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은 예로부터 귀한 존재이다. 집에 찾아오면 반갑게 대해주고 숙식을 제공하기도 한다. 우리 집은 3대가 같이 살았다. 사랑방에서 할아버지와 손님께서 나누는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옆에서 귀동냥하며 자랐다. 그 안에서는 사회, 정치, 가정사가 포함되고 각종 정보와 잡다한 이야기들이 열띤 토론을 통해 하나의 줄거리로 이어지고 조율되고 정리되곤 하였다.
다양한 손님들이 오고가는 와중에도 어머니께서는 음식을 장만하고 대접하는데 게을리하지 않으셨다. 힘든 내색을 토로하지 않았지만 당시의 상황을 유추할 때 그 노고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요즘은 핵가족시대라 손님도 예전에 비하면 거의 없다. 아마 다른 집안도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단절과 고립의 시대는 조용하고 단조로움을 떠나 씁쓸함을 느끼게 한다. 그래서 노인들은 명절 등이 끝나고 가족이 떠나가면 극심한 외로움과 허탈감에 빠져 사회문제가 되곤 한다.
그래서 사람 사는 세상이 더욱 그리워진다. 서로 어울려 부대끼고 울며 웃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은 일이 되지 싶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나는 시장이나 식당, 은행, 관공서 등을 방문할 때 유심히 직원들을 관찰한다.
친근히 웃으며 맞이하는 사람, 무뚝뚝한 사람,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는 사람 등 다양한 형태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때로 유쾌한 감정을 가지고 떠날 때도 있지만 불쾌한 감정을 가지고 떠날 때도 있다. 기분이 언짢을 때는 나 자신이 상대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았는지, 혹은 무뚝뚝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 보기도 한다.
사위는 백년손님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어려운 상대라는 뜻이다. 나는 장인어른 과, 장모님이 돌아가셔서 처가 집에 가도 반겨줄 사람이 없다. 이제 백년손님은 아닌 것 같아 약간은 씁쓸하다.
남의 집을 방문할 때는 조그만한 선물이라도 가져간다. 주인은 손님의 손을 본다는 이야기에 맞추기 위해서이다. 선물의 종루도 방문목적에 따라 다르다.
집들이 때는 잘 풀리고 부자 되라고 화장지 등을 준비한다.
개업하는 곳에는 화환 등 꽃 종류가 주류이다. 병문안에는 음료수 아니면 돈봉투등이다. 친구 집에 가면 막걸리와 음식가지를 준비한다.
설이 되면 손님들이 오고 간다. 그때즈음에 어린이들은 기대감에 들뜬다.
세배 후 덕담이 길어지고 세배돈이 빨리 나오지 않으면 어린이들 마음은 초조해지고 불안해진다. 누가 얼마를 받았는지 서로 비교도 한다.
어린이들에게는 손님들의 존재가 최고이다. 이제 성년이 되고 어린이들에게 용돈을 주는 처지가 되고 어른들에게도 용돈을 드리게 되었다.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손님이 되기도 하고 손님을 맞이하기도 한다. 서로에게 예의를 지키고 따뜻한 인정이 오가는 그야말로 진정한 공동체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첫댓글 병년선생님 손님 이야기 잘 풀었습니다. 때로는 손님이 그립지요. 메마른 세태에 손님도 귀해졌습니다.
그러네요. 우리는 손님이 되기도 하고 손님을 받기도 하지요. 서로에게 따뜻한 손님이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