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있음의 날 경전공부 _ 4월 20일. 비에 젖어 초록이 짙어진 날
이른 8시경 운동장을 가로질러 명상수련원으로 들어서다 낭랑하게 들려오는 반야심경 독경소리에 발걸음이 멈춰졌어요. 배움터 전체를 감싸는 듯 참 좋네요.
명상 후 도서관 풍경소리방에 일부, 향원, 구정, 자허, 소현. 둘러앉았어요.
“옴아라바나자띠” 실상을 아는 지혜가 생겨나길 바라며 문수보살진언, 잠시 마음모으고 「장일순 평전」을 펼쳐요.
공부란 종지가 있어야 한다지요. 장일순선생님을 통해 뿌리를 보고 알아갑니다. 이렇게 모르는 것을 알아가고 알고 있는 것을 반복하고 깊어가는 것이 참공부겠지요.
오늘은 장일순선생님의 생명사상의 뿌리인 동학에 대해 배워나가요.
책을 읽으며 나라는 사람이 참으로 무식하다는 것을 절감하며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소중하게 배움의 씨앗이 심기기를 바라는 마음이 절로 올라오네요.
선생님의 말씀 한토막,
“1946년에 수운 최제우와 해월을 알게 되었지요. 영원한 세계, 이 땅에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말씀들을 다 가지고 있더라구요. 그렇게 되니까 이 쑥매기가 함부로 갈 지(之) 자를 못 하겠더군요.”
지금 후기를 쓰고 있는 이 쑥매기는 언제쯤에나 선생님 발꿈치를 따라갈까요? 스승에게 배운다는 것이 바로 이것이겠지요. 집요하게 탐구하여 내 몸으로 체화하고 실행하기!
최시형은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기본 가치 아래 생명을 중시했어요. 하늘을 섬기고(敬天), 사람을 섬기고(敬人), 천지만물을 섬기라(敬物)는 것이지요. 10여년전 선생님 추모제에 갔을 때 어디에선가 ‘天地如我同根이요 萬物如我一體’라는 비문을 만나는 순간 가슴에 새겨졌어요. 그러나 몸으로 실천하기란 참 쉽지가 않네요. 그저 더 깊어지기를 바랄 뿐. 머리에서 가슴으로 내려가는 30센티가 가장 멀다는데 손발까지 오려면 조급하게 굴지 말아야겠지요.
장일순선생님은 말씀하셔요. “동학은 물질과 사람이 다 같이 우주생명인 ‘한울’을 그 안에 모시고 있는 거룩한 생명임을 깨닫고 이들을 ‘님’으로 섬기면서[侍] 키우는[養] 사회적, 윤리적 실천을 수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한다. 자연과 인간을 자기 안에 통일하면서 모든 생명과 공진화해가는 할울을 이 세상에 재현시켜야 할 책임이 바로 시천(侍天)과 양천(養天)의 주체인 인간에게 있다고 한다.”
아하, 그래서 동학을 배운 7.8.9학년 동무들이 천.지.인.이라고 이름하였군요. 옛어른들이 쌀 한톨에 천지인 삼재가 들어있다구요.
선생님은 모심, 시(侍)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셔요.
“사람이 일상생활에 있어서 만 가지를 다 헤아리고 갈 수는 없는 거지요. 그러나 자기가 타고난 성품대로 물가에 피는 꽃이면 물가에 피는 꽃대로, 돌이 높여 있을 자리면 돌이 놓여 있을 만큼의 자리에서 자기 몫을 다하고 가면 ‘모시는 것을 다 하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렇다고 해서 딴 사람이 모시고 가는 것을 잘못됐다고 할 수도 없지요. 있음으로써 즐거운 거니까. 동고동락(同苦同樂) 관계거든요. … 공생하는 건데, 공생관계는 각자를 긍정해주는 것이란 말이에요. 각자를 긍정해줘야 모시는 것이 되는 거잖아요?”
'있는 그대로' '모심' ... 쉬운 듯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알듯말듯하지만 그럼에도 더 깊어지기를요.
# 27일 흙날, 깨어있음의 날 경전공부는 이른 8시 명상으로 시작됩니다.
※ 5월17-18일. 무위당선생님 30주기에 함께 가실 분은 댓글로 알려주시길요. 무위당학교가 진행되어서 두더지께서는 하루 전에 가신다 하니 그때 같이 가실 분도 알려주세요^^
모든 중생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