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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문(祭文)
양촌 선생 권공을 조상하는 글/하륜(河崙)
[祭陽村先生權公文]
도(道)에는 고금의 구별이 없어 사람으로 말미암아 밝혀지는데, 도를 밝히는 사람은 시대마다 항상 나는 것은 아닙니다. 중국 같은 큰 나라도 오히려 그러한데, 하물며 우리 나라 같은 작은 한 지방이겠습니까. 아, 오직 양촌은 하늘이 특히 내신 어진 이로서, 타고난 자질은 순수하고 학문은 일찍 성취하였습니다. 온화하고, 공순하고, 부지런하고, 검소하여 오직 덕스러운 행실뿐이었습니다.
공(孔)ㆍ맹(孟)의 가르침의 미세한 뜻과, 정(程)ㆍ주(周)의 격언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노력을 포개어 쌓게 하여, 그 근원을 궁구(窮究)하지 않은 것이 없었으니, 입학도설(入學圖說)과 변례의 논[辨禮之論]은 심오한 뜻을 개발하여 성문(聖門)에 공이 있었으며, 사업에 베풀어 강상(綱常)을 잘 비익(稗益)하였고, 문자로 저술하여 전장(典章)을 빛나게 하였습니다. 행실을 바르게 하여 평온한 때나 위태로운 때나 다르지 않았으며, 지조를 확고하게 지켜서 처음이나 끝이나 변하지 않았습니다.
생각하면, 기유년에 나는 처음으로 그대를 알게 되었습니다. 초ㆍ목(樵牧 초은(樵隱) 이인복(李仁復)과 목은 이색(李穡))을 스승으로 섬기면서 함께 장차 이름 있는 인물되기를 기약하였습니다. 경오년을 만나 같이 남쪽의 변방으로 귀양살이를 갔더니, 상당(上黨 청주(淸州))의 비와 홍수는 하늘의 뜻을 크게 드러냈습니다. 을해년이 되어서, 우리가 함께 명(明) 나라의 고황제(高皇帝)를 가 뵈었을 때는 고황제는 우리 나라의 차서를 올려 입대(入對)를 허락하였습니다.
휘황한 황제의 지척에서 그대의 말은 곧고 사리는 순정(順正)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명 나라의 오해를 풀어서 우리 나라의 국세가 창성하게 되었습니다. 경진년에 이르러 함께 금상 전하(태종(太宗))를 추대하였습니다. 훈맹(勳盟)에 참여하고, 묘당(廟堂)에 출입하게 되었으니, 일생 동안 벼슬하고 물러남이 대개 서로 같았습니다. 벗으로서 절차(切磋)의 유익함을 얻는 것을 매양 충심으로 다행하게 여겨 왔습니다. 그대의 나이는 나보다 6년이 적었으나 그대의 아는 것은 실로 나의 선배였습니다.
나의 머리털은 이미 희어졌으나, 그대의 머리털은 아직 검기에 마땅히 장차 크게 일하여 나라를 태평하게 할 것이라고 하였더니, 어찌 생각이나 하였으랴. 하룻밤 사이에 갑자기 세상을 버리시다니. 임금이 슬퍼하고 나라 사람들이 슬퍼하는 바는, “장차 국가의 의심나는 일을 누구에게 물으며, 나라의 병폐는 누가 고치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하물며, 고루한 내가 허물이 있을 때 누가 바로잡아 주겠습니까. 가득한 술잔이 보잘 것 없으나, 정(情)은 가이 없습니다. 슬프다, 흠향하소서.
