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요일
틀로 짜 맞춘 듯한 빌딩 숲,자로 잰 듯 한 도로,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 여유라곤
보이지 않는 교통체증, 바쁘게 자기 갈길 만 가는 사람들. 나는 반복적인 이 생활이 지겹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회계사들이 모여있는 굼융회사이다. 내 자리는 부장과 단 1M거리.
책상 위 초록색 핸드폰 케이스는 핸드폰과 헤어졌는 지 껍질만 남은 채 바닥을
굴러다니고, 연두색의 텀블러는 책상 위 구석에 움크리고 있고, 멈춘 지 오래인 녹색시계는
의자위에 떨어져 있는 자리가 바로 내 자리다. 보고할 보고서는 이미 기한을 넘어 버린 지 오래. 내게는 미래가 없다.
점심시간. 답답한 감옥같은 회사를 나와 회사근처 공원에 들렀다. 푸른 나무들이 바람에
출렁거리는 것을 보니 이제야 사람이 사는 곳 같다. 공원은 점심시간에도 쉼 없이 일하는
직장인들 덕분에 조용했다.
내가 하는 일은 숫자 입력하기와 계산하기. 이마저도 컴퓨터들이 대신 일하고 있어
할 것이라곤 주식공부밖에 없다. 언젠가는 주식투자해서 돈을 벌어서 재테크하는 날이
오길 바라는 헛된 희망을 가지고. 벌써 퇴근시간이 지난 지 4시간. 할 일도 없는 데
부장놈은 왜 이리 열심히 일하는 지. 겨우겨우 빠져나와 버스 막차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버스타고 30여분을 달리고 버스정류장에서부터 집까지 20여분을 걸어야 우리 집이다.
오늘 따라 우리집 앞 언덕이 더욱 가파라 보인다. 아늑하다. 집이 작아서 그런지 더더욱
아늑해 보인다. 잠이 온다.
금요일
오늘은 평소보다 30분 일찍 일어났다. 여유있게 집 앞 언덕을 내려왔다. 버스를 탔다.
30분 일찍 나온 것이 내겐 너무 도움이 됬다. 버스 안 자리가 7석이 남아 있었다.
버스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들이라면 알 것 이다. 버스 안 자리를 고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그러고 보니 오늘은 금요일이다. 어쩐지 아침에 일어날 때 공기 냄새부터 다르더니만. 점심시간에는 일이 많아 미처 공원에 가지 못했지만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금요일이라 부장도 퇴근시간에 맞추어 일찍 퇴근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혼자 있으니 무엇인가 색다르게 편한 느낌도 들고 뿌듯한 느낌도 든다. 솜털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회사를 나섰다. 빵집에서 샌드위치, 딸기우유를 사 들고 한강으로 산책 나갔다. 여름이라 그런지 아직 하늘에는 해가 떠 있다. 한강 옆 잔디밭에 자리 잡고 앉으니 돈 많은 갑부들 부럽지 않았다.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었을 까. 한강자전거 도로에 반딧불이를
매달아 놓은 자전거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릴 적 보조바퀴를 뗀 자전거 뒤를
아버지가 잡고서 아빠 뒤에 있어 잡아줄게 달려봐... 두발 자전거를 처음 탔던 일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중학교 때는 자전거에 미쳐서 친구들과 같이 탄 적도 있었다.
직업을 가지기 전까지도 거의 맨날 탔던 것 같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내 취미도
포기해야했다. 집에 들어와 보니 12시. 한강에서 활력소를 얻은 덕분이다.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자전거를 핸드폰으로 검색해 보았다.
여전히 자전거에 대한 기억이 남아있나 보다.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잠깐 자전거 매장에
다녀오는 것도 나쁘지만은 않겠지. 푸른 하늘, 화사한 햇빛, 오늘 날씨는 무척이나 덥다.
