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뜨고 흥겹고 기분 좋았던 정모의 여운을 매만지며
낮은 곳까지 내려앉은 별빛 아가씨와 함께 어울리다가
어느샌가 꿈나라 여행을 떠나고...
이른 아침 와우농장네의 초청에 길안면으로 출발하기 위해 서둘렀다.
아직 새벽 6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라 어제 행사로 너무 피곤하셨을
보화다원 가을미인님께는 너무 이른 시간이라 연락도 못 드리고
지은농산님, 외길인생님과 함께 새벽 안개가 자욱한 길을 떠난다.
가다가 복주요양병원에 지은농산님, 외길인생님 차를 주차해놓고
내 차 한대로만 타고 갔다.
서후면 보화다원에서 길안면 와우농장까지는 꽤 먼 거리였다.
짙은 안개를 비집고 도착하니 7시가 넘은 시간...
어제 정모 끝나고 늦은 시간까지 같이 2차 하다가 새벽에 귀가하셔서 많이 피곤하실텐데
그래도 밝은 얼굴로 반갑게 맞으며 아침상까지 챙겨주시는 와우농장님!
식사를 마치자마자 약 2km 정도 떨어져 있는 고추 하우스에 가서 고추를 땄다.
오이만한 풋고추들이 주렁주렁 달렸는데 안 따면 다 뽑아낼건데
너무 아까우니 아낌없이 따가시라 하는데 정말 시간만 있다면 다 따가고 싶다.
비료 포대로 각자 두어 포대씩 따서 차에 싣고 와우농장님댁으로 다시 왔다.
집 바로 옆에 있는 사과밭에서 사과를 따 가라는데
1년 내내 힘들게 농사지은 사과를 솔직이 양심상 좋은건 딸 수가 없어
무르고 흠이 좀 있는 것만 땄더니 무른건 안된다며 좋은 걸로 담아 주신다.
사과즙도 주려고 했는데 못찾겠다며 칡즙을 한박스씩 주신다.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려고 안달 나셨다.
집 짓는다고 난리고 바쁜데 너무 신경을 써 주시니 미안할 따름이다.
외길인생님은 가족들과의 일정이 있으셔서 먼저 가신다고 떠나고
지은농산님이 오늘 하루 관광 가이드를 해주시겠다고 자청하신다.
난생 처음으로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을 가 보았다.
하회마을이라 이름이 지어진 것은
낙동강이 이 마을을 S자 모양으로 휘감고 돌아 흐른다고 해서 유래된 것이라 한다.
전통적인 우리나라의 유교문화가 살아 숨쉬고 고건축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는 것 같았다.
시간이 많지 않아 다 둘러보지는 못하고 중간쯤에서 돌아 나왔다.
지은농산님 안내로 경북 예천에 이전될 경북도청과 주변 건설 현장도 둘러 보았다.
그런데 엄청난 공사 현장에 잘못 들어가 길을 찾느라 얼마를 헤맸던지...ㅎㅎㅎ
점심은 예천에서 유명한 용궁순대를 사주신다기에 맛있게 먹으려고
중간에 군것질도 하지 않았다.ㅋㅋ...
겨우 길을 찾아나와 한참을 따라가니 어느 시골집으로 들어가 주차하신다.
난 거기가 용궁순대집인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지은농산님 댁이었다.ㅎㅎㅎ...
지은 할아버님이 나오셔서 반겨 주신다.
굳이 안방까지 들어오라고 하셔서 소파에 앉아 우유 한잔도 하였다.
지은 할아버님께서는 소문과는 달리(?) 말씀도 잘 하시고 인상도 좋으셨다.ㅎㅎ
아직 식사도 안했다는 말씀에 배 고프겠다고 빨리 밥 먹으라고 하신다.
배 한박스와 배즙도 한박스 챙겨서 친절하게 차에 실어 주신다.
넘치는 정과 감사함에 배꼽 인사를 드리고 지은농산님을 따라 가는데
또 어느 소로길로 들어 가신다. 그 유명한 지은농산 배밭이었다.
거기 한쪽에 대파를 심어 놓으셨는데 그걸 한아름 뽑아들고 다듬으신다.
나 가져가라고 그것까지 챙겨 주시는거다.
정말 과분한 배려에 목에 뜨거운 무언가가 울컥하고 감정이 격해진다.
