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 2020. 5.17(일) 09;00-14;20
★코스; 잠실철교 남단- 하남시 미사리- 팔당대교- 남양주시 수석동- 왕숙천- 구리 한강공원- 잠실철교 북단- 강변역(43km)
★참가; 구나루(재림), 홍토마(홍찬), 아스트라 전(인구), 스머프 차(성근)
★날씨/기온; 오전에 구름 많고, 오후 맑음, 25도시
★미세먼지; 보통
-구리암사대교 밑에서-
이번 자전거 여행은 올해 첫 나들이로 매우 의미가 깊다. 그동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가고 싶은 여행도, 만나고 싶은 친구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창살없는 감옥에 살다보니 답답하고 지루한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상에 사는 기분이었다. 코로나 19 방역대책이 '생활속 거리 두기'로 완화되면서 일상생활로의 복귀가 조심스럽게 시작됐다. 사회활동이 재개되었지만 마스크를 쓰고 바이러스를 감염을 경계하는 등 우리 사회에 '뉴 노멀'(new normal. 새기준)의 포스트 코로나 19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모처럼 세상 밖으로 나오니 모든 것이 새로웠고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옥량낙월(屋梁落月)하며 기다렸던 회원들을 만나니 반갑고 여광여취(如狂如醉)하였다.
회원들은 마치 코로나 바이러스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역전의 용사들처럼 보였다. 5월은 흔히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른다. 산과 들이 짙은 초록빛으로 물들고 바람에 실려오는 향기마저 싱그러운 계절이다. 이번 라이딩은 잠실철교 남단에서 팔당대교를 경유하여 잠실철교 북단에 이르는 구간으로 대략 43km 내외다. 잠실철교 남단에서 광나루 한강공원을 따라가면 암사생태공원과 구암정 고개, 고덕수변생태공원을 지나간다. 구나루(재림)는 점심 약속 시간 때문에 구리암사대교까지 7km를 페달링 후 복귀하였다. 암사생태공원과 고덕수변생태공원은 한강의 배후 습지로 다양한 야생동물의 서식처와 시민들에게 휴식을 선사하는 도심속 공원 역할까지 하는 고마운 존재다.
강동대교를 지나면 아까시아 꽃 향기가 진동한다. 아까시아 꽃을 보면 생도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기말고사 시험 볼때면 아까시아꽃이 활짝 피었다. 미사대교를 지나 2,5km 쯤 가면 도로 양편에 벚나무 숲길이 덕풍교까지 이어진다. 매년 4월이면 벚꽃이 화려하게 수놓는다. 여유롭게 벚꽃을 구경할 수 있는 하남시의 숨은 명소이며 아름다운 자전거길이다. 그러나 지금은 벚꽃을 구경할 수 없어 아쉽기만하다. 팔당대교를 지나 남양주시 수석동으로 향하였다. 한강공원 삼패지구에 이르면 양귀비꽃 군락이 붉은 물결로 장관을 연출한다. 사람들 대부분은 꽃을 좋아한다. 화려한 모습에 감탄하고 사랑스러움에 취한다. 어여쁜 양귀비와 함께 연인이 되어 추억을 담았다.
홍릉천을 지나면 수석동이다. 남양주시 수석동은 역사 문화유적지로 유명하다. 이곳에는 수석리 토성, 석실서원터, 조말생 묘소, 안동 김씨 가족묘 등이 있다. 석실마을은 1500년대 부터 남양홍씨가 살고 있었다. 그러나 남양홍씨와 안동김씨 두 가문의 사돈지간을 맺으면서 남양홍씨의 남편 김번(1479-1544)의 묘를 석실마을에 안장한 이후 안동김씨가 이곳에 정착하였다. 김번은 조선 중기 평양부 서윤(종4품)을 지낸 인물이다. 그의 부인 남양홍씨와 합장한 무덤은 옥호저수형(玉壺貯水形) 명당으로 조선 8대 명당 중 하나다. 옥호저수형이란 옥항아리에 물을 담은 형국으로 남양주시 수석동과 와부읍 덕소리 산 5번지 일대를 말한다.
조선 말기 안동김씨의 60년 세도의 문을 열어준 음덕의 발원지는 석실마을에 있는 김번의 묘소다. 조선 중기부터 번창하여 전주 이씨 다음으로 19명의 정승과 6명의 대제학 3명 왕비를 배출했다. 김번은 1639년 청나라가 명나라를 공격하려고 조선에 군사 출병을 요청하자 반대 상소를 올렸다가 청나라 심양에 불모로 잡혀간 김상헌(1570-1652)의 증조부다. 김상현의 증조부를 포함하여 조부(김생해), 부친(김극효), 형(김상용), 아들(김광찬), 손자(김수증), 증손자(김창집)에 이르기까지 가족 묘역을 이루고 있다. 석실서원은 병자호란 때 순절한 김상용과 척화파 대표 김상헌 형제의 충절과 학덕을 기리기 위해 1656년 창건되었으나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없어졌다.
석실서원은 문을 닫을 때까지 많은 후학들을 양성하는 등 인재의 산실로 송시열, 이병연, 겸재 정선 등이 석실의 문하생이었다. 석실서원의 흔적은 1742년 진경산수화 '미호 석실서원'에 남아있다. 석실서원이 있던 자리에 조말생 묘소가 있다. 조말생 묘소는 남양주시 금곡동에 있었는데 홍유릉 조성으로 이곳으로 이장하였다. 조말생(1370-1447)은 조선 태종과 세종조 명신으로 대마도 정벌시 병조판서를 지낸 인물이다. 이번 코스 중에서 난중지난(難中之難)인 수석동 고개를 넘으면 미음나루 음식문화 특화거리가 있다. 이 고갯길은 비록 짦지만 헐헐할 정도로 무척 힘들다.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토방 Live식당으로 향하였다. 라이딩 도중에 성동고 16 바이콜릭스 바이크 손대장도 함께 합류하였다.
토방 Live식당은 한강을 조망하면서 식사할 수 있는 분위기로 운치가 있다. 수령이 600년 가까이 된 느티나무 아래에서 항아리 수제비와 낙지덮밥으로 맛있게 식사하였다. 여행 중에 먹는 식사는 그야말로 꿀맛이다. 재미있게 만단정화를 나누고 페달링을 재촉하였다. 구리 한강시민공원에 이르면 노란 물감을 풀어놓은 듯 유채꽃밭이 군락을 이루며 봄을 더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그리고 자전거길 옆에 장미와 찔레꽃이 활짝 웃으며 반갑게 맞이해 준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라이딩에 흠뻑 빠지다 보니 어느새 강변역에 도착하였다. 오래간만에 라이딩을 하다보니 몸이 무겁고 다소 힘든 여정이었다. 그동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쌓였던 피로와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보내서 기분이 상쾌하다.
인향만리(人香萬里)한 회원들과 눈이 즐겁고 입이 행복하니 영화 제목처럼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지' 싶다. 동기생들과 함께 있으면 언제나 에너지가 충전되고 삶의 활력소가 된다. 그래서 동기생들 모임에 자주 나가게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하루 빨리 진정되어 일상적인 생활로 복귀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오월 라이딩에 동참한 구나루(재림), 홍토마(홍찬), 아스트라 전(인구)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대열잔차 브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