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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문 >
56개 영연방 국가로 구성되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리던, 대영제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서거했습니다.
제가 태어난 2주일 후에 26세로 왕위에 올라, 제가 70살이 되도록 자리를 지키다가, 코로나 후유증으로 96세에 별세했습니다.
여왕과 75년을 해로한 덴마크의 왕자였던 부군 필립 공도 불과 5개월 전에 먼저 영면했고요.
한국에도 방문했던 인자한 모습의 여왕 서거에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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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제가 2016년에 웹 소설 플랫폼 ‘문피아’에 연재했던 영국 관련 판타지 대체 역사 소설을 전재하려던 계획이어서, 오늘부터 열두 번, 매주 금요일에 올리겠습니다.
(과거 대영제국이 저지른 비신사적인 행각을 비난하고, 현 영국을 타도하려는 글임을 미리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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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영국 신사
“아, 참. 대도정밀에서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도 사업추진 하겠다는 것 같던데, 무슨 얘기 없었냐?”
굼뜬 문도가 또 이제야 기억이 나는지 뜬금없는 소리를 한다.
“응, 그러잖아도 전창배부장한테서 연락은 왔었어. 전략실 구본무본부장을 영입한 이유도 그 분이 L그룹 패밀리와 친척이고, 그룹 계열사 G케미컬에 근무했던 때문이라고 하더구먼. 그래서 우리 배터리를 G케미컬을 통해서 미국 전기자동차 메이커 `테슬라`에 납품해볼까 하는 모양이야.”
“그래? 그럼 잘된 건데, 왜? 무슨 문제라도 있냐?”
“우리 제품만 좋다고 당장 사다 쓰는 건 아니잖아. 테슬라는 기존에 일본 `파나소닉`사 제품을 사용했거든. 파나소닉 배터리는 원통형이고, 우리나 국내 S그룹 계열사 SDI 제품은 사각형 타입이야. 배터리를 사용하려면 자동차 디자인 단계부터 적용해야 되니까, 하루아침에 대체가 되는 건 아니지.”
“아, 그렇구나! 그럼 L그룹 G케미컬이 대기업이니까, 미국 테슬라사에 납품할 가능성은 남아 있는 거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대도정밀 직원이나 마찬가지가 된 문도가 이제는 대도정밀 입장에서 챙기고 있다.
“음.. 상황이 그렇지가 못해! 아마, 테슬라에 납품은 G케미칼 뿐만 아니라 SDI도 힘들 것 같아.”
“아니, 왜? 우리 배터리는 용량이 세계 최고라고 안 했나? 야, 최 박사! 너 뻥 깐 거야?”
문도가 도끼눈을 뜨고 근상을 노려본다.
“얌마, 기술만 최고라고 누가 덥석 사주냐? 네 비행칠면조 맛있다고 대한민국 칠면조 가공회사가 전부 문닫냐?”
아니나 다를까, 자존심이 상한 근상이 되받아 치며 문도를 노려본다. 맨날 만나면 티격태격하는 사이인데, 숯불칠면조 바람에 어째 조용하다 싶었다.
“아, 짜슥! 배터리하고 훈제칠면조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고 비행칠면조를 들고 나와? 팍 고마, 생 칠면조 공급 안 해 조삘라 마! 크크.”
진주 다녀온 문도가 경상도 사투리까지 쓰며 윽박지르다가 웃으면서 얼버무리고 만다. 자기 칠면조 사다 쓰는 고객한테 그러면 안되니까.
“기술문제가 아니고, 이번에 테슬라하고 파나소닉이 합작으로 엄청 큰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어. 둘이 함께 50억달러를 투자해서 미국 네바다 주에 `기가팩토리`라는 공장을 짓고 있대.”
“뭐? 그래? 50억 달러면.. 얼추 6조원이나 되는 돈이잖아! 무슨 공장을 짓는데 그렇게 큰 돈이 들어간대?”
웬만큼 큰 돈에는 눈도 끔쩍 안 하는 통 큰 체통 문도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한다.
“금년 상반기에 전 세계에서 출하된 전기자동차가 약 100만대쯤 돼. 그 중에 테슬라 자동차는 아직 3만대 정도인데, 2018년에는 연간 판매량을 50만대로 목표를 잡고 있어. 그래서 아예 다른 배터리를 고려하지 않고 일본 파나소닉 하고 손잡고 배터리를 대량생산해서 가격을 3분의 2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전략을 세운 거야.”
정훈이 나서서 세계 최대의 전기자동차회사인 미국 `테슬라`사의 동향을 설명해준다.
“그래? 그럼, 뭐 우리 뉴젠 배터리를 테슬라에 납품하는 거는 물 건너 간 거네? 그 미국 놈들하고 일본 놈들은 왜 항상 짝짜꿍이 돼서 우리한테 방해만 한 다냐? 이번에도 자기네들한테 필요한 싸든가 뭔가를 괜히 우리나라에 설치하기로 해서 온 나라가 시끌벅적 하다며? 망할 놈의 새끼들!”
