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23일 오후 8시 20분 쯤 서울 종로구 진심캠프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후보직을 사퇴했다.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와 저 두 사람 중에 누군가는 양보를 해야 되는 상황이라며 내가 후보직을 내려놓겠다. 내가 대통령이 돼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의 사퇴가 정국에 미칠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았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문 후보로 단일화가 됐고 기존 문 후보의 상승 추이가 있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단일화에 의한 효과는 상쇄돼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한 우위를 자신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짚었다. 사퇴 배경에 대해서는 협상이 난항을 이루고 이런 상황에 대한 내성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추측했다.
정치평론가 김종배 씨는 중요한 것은 안철수 지지그룹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라며 일부의 이탈은 감수해야 하는 것이고, 이탈 표를 줄이는 게 중요한데 민주당도 중요하지만 안 후보가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 역시 김윤철 교수와 마찬가지로 소극적 지지 범주로 같이 안 움직이면 어렵고, 문재인 캠프에 들어가지는 않아도 지원유세를 같이 다니고 이렇게 해야 한다고 했다.
한 평론가는 여론조사로 끝까지 갔으면 결국 응집력이 높은 문재인 지지층의 역선택으로 문재인이 이겼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 면에서 담판을 통해 사퇴하거나 양보해 명분에서 이기는 길이 현명하고 합리적이라고 했다. 이 평론가는 이후 민주당의 과제에 대해 그 동안 단일화 프레임에 갇혀 있던 혁신문제, 친노 패권주의가 드러날 것이고 문 후보가 대선후보로서 어떻게 리더십을 발휘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라며 이런 기득권 포기, 참여정부와 결별하는 인적쇄신 정도는 나와 줘야 유권자가 설득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헌 공간과미디어연구소장은 안 후보 사퇴의 의미에 대해 첫째로 단일화 실패이고, 다음으로는 새정치의 실패라며 단일화를 통해 박근혜 후보를 극복하려는 야권의 의도에 큰 타격을 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안 후보 지지층을 최대한 끌어안는 게 화급한 숙제인데, 간단하진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권 성향의 정치평론가도 안철수 때문에 민주당이 살아난 건데, 물에 빠진 사람 건져 주니 보따리 내놓으란 식이라고 안 후보와의 단일화 국면에서 민주당이 보인 자세를 비판했다. 그는 안 후보 지지층이 얼마나 실망하고 화가 났겠나 며 그 사람들을 끌어안지 못하면 진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안철수 후보 사퇴 기자회견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정권교체를 위해서 백의종군 할 것을 선언합니다. 단일화 방식은 누구의 유불리를 떠나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바라는 국민의 뜻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문재인 후보와 저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제 마지막 중재안은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더 이상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새 정치에 어긋나고 국민에게 더 많은 상처를 드릴 뿐입니다. 저는 차마 그렇게는 할 수 없습니다.
이제 문 후보님과 저는 두 사람 중에 누군가는 양보를 해야 되는 상황입니다. 저는 얼마 전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루어 내겠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제가 후보직을 내려놓겠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어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 단일 후보는 문재인 후보입니다. 그러니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서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재인 후보께 성원을 보내 주십시오.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루어지겠지만 저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치를 갈망합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불러주신 고마움과 뜻을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제가 부족한 탓에 국민 여러분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활짝 꽃피우지 못하고 여기서 물러나지만 제게 주어진 시대의 역사와 소명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그것이 어떤 가시밭길이라고 해도 온 몸을 던져 계속 그 길 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진심으로 존경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저와 함께 해 주신 캠프 동료들, 직장까지 휴직하고 학교까지 쉬면서 저를 위해 헌신해 주신 자원봉사자 여러분,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