집 앞 언덕만 내려왔을 뿐인데 땀이 나려고 한다. 평소라면 20분이 걸렸을 거리를 오늘은 10분만에 도착했다. 저 앞에 자전거 매장이 보인다. 매장안에 들어가자 마자 보이는
푸른 하늘아래 따스한 햇빛을 받아 더욱 더 그 빛깔을 발하는 나무처럼 회색빛깔의 칙칙한
자전거들 사이 초록빛깔의 자전거가 빛을 내고 있었다. 다른 것들을 볼 필요가 있나?
이미 그 자전거에 반해버린지라 그 자리에서 구매한 뒤에 뜨거운 거리를 달렸다. 콘크리트 건축물안에서 에어컨이 만들어낸 차가운 바람보다 뜨거운 공기가 내 귀를 스쳐갈 때의 더운 공기가 더욱 시원하게 느껴졌다. 땀에 흠뻑 젖은 옷을 벗고 씻고 나오니 상쾌했다. 운동을 하고 침대에 누우니 더욱 잠이 잘 오는 듯 하다.
일요일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기 하루 전이다. 다시는 돌아가기 싫지만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 힘들다. 내게는 더 이상의 미래가 없는 듯 하다. 소파에 앉아 잠시
멍 때리다가 문득 고개를 돌리니 어제 산 자전거가 보인다. 여행... 여행을 가볼까?..
노트북을 키고, 상사에게 메일 한통을 보냈다. 후련하다. 가슴에 막혀있던 것들이
뻥 뚤린 듯 했다. 내가 하고 싶을 것을 계획할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쁘기도 했다. 또 새로운 것과 맞부딫히기 전이다. 개대되고 설렌다. 오늘 밤은 쉽게 잘 수 없을 듯 하다.
월요일
눈 이 저절로 떠졌다. 아직 새벽이다. 정신없이 일어나 식물에거 줄 물조차 주지 못한 채 문밖을 나섰던 날들과 달리 오늘은 내게도 힘을 줄 사간도 있었다. 모자, 옷, 썬크림, 돈...돈... 돈... . 아직 이른 시간이라 사람이 많이 보이지 않았다. 큰 도로가에 나가니
청소하시는 청소부를 보았다. 종이봉투,비닐, 음식을 담던 그릇, 페트병... 여유 ,행복 ,만족 ,경험 ,자유. 청소부는 바쁘게 이 거리를 걷던 사람들이 떨어뜨리고 간 것들을
쓰레기 봉투에 넣었다. 이른 아침부터 바삐 일하시는 그 분을 보니 내 자신이 언뜻 부끄러워지기도 했다. 길을 조금 달리니 한강이 보였다. 한강도로를 달리다 보니 지하철을 타고 가면서 본 한강의 느낌과는 색달랐다. 내 앞에 작은 발로 페달을 돌리며 아빠를 따라가는 귀여운 아이가 지나갔다. 나도 어릴 적에는 자주 아버지와 자전거를 탔었는 데 모르는 길을 가더라도 내 앞에 든든한 우리아빠가 있어 안심하고 따라갔던 기억이 난다. 한참을
달렸을 까 높은 건물들은 어느 새 사라져 버리고 논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물이 마시고 싶다. 아 이런.. 지금 필요한 물은 없고 지갑에 돈만 가득했다. 목이 마르다. 돈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목이 말라서 축 쳐진 채 10여분 정도를 달렸을 까. 눈앞에 조그만한 구멍가게가 보였다. 가게에 들어가서 물을 골랐다.
“자전거 일주하시나 봐요?”
“네! 사회일이 답답하기도 하고..해서 잠시 일 쉬고 나왔어요”
“그렇군요..저도 예전에 자전거에 관심이 많아서 대회도 나가고 상도 받고 그랬는 데
자식이 원하는 꿈을 이루어 주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더군요..앞으로 남은 일주
완주하시길 빌겠습니다”
가게를 나와 하늘을 바라보았다. 내가 고등학생 때 돈과 꿈을 선택하라면 나는 꿈을
선택했다. 하지만 나의 아버지, 모든 아버지들은 돈을 선택했다. 돈이 꿈보다 더 좋아서?
아니다. 우리들, 자식들의 꿈을 이루워 주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 아버지들의 꿈은 단순한 것이였다. 자식과 여행가기, 밥먹기, 함께 시간 보내기... 문득 아버지가 보고 싶어진다.