문도가 꽤나 화가 나는지 지은의 앞에서 쌍욕을 내뱉고는 무안한 표정으로 반 깍두기 머리를 긁적거린다.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고 사장님! 미국 테슬라 말고도 전기자동차 회사는 유럽에도 많이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이번 가을에 열리는 유럽 모터쇼에 부스를 마련하고 전시하러 나갈 거에요. 호호.”
문도가 너무 실망스러워하자, 지은이 얼른 나서서 중요한 얘기를 전해준다.
“예? 유럽 모터쇼에 나가요? 진짜요? 언제 열리는 무슨 모터숀데요?”
문도가 뜻밖의 기쁜 소식에 얼굴이 환해지며 지은을 쳐다본다.
“네, 9월 15일부터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제67회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요. 물론 자동차 쇼인데, 우리는 드론도 전시하고 전기차량용 배터리도 함께 전시해 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아, 그래요? 미국 테슬라 말고도 전기자동차 만드는 회사가 유럽에 많이 있나 보네요? 그런데, 그 유럽 자동차회사들도 자기네들 나라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지 않아요?”
문도의 질문에 아직 확정도 안된 일을 주제넘게 너무 빨리 말했나 싶은 지은이, 즉답 대신 정훈을 바라보고 미안한 듯 미소를 지으며 보충설명을 요청한다.
“음.. 전 세계적으로 전기자동차 만드는 회사는 많아도, 거기에 들어가는 배터리 제조회사는 몇 개 되지 않아. 그리고 배터리 기술수준이 현재는 한국, 일본, 중국이 제일 강해. 전 세계 전기차량용 배터리 제조사별 점유율은 일본이 제일 높은데, 10대 회사 안에 4개 회사가 들어 있으면서 합한 점유율은 55%야. 그 다음이 중국인데, 3개 회사에 합한 점유율이 21%나 되고, 우리 한국이 3개 회사에 합계 점유율이 16%야. 물론 파나소닉은 단독 점유율이 32%나 돼. 그리고 나머지 8%가 유럽이라고 보면 될 거야.”
암기력 하나는 끝내주는 정훈이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제조회사의 현황을 잘 설명해준다.
“아, 그렇구나! 그럼 우리가 유럽 자동차회사하고 잘 엮이면 미국하고 일본 놈들한테 쌤통이다 하고 약 올려 줄 수도 있겠구먼. 크크.”
정훈의 설명을 들은 문도가 아직 희망이 있구나 싶은지 기분이 좋아져서 농담을 한다.
“그런데, 고민이 좀 있어. 아무리 우리 제품이 좋아도, 우리는 그런 큰 전시회 출품 경험도 없잖아. 그냥 원한다고 자동차 메이커도 아닌데 부스를 빌려주지도 않을 거고. 그래서 L그룹의 힘을 빌려서 유럽 자동차회사 한군데의 부스에 구석 코너라도 하나 얻어보려고 노력 중이야. 그래서 우선 독일 뒤셀도르프에 있는 L전자 유럽본부에 내가 아는 분한테 협조를 요청하고 있어.”
“L전자 유럽본부가 독일에 있었냐? 영국 아니었어? 전에 얼핏 네가 L전자 유럽지역대표가 영국 법인에 있다고 말했던 것 같은데?”
문도가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응, 네 말이 맞아. 영국에 있었는데 작년 말에 독일로 옮겼고, 그 때 해외영업 본부장을 담당하던 L전자 부사장을 유럽지역 대표 겸 독일법인장에 배치했어. 그래서 부사장급이던 영국법인장 자리는 상무급으로 변경됐고, 영국법인에 있던 200여 명의 직원들도 독일 뒤셀도르프로 옮겨왔대. 현재 영국 법인에는 10여 명만 남아있다고 하네.”
“응? 왜 그랬대? 이제 영국이 브렉시트로 EU에서 탈퇴하니까 벌써 별 볼일 없어진 거야? 아니지, 브렉시트는 금년 6월에 투표했는데, 작년 말에 옮겼다고? 야~ L그룹의 미래를 내다보는 정보력은 알아줘야 되겠네! 혹시 심통 네가 투표결과를 미리 알려준 거 아니야? 크크.”
“그래, 맞아! 심통은 투표결과가 EU탈퇴로 결정 날 거라고 해서 내가 술값내기하자고 했다가 돈만 날렸다. 키키.”
근상이 끼어들면서 검은 안경테를 쓸어 올린다.