祭陽村先生權公文[河崙]
道無古今。因人以明。人之明道。世不常生。中國猶然。况吾一方。於惟陽村。天挺之良。
禀資純粹。學問夙成。溫恭勤儉。維德之行。洙泗微旨。濂洛格言。潛心積力。靡不窮源。
入學之說。辨禮之論。開發蘊奧。有功聖門。施諸事業。克裨綱常。作爲文字。有光典章。
踐履之正。夷險不殊。操守之確。始終不渝。念在己酉。我始識君。師事樵牧。共期有聞。
乃値庚午。同竄南荒。上黨雨潦。天意孔彰。及乎乙亥。共覲高皇。右順賜對。咫尺耿光。
辭直理順。國勢以昌。爰及庚辰。共戴今王。載忝勳盟。出入廟堂。平生出處。盖與相同。
切磋之益。每幸于衷。惟君之生。少我六年。惟君之知。實在我先。我頭已白。君髮猶靑。
謂當大用。克致邦寧。何期一夕。違世遽而。上心所悼。國人所悲。國疑誰質。國病誰醫。
况我孤陋。有過誰規。泂酌之微。而情靡涯。嗚呼尙饗。
제 고려문하주서 길선생 문/손순효(孫舜孝)
(祭高麗門下注書吉先生文)
예로부터 충신 의사가 불행히 혼란한 조정과 혁명(革命)하는 즈음에 나게 되면, 혹은 위태함을 보고 제 목숨을 바치어 인(仁)을 이루는 자도 있고, 혹은 벼슬과 녹을 버리고 절개로써 항거하여 벼슬하지 않는 자도 있으니, 비록 처신하는 것은 다를망정 그 인신(人臣)의 대절(大節)을 밝히고, 만세의 강상을 세우는 것에 있어서는 마찬가지이다. 이러므로 백이(伯夷)ㆍ숙제(叔齊)가 서산(西山)의 고사리를 먹고 굶주려서 몸을 마치어 은(殷)나라의 충신이 되고, 공승(龔勝)ㆍ도잠(陶潛)이 향리(鄕里)로 물러가서 부름에 응하지 않고 한(漢) 나라ㆍ진(晉) 나라의 충신이 되었으니, 어찌 강개히 죽음에 쫓기기는 쉽고 조용히 의(義)에 나아가기는 어렵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선생은 고려의 말운(末運)에 나서 이름을 간책(簡策)에 올리고 관원이 되어 조복(朝服)을 입다가, 조정이 탁란하여 나라의 운명이 장차 끊어질 것으로 보고, 선뜻 필마(匹馬)로 고향에 돌아가 세상에 은거하되 답답한 생각이 없었고, 진주(眞主)가 천명을 받게 되자 온갖 정화(政化)를 일신하게 하고, 어질고 재주 있는 자를 망라하여 하늘이 맡겨준 직책을 함께 하고자 하여, 예를 갖추어 불렀는데도 대의를 진술하여 대궐에 소전(疏牋)을 올리고, 마침내 신하 노릇 않겠다는 뜻을 완수하였으니, 그 기틀을 밝게 보는 것은 신도반(申屠蟠)에게 사양하지 않으며, 두 성씨를 섬기지 않는 충성은 마땅히 백이ㆍ숙제와 공승ㆍ도잠과 더불어 천년 뒤에도 함께 남을 것이다.
아, 주(周)나라의 덕이 지극히 거룩하지만, 화양(華陽)에서 말을 돌려 보낸 후로 수양산(首陽山)에 가서 백이ㆍ숙제를 맞아오게 하였다는 소문을 듣지 못했는데, 선생은 살아서는 사신을 보내어 맞아오게 하는 영광을 입었고, 돌아가서는 포증(褒贈)의 은전이 내렸으며, 자손을 등용하고 사당을 세워 제사지냈으니, 어찌 우리 조정의 덕이 선생으로 인하여 더욱 높아지고, 선생의 절개가 우리 조정으로 인하여 더욱 빛나게 된 것이 아니랴. 덕을 숭상하고 어진 이를 본뜨는 아름다움과, 처음이나 나중이나 출처의 바름이 모두 족히 만세에 법을 남길 만하다.
나는 불초한 몸으로써 명상지에 높은 풍도(風度)를 우러르던 차에, 이번에 이 나라에 절개있는 이를 보존하여, 모쪼록 백성의 풍기를 도탑게 하고 세상의 교화를 바로잡으라는 명도 받들었으니, 신하의 직분을 다하여 임금께 보답하고자 하는지라, 비록 한 남자 한 여자의 미천한 몸일지라도, 만약 한 가지 한 행실이 볼 것이 있다면, 반드시 흠모하여 공경을 더하는데, 하물며 선생같이 우뚝한 분에 있어서랴. 사당 아래서 절하고 쳐다보니 모습은 방불하나, 오직 금오산(金島山)과 낙동강은 어제와 같은데 선생은 어디 계시는가.
