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정주의/권위주의(paternalism)는 자기봉인효과를 가져온다.
-- 과잉보호와 간섭이 해로운 이유 --
모든 참여자들은 온정주의/권위주의를 회복/재기의 핵심 장애물로 확인하였다. 참여자들은 회복/재기하기 이전에, 치료전문가 그리고/또는 가족구성원이 종종 그들이 자신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거나, 취업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증상의 재발을 초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취업과 같은 어떤 위험한 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내가 또 다시 꿈을 향해 올라가기 위한 작은 단계들을 밟으려고 얘기를 꺼내면, 대체로 이랬다. 안 돼, 켈리야. 그건 너무 스트레스가 많을 거야. 너는 가만히 있는 게 좋아. 너는 지금의 상태를 유지할 필요가 있어. 너는 네가 부서지기 쉬운 계란과 같다고 느끼는 게 필요해.”
이러한 강요적이고 구속적인 환경 속에서 기대는 낮고, 자신의 진단명을 벗어난 자아정체감을 발달시키는 참여자들의 능력은 제한된다. 일부 참여자들은, 솔직히 말해서, 자신들이 어떠한 도전적인 활동에도 결코 참여할 수 없는 존재일 것이라고 보고하였다. “나는 내가 결코 더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내 삶의 남은 기간 동안 약물복용을 해야 할 것이다. 나는 절대로 진학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절대로 직업을 갖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절대로 엄마가 되지 못할 것이다.” 셰릴은 정상적인 성인 역할을 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낙담했는데, 왜냐하면 그것이 자신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위험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처해 있었던 온정주의적/권위주의적 환경은 병들었다는 느낌과 수동성에 의해 지배되는 세상 속에 그녀를 가두는 자기-봉인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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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은 Mancini 등(2005)의 논문에서 온정주의/권위주의(patenalism)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 논문의 번역물은 [촛불논문] 게시판에 올려져 있습니다.
http://cafe.daum.net/saraskey/dz5T/10
이 논문은 회복/재기의 방해요소를 4가지로 보고하는데 ① 온정주의, ② 강압, ③ 무관심하고 판단적인 전문가, 그리고 ④ 약물부작용과 증상이 그것입니다. 온정주의/권위주의는 모든 회복/재기의 방해물들 중에서도 첫 번째로 언급됩니다.
온정주의/권위주의는 얼핏 좋은 단어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매우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단어입니다. 부모, 그 중에서도 권위적이고 엄한 아버지가 자녀를 대하는 방식을 일컫는 단어입니다. 이러한 부모는 자녀를 미성숙하고 판단력이 부족하고 여리고 약한 존재로 간주하여 과잉보호하고 지시하고 통제하는 방식으로 자녀를 대합니다. 자녀가 판단해야 할 일을 부모가 대신 판단해서 의사결정을 해버립니다. 자녀가 해야 할 말을 부모가 대신 나서서 말해줍니다. 자녀가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부모가 결정해 버립니다. "약하고 부족하니까 내가 보호해주고 대신해줘야 한다."는 생각과 그에 입각한 과잉보호와 간섭, 이것이 온정주의/권위주의입니다.
부모가 이런 방식으로 자녀를 대하면 자녀의 능동성과 자율성은 점차 사라지고, 자녀는 결국 수동적인 사람이 되게 됩니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지 않게 되고, 의사표현이나 주장도 하지 않게 됩니다. 이를 자기-봉인 효과(self-sealing effect)라고 합니다. 즉 부모가 아니라도 이제는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억압하고 통제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소한 일로도 늘 불안해하고 두려워하고 조심스러워하고 지레 겁을 먹고 피해버리게 됩니다.
온정주의/권위주의는 회복/재기의 가장 무서운 방해물입니다. 자녀를 돕는다는 게 오히려 자녀로 하여금 눈치만 보게 만들고 자신감을 잃게 만들고 주저앉아서 지레짐작으로 포기해버리고 움직이지 않게 만들어 버립니다. 따라서 조현병/조울증 자녀를 돌보는 부모가 가장 유의해야 할 점이 바로 이 온정주의/권위주의입니다. 혹시라도 자신이 이러한 방식으로 자녀를 대하고 있지나 않은지 점검해 보시고, 결단코 이 방식을 버리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부모가 온정주의/권위주의로 자녀를 대하게 되는 이유는 2가지입니다. 한 가지는 자녀를 낮춰보는 마음입니다. 자녀가 한심해 보이고, 부족해 보이기 때문에 부모가 과잉간섭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참 묘한 것이 부모가 자녀를 어떤 시각으로 보고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서 결국은 그러한 결과가 초래된다는 점입니다. 즉 부모가 자녀를 한심하게 생각하고 온정주의적/권위주의적으로 대하게 되면 결국 자녀는 한심한 인물로 전락합니다. 반대로 부모가 자녀를 대견하게 생각하고 나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매사에 자녀의 자율성과 의사결정을 존중해 주다 보면 결국 자녀는 스스로 자신의 앞가림을 해나가는 대견한 사람이 되게 됩니다.
또 한 가지 배경은 부모 자신의 불안감입니다. 즉 자녀가 혹시나 잘못될까 하는 마음에 사소한 것 하나까지 부모가 미리 신경써주고 대비해주고 챙겨주고 하려는 태도입니다. 불안감이 문제라면 부모가 자신의 마음을 담대하게 가지려고 늘 노력해야 합니다. 세상을 더 크게 보고, 더 길게 보고, 사소한 사건들에 좌지우지 되지 않고 중심이 잡혀야 합니다. 사소한 이익과 손해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야 하며, 항상 마음이 안정되고 느긋하고 편안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은 그렇지 못하다 하더라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꾸준히 노력해야 합니다.
폐쇄시설과 폐쇄병동은 온정주의/권위주의의 결과이고 온정주의/권위주의를 상징하는 상징물입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정신보건분야, 특히 의료체계는 온정주의적/권위주의적 관점으로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는 전문가-환자 관계가 이분화, 수직화됩니다. 대등한 존재, 대등한 상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환자에게 해롭습니다. 자기-봉인효과를 가져옵니다. 능동성과 자율성이 사라지고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이 되도록 합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온정주의/권위주의는 배격되어야 합니다. 한 조직이나 국가의 지도자가 온정주의적/권위주의적 사고방식을 갖게 되면, 그 조직 또는 국가는 구성원들의 행동을 간섭하고 통제하는 독재적인 조직 또는 국가로 변해갑니다. 우리 모두가 자신의 가정에서, 정신보건 분야에서,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온정주의/권위주의를 버리고 배격해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우리 카페 내에서도 온정주의/권위주의는 배격되기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참고] 이 글은 2015. 6. 11. 썼던 글을 부분 수정한 것입니다. 제가 썼던 원본글의 주소는 http://cafe.daum.net/saraskey/dBgf/26
첫댓글 ① 온정주의, ② 강압, ③ 무관심하고 판단적인 전문가, 그리고 ④ 약물부작용과 증상~ 저도 이같은 원인으로 많이 시험당하고 있어요. 특히 의료진과 마찰이 심합니다. 약을 믿지 못하겠어요. 너무 권위만 내세우는 의사도 싫고요.
젊은 의사로 바꾸어 진료는 편하게 받는데 이분은 또 약처방이 너무 자신감이 없더군요. 환자당사자와 의료진의 조율 조화가 자기결정 자존감 회복에도 좋은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