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마님 며느라기 낫바 벽바흘 구루지 마오
빗에 바든 며나린가, 갑세 쳐 온 며나린가.
밤나모 서근 등걸에 휘초리 나니 갓치 알살피선 시아바님, 볏 뵌 쇳동가치 되죵고신 시어마님,
삼년 겨론 망태에 새 송곳 부리갓치 뾰족하신 시누의님, 당피 가론 밧틔 돌피 나니 삿치 새노란 욋곳 갓튼 핏똥 누난 아들 하나 두고, 건 밧태 메곳 갓튼 며나리를 어듸를 밧바 하시난고. <작자 미상>
【현대어 풀이】
시어머님, 며느리가 나쁘다고 부엌 바닥을 구르지 마오.
빚 대신으로 받은 며느리인가, 무슨 물건 값으로 데려온 며느리인가.
밤나무 썩은 등걸에 난 회초리와 같이 매서운 시아버님, 볕을 쬔 쇠똥같이 말라빠지신 시어머님, 삼 년간이나 걸려서 엮은 망태기에 새 송곳 부리같이 뾰족하신 시누이님, 좋은 곡식을 심은 밭에 돌피(나쁜 품질의 곡식)가 난 것같이 샛노란 외꽃 같은 피똥이나 누는 아들(너무 어려서 사내 구실을 하지 못함을 풍자한 것) 하나 두고, 기름진 밭에 메꽃 같은 며느리를 어디를 나빠 하시는고.
【시어 및 시구 풀이】】
*낫바 : 나빠. '싫어', 마음에 들지 아니하여, '미워서'의 뜻
*벽 : 부엌
*구르지 : 며느리가 못마땅해서 부엌 바닥이 울리도록 쿵쿵 힘주어 밟으며 야단을 친다는 뜻이다
*빗 : 빚
*빚에 받은 : 빚 대신에 받아 온
*값에 쳐 온 : 무슨 물건 값에 계산해서 가져 온
*셕은 : 썩은
*등걸 : 줄기를 잘라낸 나무의 밑동
*나니치 : 나는 것같이, 난 것처럼. 가느다란 가지가 난 것처럼
*앙살픠신 : 매서운, 말라서 앙상하고 잔망스러운
*볏 뵌치 : 볕을 쬔 쇠똥같이
*되죵고신 : 말라빠진, 되바라지고 까다로운
*겨론 : 결은. 곧, 엮은, 編 기본형은 겯다.
*노망태 : 노로 결은 망태기, 망태기는 가는 새끼나 노를 엮어서 만든 것인데, 물건을 담아 메거나 들고 다닌다
*부리치 : 부리같이, '부리'는 물건의 뾰족한 부분.
*싀누의님 : 시누님
*당(唐)피 : 좋은 곡식, 피 조 비슷한 곡식. 산골에서 식량으로 썼다
*가론 : 간(耕) 기본형은 갈다
*돌피 : 논의 벼에 섞이어 나는 잡초의 한 가지. 열매가 떨어지기 전에 일찌감치 뽑아 버려야 한다
*욋곳 : 오이꽃 노랗고 어딘지 연약해 보인다
*피똥 : 내장에 병이 나면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온다 병들고 약해 빠진 비실거리는 아들이라는 뜻이다.
*건 : 기름진
*건 밧 : 곡식이 잘되는 기름진 밭의
*메곳 : 메꽃. 들에 피는 나팔꽃 비슷한 오후에 피는 꽃. 소박하면서도 탐스럽게 보인다. 그 뿌리를 '메'라 하여 삶아서 먹으면 달고 구수하여 메떡도 만들어 먹는다.
출전 <진본 청구영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