초황(蕉黃)과 여단(荔丹)을 올리오니, 영령이여 흠양하시기를 바랍니다.
[주]화양(華陽) : 주(周) 나라 무왕이 주(紂)를 쳐서 은(殷) 나라를 멸(滅)하고, 무성(武成)을 고한 다음 화산(華山)에서 해산하였다. 《서경》무성편(武成篇)에, “화산의 남쪽에서 말을 돌려 보내다.”[歸馬于華山之陽] 하였다.
[주2]초황(蕉黃) : 파초의 노란 열매(바나나)를 말한 것이요, 여단(荔丹)은 붉은 열매를 말한 것인데, 여기서 제물(祭物)로 표현한 것이다. 한유(韓愈)의 〈유주나지묘비(柳州羅池墓碑)〉에, “예자는 붉고 초실은 노랗다[荔子丹兮蕉黃].” 하였다.
백악(白岳)의 진국백(鎭國伯) 및 도읍 오방(五方)의 지신(地神)에게 칙제(勅祭)한 글
권근(權近)
새로운 도성(都城)을 개기(開基)하는 제문
상은 이렇게 말하였다.
대개 듣건대, 왕후(王侯)가 도읍을 세우매 반드시 성곽을 설치하여 그 나라를 견고히 한다고 하니, 이는 고금의 통한 이치이다. 내가 덕이 없는 사람으로 왕업을 이루게 되어 한양(漢陽)에 와 도읍을 정했나니, 침묘(寢廟)와 궁실(宮室)은 이미 완성되었으되 도성(都城)이 쌓아지지 않아 주위가 허술하고 환경이 갖추어지지 못했으니, 이 느슨히 할 수 없는 일이라, 금월 초아흐렛날에 비로소 판축(板築)의 일을 시작하여 도성을 만드는데, 농사철이 닥치기 전에 그 일을 마치기로 하였다. 신(神)은 오직 이를 도와 우양(雨陽)을 순조로이 하고 역질(疫疾)이 일어나지 않게 하여, 이 큰일을 이루어 영원히 만세의 견고한 성지(城池)가 되게 하면, 신 또한 영원히 흠향할 바 있으리라. 그리하여 이에 가르쳐 보이거니 그리 알라.
勑祭白岳鎭國伯及都邑五方地祗之神 新都城開基文
王若曰。盖聞王侯之建都。必設城郭以固國。此古今之通義也。予以否德。獲造丕業。乃來宅于漢陽。寢廟宮室旣已告成。而惟都城未築。襟袍虧踈。䂓模未備。是不可以緩也。肆以今月初九日。始興板築之役。以作都城。迨農未興。期畢其功。惟神保佑。雨暘克順。疾疫不興。俾大役而成。永爲萬世金湯之固。神亦永有所享食矣。故玆敎示。想宜知悉。
기우제문(祈雨祭文) /권근(權近)
아! 상제(上帝)가 위엄으로 굽어 살피고 형상으로 밝게 나타내 온 인간이 이를 다 쳐다보도다. 만물을 사랑해 기르되 크고 작음을 가리지 않으며, 상서와 재앙을 내리되 찬 것을 덜게 하고 겸손한 것을 유익하게 하도다. 어질지 못한 미미한 내가 온 창생의 임금이 되었나니, 덕은 없고 책임이 중하여 온갖 책망이 나에게 모이도다. 빈번히 가물이 들어 백성이 그 고초를 받았는데, 금년 여름 들어 더욱 불타는 가뭄에 시달리도다.
한발(旱魃)이 화를 짓고 비렴(飛廉)으로 보좌하여, 더운 기운을 부채질하니 불꽃은 널리 퍼지도다. 밭둑에서는 먼지가 날고 내와 못에는 물이 말랐는데, 초목은 바싹 말라 그 영향이 동물에까지 미치도다. 불쌍하구나 우리 백성이 앞으로 무엇을 먹고 살랴. 그 실로 나의 죄라 걱정하는 마음 가슴이 타는 것 같도다. 흉년이 거듭 닥치니 위망이 경각에 놓인지라, 수심에 찬 신음소리 여염에 높았도다.
