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민학교 제 21회 졸업식 축사
어제 11시에 수원시민학교 졸업식을 거행하였다.
금요일 저녁에 수원시민학교 수업을 하고
집에 밤 10시에 들어갔는데
아침부터 나오기는 좀 억울했다.
딸래미를 학원에 내려주고
근처 커피숍에서 축사 문구를 다듬었다.
먼저 오늘 뜻깊은 졸업을 맞은 졸업생 여러분께 축하 인사를 드린다.
아울러 바쁘신 와중에도 이 자리에 참석해주신 여러 선생님들과 내외빈들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졸업식 때 마다 무슨 말을 해야할 지 참 고민스럽다.
본래 남 앞에 서는 걸 즐겨하지 않는 사람인데, 인생을 살면서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앞에 서야 할 때가 많은 것 같다.
이 점 감안하시고, 어쩌면 이 자리에 잘 어울리지 않을 한말씀 드리겠다.
굶어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그를 불쌍히 여겨 울어준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는 좋은 사람인가?
왜 죽을 지경이 되도록 가만히 있었느냐?
일을 해서 돈을 벌든지, 그것도 아니면 구걸이라도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책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과연 그는 좋은 사람인가?
그를 위해 작은 손길이라도
한 번 내밀어주고
밥 한끼라도 내어 준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
수원시민학교를 설립하신 고 박무영 교장선생님이 좋은 사람이자
진정한 어른이라고 믿는다.
그분은 배움이 간절하고 배고픈 이들에게 일용할 양식을 내어주셨다.
작은 실천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고 믿는다.
한발짝 떨어져서 팔짱을 낀 채
때론 걱정하고 때론 화를 낸다고 하여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
2년 가까이 정기 후원을 하던 친구가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서
급여가 월 백만원 가량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더이상 후원을 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어렵게 했다.
친구에게 그동안 너무 고마웠단 인사를 전했다.
요새 세상 살이가 이렇게 힘들어지고 있다.
이러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내 일처럼 발 벗고 나서주신 여러 선생님들의 노고 덕분에 수원시민학교가
21회 졸업식을 맞이 할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오늘 졸업하시는 학생 여러분들도 각자의 어려운 여건 아래서 공부하시느라 수고 많으셨다.
여러분이 공짜로 배운 것이 아니라
선생님들의 피와 땀으로 배운 것이니, 앞으로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손 한번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졸업은 또 다른 시작이니
여러분의 앞날에 서광이 비추길 기원한다.
다시 한 번 영광스런 졸업을 축하하며 축사를 가름한다.
감사하다. 끝.
수원시민학교 졸업식은 늘 그러했듯
과거 어려웠던 시절의 한을
검정고시 합격으로 풀어내는
'한풀이'의 장이다.
졸업생 한 명 한 명 마다 구구절절
예전 어디선가에서 한번 들어봄직했던
사연을 풀어냈고, 다들 한두가지씩 마련한 음식으로 회포를 풀었다.
나에게 졸업식은 늘 힘들다.
힘들 예정이다. 진짜 끝.
첫댓글 아름다운 말씀 감사합니다.
교장 선생님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