또 얼마를 이동해서 드디어 그 유명한 용궁순대집이다.
오후 2시가 넘었는데도 줄 서 있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겨우 한자리 차지하고 앉아서 용궁순대와 순대국밥을 먹었다.
곁들여 용궁 막걸리도 한잔씩....ㅎㅎ
그런데 어느새 나도 모르게 지은농산님이 계산을 다 해버렸다.
주문서는 내 손에 꽉 쥐고 있는데 식사 도중에 이럴 수가...
회룡포 마을 전경을 보기 위해 장안사가 있는 비룡산 전망대에 올랐다.
지은농산님은 계단을 오르면 다리가 아프시다고 장안사 절 바로 아래
상가 휴게의자에 계시고 나 혼자만 서둘러 올라갔다.
전망대에 오르는 계단 양쪽 곳곳에 시가 적혀있는 나뭇판들이 꽂혀 있고...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회룡포마을의 전경이 정말 신비롭고 아름답다.
회룡포마을을 350도 휘감아도는 내성천이 있어 꼭 바다에 떠있는 섬 같은데
지금은 내성천 물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 백사장만 넓게 보인다.
다음으론 회룡포에서 그리 멀지 않은 삼강주막으로 이동을 했다.
오후 3시가 넘어 4시경인데도 아직도 차와 사람들로 엄청 북적인다.
삼강이라 함은 예천의 내성천과 금천, 낙동강이 합쳐지는 지점이라 하여
그렇게 불렸고 그 나루터에 있는 주막이라 하여 삼강주막이라고 불린단다.
용궁순대 먹은지 얼마 안돼 아직 배가 부른데 지은농산님께선
여기 왔으니 맛은 봐야 되지 않느냐 하시며 도토리묵과 배추전을 또 사주셨다.
주막에 들어앉아 삼강주막 주말 상설공연장에서 펼쳐지는
2014 마지막 공연인 초청가수의 흥겨운 굿바이 공연 한마당을 같이 즐겼다.
이제는 정말 헤어질 시간...
오늘 하루 막둥이 동생같은 나를 데리고 싫은 표정 하나 없이
안동에서 예천까지 볼거리와 먹거리 투어를 안내해주신
큰 누님 지은농산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말씀으론 하나도 안 바쁘시다고 하셨지만 바쁘고 피곤하셨을텐데
너무 많은 은혜와 신세를 지고 와서 감사하고 송구스럽습니다.
전주에 오실 기회가 있으시면 꼭 보은하겠습니다.
오후 5시가 넘어 출발하니 밤 9시가 다 되어 집에 도착되었다.
차 트렁크와 뒷좌석에 가득한 선물들을 안고 행복한 귀가였다.
첫댓글 준서비님 보화다원에서 와우농장들려보고 지은농산들려서
하외마을을 경북도청 지나 회룡포 용궁순대 드시고 삼강주막 들려서
집까지 가시느라고 고생하셨습니다.
에고 근데 와우농장 밥상이 빠졌네요.
내가 찍었는지 모르겠네요.
오늘 1박2일 다녀와서 찾아 볼게요.
어제 저녁에 풋고추 부각 만들었어요.
너무 민폐만 끼치고 와서 죄송했어요.
농장님네 아침밥상을 못 찍었나봐요. 없어요.
벌써 풋고추 부각을 만드셨군요. 전 아직...
끝까지 같이못해 아쉬웠네요
아뭏튼 미안한 마음이 자꾸드는건 왜일까요
감사했습니다
아이구 무슨 말씀을요.
하룻밤 같이 해주신 것만 해도 너무 감사한걸요.
늘 좋은 인상과 좋은 기억을 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일박이일ㅡㅡㅡ
넉넉한 마음 인심을 가지않아도 다 느껴지네요ᆢ
그렇죠 후한 인심에 마음까지 따뜻하고 행복합니다.
호박한덩어리 챙겨 주지 못했네요.
식사도 제대로 못 챙겨 드리고.
같이 동행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 얼마나 더 챙겨 주시려구요 다 챙겨 왔는데
정말 너무 너무 감사했습니다.
집도 지으시느라 어수선하고 바쁘신데
저희들까지 가서 밥 먹고 고추,
외려 송구스런 마음입니다.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