“하하. 그건 아니고, L그룹 나름대로 유럽의 정세변화에 대해서 연구를 깊이 했겠지! 중요한 건, 영국도 이제는 더 이상 그 옛날 식민지시대의 화려했던 대영제국은 아니라는 거야. 영국정부가 왕실의 유지비용을 삭감해서, 오죽하면 왕실에서 값나가는 물건을 내다팔아 운영비에 보태고 있겠냐?”
“어머나, 그 정도에요? 영국도 이제는 서산낙조가 되는 거네요?”
정훈에게 설명을 요청했던 지은이 한마디 하고 거든다.
“영국신사가 이제 벌 받는 거에요! 지난번 봄에 이 실장님이 영국이 신사 아니고 날강도라고 했어요. 인도에서 재배한 양귀비로 아편 만들어서 중국인가 청나란가에 밀수출해가지고 그 나라 은을 모두 뺏어가서 중국이 망했다고 했잖아요? 그죠, 이 실장님?”
영란이 아편전쟁에 관한 정훈의 얘기를 기억하고 한마디 거들고 나선다.
“어머, 영란이 너, 그것도 다 기억하고 있었어? 호호.”
세희가 입을 가리며 웃는다. 자기 밑에 종업원으로 있던 영란이 어엿한 숮불칠면조 가게 여사장이 되더니, 역사관도 있고 제법 사장 티가 나서 기특한가 보다.
“영국이 못된 짓을 한 건 그것뿐이 아니에요. 우리 구 한말 대한제국 시절에는 영국이 우리한테 일본보다 더 야비하게 굴었어요!”
정훈이 영국이 한국에서 행한 근대역사를 기억하면서 눈살을 찌푸린다.
“옴마야! 영국이 우리나라에도 아편을 팔아먹었나요?”
영란이 토끼 눈을 뜨고 정훈을 바라본다.
“하하, 아니에요. 지금도 그렇지만 우리나라에는 아편중독자는 드물었어요. 우리가 일본강점기에서 해방되기 꼭 100년 전인 1845년에 영국 군함 `사마랑호`가 거문도에 들어와서 그 섬을 `포트 해밀턴`이라고 명명하고 돌아갔어요. 그러다 1882년 4월에 청나라의 중개로 `윌스`제독과 조선왕조 사이에 `조영조약`을 체결하게 됐어요.”
“아니, 일개 영국 해군제독하고 조선 정부하고 조약을 맺었단 말이야?”
문도가 눈썹을 치켜 뜨며 분개한다.
“응. 그랬다가 이듬해 1883년 11월에 청나라 중개를 거치지 않고 직접 조선과 교섭한 끝에 새로 `조영수호통상조약`으로 대치되었지. 코모도가 화나면 겁나니까! 하하.”
“그러면, 뭐 나쁜 짓 한 건 아니잖아요?”
기대했던 영란이 실망스런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1885년 4월에 영국은 제정러시아의 남하정책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갑자기 거문도를 점령하고 자기들 발진기지로 삼아버렸어요.”
“음.. 드디어 슬슬 마각을 드러냈구먼! 조선정부가 가만히 있었나?”
문도가 역시나 영국이 러시아를 빌미 삼아 조선에 발붙일 교두보를 확보했구나 싶은 모양이다.
“조선정부도 강하게 항의했고, 2년쯤 지나서 영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정상화되자 하는 수없이 1887년 2월에 철수를 했지.”
“그게 끝이야? 대국간에 전쟁 같은 건 없었어?”
“있었지! 제국들이 설치던 시절에 전쟁이 없으면 재미가 없지. 하하. 임진왜란 때부터 대륙진출의 야욕을 가지고 있던 일본이 드디어 청나라와 전쟁을 일으켜서 결국 승리하게 됐지 뭐냐. 그 때 러시아가 청나라 쪽으로 기울어 있었는데, 영국은 잽싸게 일본 쪽으로 붙어서 1902년에 `영일동맹`을 맺게 되었지.”
“어머, 영국이 진짜 약삭빠르네요! 이긴 쪽에 슬쩍 붙어버리고. 호호.”
세희도 영국의 신사답지 않은 행태에 입을 삐죽거리며 비웃는다.
“그랬지요. 영국은 동북아시아에서 기득권을 유지하고 싶었고, 조선을 식민지로 만들려던 일본도 막강한 러시아와 싸우려면 영국과 동맹을 맺는 것이 유리하니까 자연스럽게 두 나라의 이해관계가 일치한 거지요.”
“그럼, 구한말에는 영국하고 일본은 완전 한 패였구먼!”
침묵하고 있던 근상이도 한마디하고 나선다.
“그랬지! 그래서 결국 일본이 1904년에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거침없이 우리 조선을 집어삼키게 된 것 아니겠어? 1910년, 경술년 8월 29일에 매국노 이완용의 협박으로 고종황제가 `을사늑약`에 도장을 찍게 된 것도, 그 배후에 든든한 동맹국인 영국이 떡 하니 버티고 있어서 가능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돼요!”