오직 하늘은 백성을 사랑하여 잘 길러 살리시오. 우매한 백성은 죄가 없거늘 어찌 차마 이리하여 모두 고초를 겪어 죽게 하겠는가. 삼농(三農)이 햇볕에 말라 마치 불더미 속에 있는 형세라, 애타게 비를 부르짖는 소리 뭇 입이 같도다. 이 죄가 실로 나에게 있거니와 백성이 장차 어떻게 견딜꼬. 상림(桑林)의 기도에 육사(六事)를 들었고, 운한(雲漢)의 두려움은 사망할까 염려하였거늘, 내 마음의 걱정되고 두려움을 어찌 다 말하리요? 교궁(校宮 교사(郊祀)와 종묘)에 제사지내 신(神)이 참여하지 않음이 없었고, 생폐(牲幣)가 이미 극진하였나니 신이 어찌 흠향치 않았으랴.
하늘의 총명(聰明)함이 나로부터라, 굽어 살펴 주오. 비를 한 번 널리 뿌려 만물을 고루 적셔 주오. 이 잠깐 사이에 풍년을 점칠 수 있도다. 바라건대, 굽어 들어서 나의 지극한 정성을 믿어 주고 단비를 내려 주되 흡족히 하오. 농부에게 곡식의 여유가 있고 여자에게 비단의 여유가 있으면 환과(鰥寡)까지도 함육될 수 있으리. 공손히 하늘의 뜻을 받들어 길이 백성을 보호하며, 해마다 제사를 갖춰 감히 정성을 다하지 않음이 없으리로다.
[주1]비렴(飛廉) : 여기서는 풍신(風神)을 가리킨다. 일설에는 신금(神禽)의 이름으로 바람을 잘 일으킨다 한다.
[주2]삼농(三農) : 세 가지의 농사. 평지농(平地農)ㆍ산농(山農)ㆍ택농(澤農)을 말한다.
[주3]상림(桑林)의……육사(六事) : 은(殷)의 탕왕(湯王)이 칠년 대한(七年大旱)을 만나 상림에서 비를 빌 적에, 자신이 희생(犧牲)이 되어, ‘정사가 절도가 없는가, 백성이 직업을 잃었는가, 궁실을 화려하게 하는가, 여알이 득세하는가, 뇌물이 시행되는가, 참인이 번성하는가’의 여섯 가지 일을 들어 자책하여 상제(上帝)에게 사죄한 일이 있다. 《帝王世紀》
[주4]운한(雲漢) : 《시경》 대아(大雅)의 편명으로, 가뭄을 극복하고 굶주린 인명을 구제하려고 애쓰는 주 선왕(周宣王)의 정성을 찬양한 시다.
祈雨祭文
於皇上帝。臨下有嚴。垂象炳著。人民仰瞻。仁覆萬物。無間洪纖。降玆休咎。虧盈益謙。
眇予不糓。作牧蒼黔。德微任重。百責幷兼。頻年旱涸。民受其痁。今玆夏月。又瘧炎炎。
旱魃爲禍。佐以飛廉。熏灼吹扇。熾焰旁覃。塵飛田壟。水竭川潭。庶草枯爍。瘁及飛潛。
哀我民口。其將何餤。罪實在我。憂心如惔。飢饉荐至。危亡其阽。愁歎之聲。溢於閭閻。
惟天惠民。引養引恬。蠢蠢萬姓。罪不胥漸。胡寧忍此。具瘁以熸。三農曝背。如在炰燖。
嗷嗷呼雨。衆口攸僉。罪實在我。民將何堪。桑林之禱。六事是拈。雲漢之懼。大命爲嫌。
我心憂畏。豈可盡談。郊宮奠瘞。靡神不參。牲幤旣卒。神何不歆。聦明自我。在玆降監。
一雨普洒。萬彙均霑。是在俄傾。豊穰可占。庶回卑聽。諒我至諴。賜以甘霔。旣優旣添。
農有餘粟。女有餘縑。遂及鱞寡。得育涵淹。恭承天意。永保民碞。歲修寅祀。無敢不欽。
부인(夫人)을 대신하여 윤 장원 소종(尹壯元紹宗)에게 드리는 제문/권근(權近)
청수한 기품에 말끔한 외모요, 섬부한 학문에 활달한 웅변이로다. 본래 경륜에 뜻을 두었으나 끝내 크게 쓰이지 못하였는데, 그 자취를 거두매 홀연히 영원의 길을 걸었도다. 이것이 천명이냐. 어찌 이에 이르렀는가. 인명의 사생과 장단은 공이 이미 이 이치를 달한 분이라 의심될 것 없거니와, 늙으신 어버이가 아직 계시고 어린 자식들이 의지할 곳이 없도다. 첩(妾)의 애통한 마음 어찌 그칠 때가 있으리까! 공손히 변변치 못한 제물을 갖추어 슬픔을 머금고 드리나니, 이를 아는가 모르는가?
