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문둥이가 아니올시다 / 한하운
아버지가 문둥이 올시다
어머니가 문둥이 올시다
나는 문둥이 새끼 올시다
그러나 정말은 문둥이가 아니 올시다.
하늘과 땅 사이에
꽃과 나비가
해와 별을 속인 사랑이
목숨이 된 것이 올시다.
세상은 이 목숨을 설어워서
사람인 나를 문둥이라 부릅니다.
戶籍(호적)도 없이
되씹고 되씹어도 알 수는 없어
성한 사람이 되려고 애써도 될 수는 없어
어처구니 없는 사람이 올시다.
나는 문둥이가 아니 올시다
나는 정말로 문둥이가 아닌
성한 사람이 올시다.
●全羅道 길 - 소록도로 가는 길에- / 한하운
가도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 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天安삼거리를 지나도
쑤세미같은 해는 西山에 남는데
가도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룸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다
앞으로 남은 두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가도 千里 먼 全羅道길.
●리라꽃 던지고 / 한하운
P孃(양),
몇 차례나 뜨거운 편지 받았습니다.
어쩔 줄 모르는 衝擊(충격)에
외로워지기만 합니다.
孃(양)이 보내주신 사진은, 얼굴은
五月(5월)의 아침 아까샤꽃 淸楚(청초)로
沈欝(침울)한 내 病室(병실)에 久遠(구원)의 마스콭으로 반겨 줍니다.
눈물처럼 아름다운 孃(양)의 淸淨無垢(청정무구)한 사랑이
灰色(회색)에 抛棄(포기)한 나의 사랑의 窓門(창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나 醫學(의학)을 專攻(전공)하는 嬢(양)에게
이 너무나도 또렷한 문둥이 病理學(병리학)에
모두가 不條理(부조리)한 것 같고
이 세상에서는 않될 일이라 하겠습니다.
P孃(양),
우름이 터집니다
앞을 바라볼 수 없는 이 사랑을 아끼는
우름을 곱게곱게 끝칩시다
그리고 차라리 아름답게 잊도록
덧없는 노래를 엮으며
마음이 가도록 그 노래를
눈물 삼키며 부릅시다.
G線(선)의 에레에지가 非歎(비탄)하는
덧없는 노래를 다시 엮으며
離別(이별)이 괴로운대로
리라꽃 던지고 노래 부릅시다.
●踏花歸(답화귀) / 한하운
벚꽃이 피고
벚꽃이 지네
함박눈인양 날리네 깔리네.
꽃속에
꽃길로
꽃을 밟고 나는 돌아가네.
꽃이 달빛에 졸고
봄 달이 꽃속에 졸고
꿈결 같은데
별은 꽃과 더불어
아슬한 銀河水 萬里 꽃 사이로 흐르네.
꽃잎이 날려서
문둥이에 부닥치네
시악씨 같이 서럽지도 않게
가슴에 안기네.
꽃이 지네
꽃이 지네
뉘 사랑의 離別인가
이 밤에 남몰래 떠나가는가.
꽃 지는 밤
꽃을 밟고
옛날을 다시 걸어
꽃길로
꽃을 밟고
나는 돌아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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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회 관광명소 시낭송 소록도 한하운 시 낭송대회 지정시 4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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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1.2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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