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는
나의 보믈들을
영원히 의미있게 바라볼
유일한 사람인 '나 자신' 곁에 함께
묻겠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언제나 내 트렁크를
터질 듯 가득 채웠던 집시풍의
옷가지들 중 아직 쓸만하고 솔기가
터지지 않은 것들을 추려 늘 내 옷들을
부러워했던 티벳 친구 율리에게 주었다.
그리고
나의 길 위에서
나의 삶을 함께 담고
굴러준 상처 투성이의 바퀴 달린
여행 가방과 카메라와 여권을 넣는 비닐
주머니가 달린 작은 백팩은, 늘 떠나야겠다고
다짐만 하지만 늘 다음 달이 보너스 달이기 때문에
출근을 빼먹지 못하는 내 은행원 친구 지현이에게 주었다.
이것만 있으면
사람들을 떠날 수 있다.
그리고 내가 지닌것 중 가장
값나가는 물건인 98년형 노트북
컴퓨터는 게임에도, 다운로드에도
그다지 관심이 없는, 그저 떠돌아 다니면서
글을 쓰고 싶어하는 학생이 혹시 있으면 주라고
문예창작과 조교로 일하고 있는 선배 언니에게주었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것이 내 사진들이었다.
상자
가득가득
담긴 정리되지 않은
필름 사진들과 컴퓨터가
휘청거릴 정도로 쌓인 디지털 사진들,
누구에게 주어야 하나? 엄마에게 줄 수는 없다.
나는
그것들이
어떤 식으로 우리 엄마같은
성격의 엄마를 괴롭힐 지 잘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