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제 예술
Objet Art 对象艺术
오브제(objet, 對象)는 물건, 물체 등 실재하는 물질을 말하는 프랑스어로 예술창작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은 대상이다. 대상은 인식의 주체인 예술가와 인식의 대상인 사물의 관계에서 형성되는 개념이다. 예술가가 일상적인 물체에 의미를 부여하면 물체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예술가가 응시하는 예술적 대상으로 바뀐다. 오브제는 대략 예술가의 ‘①응시 - ②발견 – ③선택 - ④의미와 명칭부여 – ⑤변형과 장소이동 – ⑥예술작품으로 재탄생’의 여섯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순서가 바뀌거나, 통합되거나, 생략되기도 하지만 ‘②선택, ④의미와 명칭부여, ⑤변형과 장소이동’의 과정은 반드시 거친다. 오브제가 예술로 재탄생하는 것에만 한정하면 선택, 명명, 변형의 단계를 거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발견이다. 오브제는 예술가가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창작의 의도를 가지고 대상을 응시하고 발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오브제의 원래 의미는 대상 또는 객체다. 대상의 어원은 중세 라틴어 ‘~에 던져진 것’을 의미하는 오비엑툼(obiectum)이다. 오비엑툼은 ‘~에 대하여’인 ob와 ‘(내가) 던지다’인 iaciō의 분사 ofobiciō의 명사형 obiectus에서 왔다. 그러니까 대상은 ‘내가 마음 바깥으로 던진 것’이다. 그러니까 인식의 주체인 ‘나’의 지향성이 미치면서 ‘나’와 대립적인 것이 대상이다. 의식의 주체인 ‘나’가 의식하고, 경험하고, 판단하는 저편에 대상이 놓여 있다. 그런데 대상과 객체는 약간 다르다. 주체의 의식과 행위가 미치는 것이 대상이므로 (의식의 주체에서 볼 때) 의식이 지향하는 대상 존재가 객체다. 그러니까 대상은 지시적(referential) 의미에 가깝고 객체는 존재적(ontological) 의미에 가깝다. 주체인 내가 인식하는 객체인 대상이 오브제다. 그러니까 주체-객체, 인식-대상의 짝에서 주체인 내가 객체인 대상을 인식하는 것에서 오브제가 발견된다.
오브제인 대상은 (나의) 의식의 대상이다. 따라서 오브제는 ‘나’인 서브제(sujet)의 상대적인 개념이다. 오브제는 물체가 가진 고유의 기능, 맥락, 목적, 관계, 가치를 잃고 새로운 기능, 맥락, 목적, 관계, 가치를 얻으면서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한다. 이 과정을 거친 오브제는 단순한 물체가 아니라 예술작품이다. 물체는 존재하는 맥락에서 효용성이 있었지만, 예술가의 발견과 해석으로 새로운 의미를 얻은 다음 공간을 이동하면 (효용성을 상실하고) 예술적 오브제로 다시 태어난다. 단순한 대상이 아니라 예술적 오브제가 되는 것이다. 오브제는 물질, 물체, 빛, 소리, 음향 등 다양하다. 하지만 오브제는 실제 기능할 수 있는 대상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상상, 환상, 무의식, 정신 등은 오브제가 될 수 없다. 오브제를 예술에 활용한 것은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다. 다다이스트들과 뒤샹은 서로 영향을 주면서 오브제 개념을 발전시켰다.
인상파와 입체파의 그림을 그리던 뒤샹은 1913년 자전거 바퀴를 응시하고 새로운 의미를 발견했다. 그리고 식탁 의자에 포크를 꽂고 자전거 바퀴를 올려놓았다. 또한 뒤샹은 1917년 뉴욕 앙데팡당전이 열렸을 때 남성 소변기에 R. Mutt라고 사인한 공장 제품 <샘>을 출품했다. <자전거 바퀴>와 <샘>은 이미 만들어진 공장 제품인 레디메이드다. 뒤샹(M. Duchamp)은 이미 만들어진 제품에 예술적 의미를 부여한다는 뜻에서 레디메이드(readymade)라고 명명했다. 뒤샹이 발견한 레디메이드 제품은 원래의 기능, 맥락, 목적, 관계, 가치를 떠나서 새로운 기능, 맥락, 목적, 관계, 가치를 얻는다. 이것이 물체이고 대상이었던 오브제가 예술이고 작품이 되는 과정이다. 작품 오브제는 새로운 의미를 얻은 다음 예술가에 의해서 새로운 이름을 얻는다. 그리고 미술관이나 전시장과 같은 장소로 이동하여 완전한 예술작품으로 탄생한다.
오브제에는 첫째, 단순한 대상으로서의 오브제와 둘째, 오브제 예술작품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오브제가 예술작품이 되면, 지적인 상상력을 유발한다. 다다이즘과 함께 오브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초현실주의에서 오브제는 잠재된 무의식을 일깨우는 기제(mechanism) 기능을 한다. 오브제 예술작품을 보는 사람들은 상상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의미를 해석해 낸다. 그리고 거기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고정되고 일상적인 사물이 오브제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하여 예술가와 관객에게 새로운 해석을 가능케 하는 것이다. 원래 오브제가 가지고 있던 일상적 맥락과 예술작품 오브제가 가지게 된 예술적 맥락은 전혀 다르다. 오브제는 새로운 기호를 부여받고 새로운 관계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얻은 예술이다. 오브제 예술은 예술이 창작으로서의 예술에서 발견으로서의 예술로 이행하는 현대예술의 중요한 특징이다.★(김승환)
*참고문헌 Louise Norton, “Buddha of the Bathroom”, THE BLIND MAN 2, 1917.
*참조 <개념예술>, <다다이즘>, <레디메이드>, <모더니즘>, <반예술>, <발견으로서의 예술>, <샘[마르셀 뒤샹]>, <순수예술>, <스터키즘>, <아방가르드>, <예술>, <예술가>, <예술민주주의>, <지향성>, <초현실주의>, <포스트모더니즘>, <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