12시가 넘어가고 점점 온도는 높아져 갔다. 논에서 일하는 농부들의 땀과 같이 주륵주륵
물방울들이 흐르기 시작했다. 오르막이 끝나고, 내리막이 보였다. 페달을 굴리지 않아도
자전거가 빠르게 내려간다. 더욱더 빨라진다. 무서우면서도 후련하다. 자동차를 탈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내리막을 거의 다 내려와서는 브레이크를 잡느라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잠시 그늘에서 쉬었다가 가기로 했다. 바람이 분다. 나무에서 나무로 전달되어
오 듯 차례로 흔들이더니 내가 있는 곳까지 바람이 불어왔다. 사람이 만든 에어컨이 아무리 시원하다 한들 자연에서 불어온 바람처럼 시원할까 싶다. 방울방울 맺혔던 땀은 어느 새
마르고 없어졌다. 잠시 쉬다가 해가 슬슬 지는 것이 보였다. 서둘러서 달렸다. 근처에는
온통 산 뿐이였다. 다행이도 저 멀리 편의점이 보였다. 컵라면을 사 먹었다. 학창시절
학교가 끝나면 친구와 집가던 도중 맨날 컵라면을 사 먹곤 했었는데. 또 시험기간이면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다가 배가 고플 때쯤 나와서 컵라면과 우유를 사 먹곤 했다. 그때는 어서 어른이 되어서 내가 하고 싶은 것들만 하면서 살고 싶었는데 지금 와서 보니 오히려 공부에만 신경을 쓰면 됬었던 그 시절이 부럽다. 잠을 잘 곳이 없다. 다행히 편의점을
하시는 주인아저씨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 게 되었다. 집에 들어가보니 마치 어릴 적 우리집을 보는 들 했다. 카세트 테이프도 보였다. 배불뚝이 TV는 아직도 작동하는 가 보다.
땀내 나는 옷을 벗고 샤워를 하고 나왔다. 시원하다. 개운하다. 기분 좋다. 오랜만에
느껴본다. 피곤하다. 내일은 무슨 일이 있을 까 걱정도 되면서 기대도 된다.
화요일
저절로 눈이 떠졌다. 시간을 보니 새벽 5시다. 주말이나 쉬는 날마나 느끼는 것이지만
평소에는 그렇게 많던 잠이 주말에는 달아나 버린다는 것이다. 주인아저씨께서 먼저 일어나셨나보다. 밥 짓는 소리가 들린다. 마치 어릴 적 학교가기 전에 들리던 어머니께서
아침밥을 해 주시는 소리같았다. 주인아저씨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 뒤 밥을 먹었다.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밥. 배를 든든히 채운 뒤 편의점을 나섰다. 숙소라고 하기도
뭐하다. 하루동안 주인아저씨와 정이 들었다. 사람과 소통한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 같다. 어젯밤 정신없이 온 덕분에 여기가 여주시라는 것은 방금 알았다. 오늘 목표량은
충주시청까지 가는 것이다. 다시 달린다. 도로를 달리니 터널이 자주 보인다. 터널 안을
달릴 때 마치 순간이동을 하는 것 같다. 기다란 어둠 속을 헤치고 나오면 밝은 빛이 보이고 세상이 보인다. 희망을 찾아 달리는 것처럼 터널을 나오니 푸른 산들이 도로를 둘러싸고
있었다. 온통 산이다. 자연 속에 있을 때 나는 편안하다. 점심 때가 지나갈 무렵, 하늘이
달라졌다. 쨍쨍 비추던 해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구름이 점점 짙게 끼기 시작했다. 내 마음도 점점 다급해 지기 시작했다. 고요한 도로 위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후두둑 빗줄기가 두꺼워지고 내 등도 젖어가고 있었다. 이미 다 젖었다. 중학교때
자전거타고 등하교할 때 여름에 감자기 소나기가 내리는 바람에 비를 맞아가며 집에 달려갈 때가 기억난다. 비를 피해 잠시 나무 밑에서 쉬기도 하며 집에 들어가선 물기가득한 자전거를 수건으로 닦아 주었다. 저 앞에 터널이 보인다. 잠시 비를 피해야 겠다. 터널 입구에서 비내리는 모습을 보니 또 마음이 편해진다.
