지 며칠이 지났다. 마이샤는 일일이 날짜를 세며 움직이지 않았기에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마이샤는 다시 고개를 돌려 어떤 방향을 바라보았다. 마이샤는 한동안 그윽한 눈으로 그 방향을 바라보았다.
"응? 마이샤? 왜 그래?"
"......"
"마이샤?"
"......"
"마이샤~!"
"......"
"마이샤!"
"우악!"
마이샤는 고함을 지르며 뒤로 주춤거렸다. 린화가 대뜸 자신의 살을 꼬집었기 때문이다. 린화는 분노에 부글부글(?) 타오르는 눈으로 말했다.
"뭐야! 린화가 불러도 답도 안하고!"
"아, 미안...... 무슨 생각을 좀 하느라고......"
"흥! 린화까지 무시하면서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거야?"
"그냥...... 좀......"
린화가 갑자기 고양이 눈을 하며 마이샤를 바라보고 말했다.
"요즘 마이샤 이상해~에?"
마이샤는 움찔거렸다. 린화가 고양이 눈을 할때는 매우 화가 났을 때 하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뭐, 뭐가......"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질 행동은......
"우아악!"
"대체 뭐얏! 뭐냐구! 다른 여자라도 생각하는 거얏!"
"우앗! 그, 그만! 우앗!"
천하의 마이샤도 지금만큼은 어찌하지 못하리라...... 린화의 꼬집기는 왠만한 맷집이 잇는 퉁가리조차 견뎌내
지 못했다. 그런 꼬집힘 연속타는 마이샤에게는 엄청난 타격이 되었으리라......
마이샤는 계속 괴성을 지르며 민트의 손을 막으려 했지만 민트의 손은 날렵한 고양이처럼 마이샤의 손을 피
해 요리조리 꼬집었다. 마이샤는 결국 견디지 못하고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그만 린화!"
"왜 린화를 무시하는 거얏!"
린화의 목소리에 많은 새들이 푸드덕 날아올랐다. 마이샤는 그녀의 괴성에 귀를 막으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
다. 그러자 린화가 더욱 분노에 떨며 말했다.
"이젠...... 린화의 목소리도 듣기 싫은거구나...... 마이샤~아!"
"아, 아니. 그, 그게......"
"하하하하하핫!"
굉장히 놀라며 달려가던 마이샤는 갑자기 들려온 웃음소리에 온몸이 경직되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경직이
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많이 들어오던 것이었다. 마이샤는 돌이 되어버린 듯한 목을 억지로 움직여 목소리
의 주인공을 바라보았다. 그 주인공은......
"아빠!"
린화가 매우 반가운 얼굴을 하며 수엽이 덥수룩하게 난 사내에게 매달렸다.
그 사내의 어깨엔 곡괭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