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령대(조회대)를 없애다
학교 구령대에 올라가 크게 명령할 일 없다. 그러니 구령대의 구령 쓸모는 사라졌다. 구령대의 다른 이름은 조회대다. 전체 학생이 아침부터 운동장에 모여 조회대 위에서 훈화하는 교장의 말을 들을 일 없으니 조회대 쓸모도 사라졌다. 우리 학교 구령대는 아이들이 노는 공간일 뿐이다.
놀이 공간, 발표 공간, 잇는 공간으로 구령대를 바꾸었다. 높이만 낮추어도 쓸모가 늘어난다. 방학보다 나흘 연휴를 이용해서 공사했다. 철거, 레미콘으로 시멘트 붓기, 기둥 세우기, 철재 받침틀 깔기, 나무 깔판 깔기, 크레인으로 지붕 덮기 같은 차례로 진행되었다. 콘크리트 바닥과 철재틀이 중요하다. 이것이 약하면 나중에 기반이 약해져서 보수 공사가 늘어난다. 원래 지난 일요일에 마쳐야 하는데 비도 오고 지붕 얹는 작업이 만만치 않아 어제 완공되었다.
쌍령초는 공간이 부족하다. 가능하면 빈 터를 늘리고자 했다. 이미 중앙 놀이 쉼터와 본관 1층 두 교실 벽을 허물어 2020년 기둥 사이 빈 공간을 마련했다. 아이들은 후관, 놀이쉼터, 본관 기둥 빈 공간, 본관 앞까지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구령대가 운동장과 본관을 막고 있어 흐름이 막혔다. 이번에 구령대를 낮추어 운동장과 본관을 잇는 계단 겸 발표 무대로 쓸 수 있게 했다.
공사하는 동안 운동장을 쓰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새 공간에서 춤 공연을 하겠다는 학생회부터 학년 수업을 이곳에서 하겠다는 선생님까지 기대도 부풀었다. 공사할 때 옆에서 지켜보느라 밖에 나가 있었더니 얼굴이 많이 탔다. 아이들이 어떻게 쓰는지 살펴봐야겠다.
앞으로 아이들이 이 공간에 어떤 이야기를 만들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