열변을 토하는 정훈의 눈에서 살기 어린 광선이 뿜어져 나온다.
“조선을 둘러 싼 청나라와 러시아의 우호적인 관계에, 영국과 일본의 동맹관계라.. 어째, 그 때의 상황이 지금 우리 한반도 상태하고 비슷한 느낌이 드네!”
물리화학박사 근상이 중얼거리며 입을 꾹 다물고 생각에 잠긴다.
“그러게요, 박사야 오빠! 영국 대신에 미국으로 바뀐 것 밖에 없는 것 같은데요? 히힝.”
역사를 잘 모르는 영란이도 고개를 갸우뚱하며 부창부수를 한다.
“어찌 보면 영국의 석학 `토인비` 교수님의 문명의 윤회설이 맞는 것 같아.”
정훈이 빙긋이 웃으며 영국의 몰락은 `아널드 죠지프 토인비` 교수의 저서 `역사의 연구`에 이미 예견되어 있는 일이라고 일러준다.
“문명의 윤회설이요? 그 분이 뭐라고 했는데요?”
정훈의 옆에 앉은 세희가 존경스런 눈으로 정훈을 올려다보며 묻는다.
“예, 그 분은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전세계에 존재했던 문명에 관해서 연구하고 저술도 많이 한 분입니다. 그 분의 견해 중에 흥미로운 것은, 중국 황하에서 시작한 문명이 인도와 페르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건너갔다는 거지요. 지구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도니까 문명은 동쪽에서 서쪽으로 전파되었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그리스와 로마를 거쳐 영국에 이르렀고, 대서양을 건너 미국 동부에 도착했다가 서부개척시대를 거쳐 서부의 끝 캘리포니아에 도달했다는 겁니다. 하하.”
“아하, 그리고는 태평양을 건너 일본과 한국을 지나서 결국 중국으로 원위치 한다는 얘기지? 크크.”
전에 정훈에게서 들은 적이 있는 문도가 아는 체 하고 나선다.
“그 것 참, 희한하네요! 이 실장님 얘기 듣고 보니까, 진짜로 그런 것 같은데요! 호호.”
지은이도 나서서 문도와 호흡을 맞춰준다.
“정말 그런데요! 그렇죠? 박사 오빠야!”
눈을 깜박거리며 듣고 있던 영란이도 그럴싸한지 근상의 팔을 집적거린다.
“응, 그럼! 나도 그 토인비교수에 대해서는 잘 아는데, 그 분의 말씀이 하나도 틀린 게 없어!”
근상이도 고개를 끄덕거리며 문명의 윤회설에 대해서 공감을 나타낸다.
“어머, 그 분이 미래를 내다 보는 도사님이셨네요! 이 실장님하고 똑 같은 분이었나 봐요. 호호.”
세희는 그저 아는 게 많은 정훈이 자랑스러워 죽는다.
“그 토인비교수님은 86세인 1975년에 돌아가셨어요. 그 2년 전에 영국을 방문한 한국의 모 월간지 편집장과의 인터뷰에서 남긴 말이 아직도 화제가 되고 있어요.”
“무슨 말을 남겼는데요?”
“한국의 효 사상과 경로사상, 가족제도 등의 설명을 듣고 눈물을 흘리면서, 효 사상은 인류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사상이라며 한국뿐만 아니라 서양에도 효 문화를 전파해 달라고 부탁했답니다.”
개인주의 문명에서 살던 토인비교수가 서구와 한국의 가족제도를 문명학적으로 비교해보고, 우리의 효 사상 속에 들어있는 부모공경과 조상숭배에 대해서 문화적 충격을 받아, 부러움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그는 아들에게 전화를 걸면 아들이 전화요금을 누가 내는 지 묻고, 아들 부담이면 용건만 간단히 말하고 빨리 끊으라고 하고, 아버지 부담이면 시시콜콜한 얘기까지 하면서 오래 통화를 하더라는 얘기도 했다고 한다.
“아, 세계적인 석학도 한국의 문명한 문화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가 보네요?”
지은이가 아쉬운 듯 한숨을 쉰다.
“그랬겠죠! 대영제국의 후손이 우리 한반도를 우습게 보지 않았겠어요? 크크.”
문도가 대신 대꾸하면서 영국을 비웃는다.
“토인비교수는 지구를 떠나 다른 행성으로 갈 때 지구에서 한 가지를 가져간다면, 한국의 효 사상을 가져가겠다고 했답니다. 하하.”
정훈이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좌중을 둘러본다.
토인비교수가 부러워한 것은 한 집안에서 여러 대가 모여 사는 단순한 외관이 아니라, 거기에 어른이 있고, 효도가 있고, 사랑이 있는 한국 가정의 유대와 질서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