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은망덕한 피고인
"피고인은 전과가 없는 초범이고, 범행을 깊이 뉘우치고 있으므로 이번에
한하여 용서하기로 한다."
술을 먹고 동료의 갈비뼈 순서를 헷갈리게 한 피고인 김원통에게 판사가
자비를 베풀었다. 3년간의 '집행 유예'를 선고한 것이다. 그래서 그는
그날 밤 석방됐다.
석 달 만에 자유의 몸이 된 그를 축하한다는 명목으로 친구들과 그가
다시 술집에 모였다. 모두들 거나하게 취했을 때 누군가가 그를 보고
'전과자'라고 하자 김원통은 판사님의 훈계를 깜박 잊고 상대방의 안면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
자비를 베풀었던 판사 앞에 김원통이 폭력죄로 다시 섰음은 물론이다.
판사님도 동정은 가는데...., 문제는 "집행 유예 판결을 받고 그 기간 중에
있는 자에 대해 다시 집행 유예를 선고할 수 있는가?" 이다(참고: 그의
죄에는 징역형만 규정되어 있다).
① 할 수 없다. 법률상으로는 불가능하다.
② 할 수 없다. 배은망덕도 유분수이고, 판사님의 자비심에도 한계가 있다.
③ 할 수 있다. 판사는 범죄를 용서할 권한이 있으므로 얼마든지 다시
용서할 수 있다.
정답
① 할 수 없다. 법률상으로는 불가능하다.
설명
죄를 범하고 구속되고 재판에 회부된 피고인이 자유의 몸이 되는 것,
즉 석방되는 방법은 대체로 무죄의 판결, 벌금형의 판결, 그리고 집행 유예의
판결이 선고되는 경우라고 할 수 있다.(물론 그 밖에도 법관의 보석 허가 결정,
선고 유예의 판결, 공소 기각의 판결이 있는 경우에도 석방된다.)
"집행 유예'란 쉽게 말하면 선고된 형의 집행을 유예하는 것, 즉 교도소에서
복역하는 것을 유예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집행 유예의 선고는 불속의
피고인에 대해서도 가능함은 물론이다. 집행 유예가 선고되면 그 정해진 유예
기간 중에 재범하지 않는 한 유예 기간의 경과로써 형의 선고의 효력이 상실
되도록 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집행 유예는 그 유예 기간 중에 재범하지
않는다는 것을 조건으로 용서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집행 유예를
선고하려면 다음과 같은 요건이 있어야 한다.
첫째는 선고되는 형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일 경우다. 선고형이 3년
이하로 내려갈 수 없으면 법관이 집행 유예를 선고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둘째는 피고인에게 참작할 만한 정상이 있어야 한다.
셋째는 피고인이 종전에 금고 이상의 실형 선고를 받은 사실이 없거나, 그 사실이
있더라도 집행이 종료된 지 5년 이상이 경과되었어야 한다. (집행이 변제된 경우에도
같다.) 그리고 집행 유예 기간 중에 있는 자가 재범을 하여 다시 재판을 받는 경우
그 재판에서는 법관도 재차 집행 유예는 선고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의 입장이다.
결론
폭행으로 기소된 피고인이 법관으로부터 집행 유예 선고를 받고, 그 기간 중에 다시
재범한 경우 재차 집행 유예는 할 수 없다는 것이 법원의 방침(판례)이다. 실무상으로는
재범한 죄의 법정형에 벌금형이 있으면 다시 정상을 참작하여 벌금형이 선고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