代夫人祭尹狀元文 紹宗
淸爽之氣。洒落之儀。贍博之學。雄辯之辭。素有經世之志。卒不得大施。斂其光韜。忽其永違。天乎命乎。何至於斯。死生之故。脩短之機。公達是理。必無疑也。老親尙在。幼兒無依。妾之所痛。曷有已時。恭修薄奠。含哀致祀。知也歟不知也歟。
문하부(門下府)가 판삼사사(判三司事) 설공 장수(偰公長壽)에게 드리는 제문/권근(權近)
금천(金天)의 정기와 화악(華岳)의 영기가 서쪽으로 내려 철인(哲人)이 나게 되었나니, 그 훌륭한 훈렬과 곧은 절의는 대대 그 아름다움을 빛내 원(元)에서부터 명성이 있었도다. 오직 공의 선고(先考)께서는 기미를 아는 분이라, 원의 말엽에 가족을 이끌고 우리나라에 와 그 자손이 안녕을 누렸도다. 공이 일어나 벼슬하여 그 정성을 다했는데, 험한 일을 당하여도 어렵다 사양하지 않고 명을 받는 족족 시행하였도다.
나랏일로 말을 달려 제정(帝庭 천자의 조정)에 두루 아뢰었나니, 세 치의 혀로 노를 삼아 만 리의 뜻을 주달하였도다. 우리의 오랑캐 옷을 고치고 예복을 더했으며, 우리의 위기를 제거하고 태평을 얻었나니, 그 공로는 백성과 사직에 있어 이 나라의 쟁쟁한 모범이로다. 그 넓은 학문에 웅장한 논변으로 재주와 인격을 갖추어 당세에서 그 훌륭함을 견줄 수 없었도다.
장수를 누리며 늙어 복록이 이처럼 영화롭더니, 어찌 하루 사이에 갑자기 형체를 감추는고? 같이 한 조정에 벼슬하여 그 의리 형제와 같았나니, 지금 와 조문하매 눈물과 콧물 가눌 길 없도다. 변변치 못한 제물을 드리면서 감히 영전에 고하노라. 나의 말이 아첨하는 것이 아니거니, 듣는가 듣지 않는가? 아, 슬프도다.
門下府祭判三司事偰公 長壽 文
金天之精。華岳之英。降于西極。哲人以生。勳烈之懿。節義之貞。炳炳世美。于原有聲。惟公先考。見幾之明。迨原之季。挈家而征。乃來東國。子孫其寧。公起而仕。克殫厥誠。險不辭難。受命輒行。驅馳王事。敷奏帝庭。棹三寸舌。達萬里情。革我胡服。加以弁纓。除我危釁。開以大平。功在民社。邦家之楨。學問之博。辭辯之宏。才全德備。世莫與京。宜壽而老。福祿是榮。何期一日。奄閟儀形。同升廊廟。義若弟兄。來門弔哭。涕泗交零。薄奠以祭。敢告明靈。我辭非佞。聆乎不聆。嗚呼哀哉尙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