자전거상태를 보다가 뒷바퀴가 바람이 없다. 차도 잘 다니지 않는 이곳에서 어쩌지.
비는 거의 그친 것같다. 자전거를 끌고 가면서 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내가 왜 이곳에 있나 편하게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일할 수 도 있는데 괜히 생고생을 하나 라는 생각도 들기도 했다. 멀리서 차가 온다. 손을 흔들었다. 바람과 함께 차가 사라졌다. 걷는 다. 걷고 또
걸었다. 차가 온다. 이번에는 멈춰주겠지. 기대했던 내가 잘못이다. 주변 경치가 더 잘 보인다. 천천히 걸어가서 그런 가 보다. 한 트럭이 내 옆에 멈춰섰다.
"무슨 일 있으세요? 시내까지 태워다 드릴 까요?“
주변 경치가 빠르게 지나 간다.
“감사합니다”
“별 말씀을 요. 그나저나 서울에서 일한다고 했었나? 나도 젊었을 적에는 서울에서 살고 싶었었지. 물론 잠깐 살기도 했었어. 근데 나이가 먹고 시간이 흐르다 보니 자연과 가까이 있는 게 더 좋지 뭐야. 음? 안그럴거 같다고? 자네도 나이 먹어봐야 알아. 근데 주말도 아니고 평일에 여긴 무슨 일로 회사도 안 가고 자전거를 타고 있나? 잠시 쉬는 것도 좋지만 너무 무리하지는 말게.”
40여분을 달렸을 까 건물들이 보이더니 점점 높아졌다.
“나는 볼 일이 있어서 여기서 그만 가 봐야겠네. 남은 일정도 안전하게 마치길 비네”
아직 세상에는 정 많은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로부터 에너지를 얻을 때도 많다. 바로 오늘처럼. 자전거포에 들어가니 한 어르신이 펑크난 신사용자전거를 수리하고 계셨다.
여기저기 까진 부분들과 녹슨 부분들이 많지만 계속 타고 다니시는 것을 보니 정이 많으신 분 같다. 자전거를 수리하고 다시 달렸다. 충주시청이다!! 근처 여관에 들어갔다. 비를 맞은 몸을 씻고 가방을 말렸다. 서울에서 여기까지 거리는 160km 많이 왔다. 내일은 문경새재를 넘어가야 된다. 서둘러 잠에 들었다.
수요일
여관을 나와 경쾌한 바퀴 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새벽길을 달렸다. 벌써 반이나 왔다.
어제 비가 와서 그런지 공기가 더 맑아진 거 같다. 하늘도 푸르고 새 파랗다. 문경시에
가는 도중 찻집이 있어 잠시 쉴 겸 들렸다. 연갈색 벽에 흰 글씨로 데코를 한 방의 분위기는 마치 내가 하룻 동안 일하고 와서 집에 들어갔을 때와의 분위기와 비슷했다. 포근하고 그 동안 쌓였던 피로가 다 풀리는 듯 했다. 차 마시는 법은 고등학교 때 한번 해본지라
익숙했다. 한 손으로 찻잔을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 찻잔을 잡고 향기를 맡고 세 번에 걸쳐 차를 음미했다. 여유로움이 너무 좋았다. 바쁜 생활 속에서 여유를 느끼기란 매우 힘든데 지금처럼 편안하게 차를 즐길 때 너무 행복하다. 고생을 하고 난 뒤 휴식을 갖는 거라서
더욱 좋았다. 문경새재를 달린다. 오르막길이 조금 힘들지만 그래도 멈출 수 없었다. 숨이 점점 차 올랐다. 옆을 보니 저 멀리 산들이 다 보였다. 이화령에 올랐다. 이제 내리막길만 남았다. 그늘을 찾아 서 숨을 추렸다. 이제 고생 끝이다. 편하게 내려갈 일만 남았다.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다. 짜릿한 느낌이 온 몸에 전해져왔다. 고생한 보람이 있다.
