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齒)
김윤이
전에, 호의를 느꼈던 사람에게서 치과치료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 내 뻐드렁니에 대한 얘기는 함구했다. 엄마를 하나도 닮지 않은 얼굴에서 유일하게 판박이한 치열, 뜬금없이 여자 심벌 같다는 생각. 장래 어떤 변화가 오려고 또는 골이 나 그랬을까. 그가 알던 날 뜯어고치고 싶어, 인생 찬스를 맞이할지도. 결정 못하는 내가 못마땅해 심벌로 낱글자 이(齒)를 정했다.
속 시원하지 않다. 한꺼번에 뽑는 걸 희망하니 의사는 죽는다며 만류한다. 겉핥기로 알고 있었나. 말했듯 이(齒)가 생사여탈권을 행사하다니 사기 협잡술 같다. 괜스레 속마음만 뻐드렁니처럼 뻗쳤다. 금세 불꽃 일고 타는 냄새로 에워싸이는 꼴, 깊이 박힌 영구치여서 이토록 몸서리쳐지는지 금속음으로 조인 머리를 석션기가 빨아들인다.
피 흘리는 교체로 기력 빠진 오무래미. 살아생전 사교성 좋게 웃는 나, 나답게 웃는 나 돼보려나. 이 구석진 곳에도 볕들 날 올 수 있다는 믿음으로 입 속 핥아보아도 어디가 아픈지 정확치 않다. 애옥한 집에 시집와 평생 옥니로 웃는 여자 때문인가. 환심 사려던 버젓이 환한 그 웃음이 아픔의 온상인가. 무언가는 유실되었다. 새어나오는 발음으로 가까스로 말해본다. 무기력하게 사지 벌리고, 마치, 온몸 뜨겁고 얼얼한 입으로 변한 듯이. 사랑해,
그대는 내 속의 것인가. 모를 속을 들어냈다.
김윤이
1976년 서울 생.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 외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