대구문양역에 거의 다 도착했다. 다리가 떨린다. 몇날 몇일을 하루종일 햇빛을 쐿더니
어지럽기도 하고 피부도 따갑기도 했다. 도착!! 역사 옆에 유명한 칼국수집이 있다해서 찾아갔다. 역시 형형색색의 등산복을 입은 사람들이 가득했다. 구석진 곳에 자릴 잡고 앉았다.
긴 기다림 끝에 칼국수가 나왔다. 후루룩 어렸을 적 엄마 손잡고 동네에서 유명한 칼국수 집에 찾아가서 줄을 서서 먹었던 칼국수와 맛이 같았다. 밖에 나오니 노을이 하늘을 가득 매웠다. 대구 시내에 가니 네온사인들이 반딧불이처럼 빛나고 있었다. 호텔을 잡고 방안에 자전거를 두고 씻고 나오니 대구 시내를 둘러보고 싶어서 나왔다. 사람들이 바삐 지나가고 먹을 것을 먹으면서 해맑은 표정으로 시내를 활보하고 있었다. 내일이 마지막 하루다. 120km만 더 달리면 최종목적지인 부산에 도착한다. 하루밖에 남지 않아서 인지 나도
모르게 잠이 오질 않았다. 한참을 뒤척여서야 잠에 들었다.
목요일
창 밖으로 햇빛이 들어왔다. 잠을 잘못잤는 지 목이 뻐근했다. 여기저기 아픈 곳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짜증은 나지 않았다. 부산이 코 앞이다. 여기까지와서 포기하고 싶진 않았다. 마지막 날이라 아쉬움도 가득했다. 처음 출발할 때는 언제 부산까지 가나
내가 갈 수는 있을 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가득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오히려 여러 목표들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들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부산 이정표가 보인다. 바닥을 보고 달린다. 정면을 보고 달리면 언제 저기까지 가지? 괜히 더 힘들기도 하고 그렇지만
바닥을 보고 가면 주변 경치는 보이지 않지만 어느 새인가 저 멀리에만 있던 곳이 내 앞에 와있다. 그렇게 계속 달렸다. 바닷가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부산에 도착했다. 해운대를 찾아 부산을 돌아다녔다. 저기다! 4일동안의 긴 여정의 마침표다. 뿌듯했다. 처음에는
어떻게 시작해야 될 지도 모르겠고 가는 길도 모르고 헤매기도 하고 비도 맞고 바퀴도
펑크나는 일도 겪었지만 후회는 없다. 해가 질 때까지 해운대 앞바다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내일은 다시 서울로 올라가야한다. 월요일에는 이번 여정이 끝나면 다시 서울에 올라가야한다는 것이 두려웠지만 이젠 아니다. 사소한 것에서 행복을 느끼고 힘든 일이 있어야 좋을 일이 일어났을 때 그 가치를 알고 더욱 더 소중히 쓸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다.
금요일
KTX에 탑승했다. 창문으로 지나가는 풍경이 내가 지나갔던 곳이라고 생각하니 전혀
색다르게 보였다. 4일동안 몸이 피로했는 지 곧 잠에 들었다. 눈을 뜨니 이미 서울에 도착한 지 오래다. 오늘은 별 다른 일정조차 잡지 않고 집에 들어가 씻고 침대에 누웠다.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만은 상쾌했다.
주말이 지나고...
월요일
출근이다. 마치 첫 입사때와 같은 마음으로 회사에 들어갔다. 일주일동안 여행을 다녀오면서 활력소를 많이 얻어서 그런 거같다. 출근해서 보니 내 자리가 제자리를 되찾았다.
핸드폰 케이스는 암탉이 제 알을 품은 마냥 핸드폰을 감싸고 있고, 텀블러는 산속 약수터에서 방금 떠온 1급수가 담긴 채
목마를 때 잡기 좋은 위치에 놓여 있었고, 시계는 쌩쌩한 새 배터리로 갈은 듯 째깍째깍
책상 위에서 돌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