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갑자기 벨이 울렸다.
올 사람이 없는데...
모니터를 들여다보니 오렌지색깔 옷을 입은 남자들이 서있다.
악! 아직 잠옷바람이고 집안이 엉망진창인데, 여보여보
낮잠자던 남편이 영문도 모르고 눈을 반만 뜬 채로 문을 열어주러 나가고
나는 얼른 그들이 침입할 걱정이 없는 서재방 구석에 숨었는데
문틈으로 별의별 소리가 다 들려온다.
침실 문을 열고 이불과 메트리스 커버를 벗기는 소리
이어서 외앵 청소기소리가 들린다.
어젯밤에 빨래 말린거 동개동개 개 놓은걸
서랍에 넣지도 않고 그대로 쌓아놓았는데
별의별 빨래가 다 있는데
딸들 방 차롄가보다
옷벗은거 또르르 말린채 있는거 아니야
에구에구
화장실 문을 열더니 이번엔 비데필터를 가나보다.
화장실 청소를 언제 했더라
빨래도 쌓여있을텐데
이번엔 부엌에서 후드필터를 교체하더니 씽크대 배수호스를 갈아끼우려는지
씽크대에 쌓아놓았던 그릇들을 치우는 소리가 들린다.
이럴 줄 알았으면 설겆이라도 해놓는건데
이윽고 오렌지아저씨가 남편에게 설명하는 소리가 들린다.
이게 침대 메트리스에서 나온 건데요
윗부분이 미세먼지고 아랫부분은 집먼지진드기입니다.
먼지가 많은 편은 아니네요
이건 씽크대 배수호슨데요
보시다시피 음식물 찌꺼기가 많이 끼어 있습니다.
한번씩 청소해주지않으면 찌꺼기가 한꺼번에 내려가서 배관이 막히게 됩니다 등등
남편이 확인하고 싸인을 해 주나보다.
꽝!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방에서 탈출해 집안을 둘러보았다.
그들이 내 집의 가장 내밀한 곳까지 침입해 거침없이 활약하는 동안
부끄러움에 어쩔 줄 몰랐지만 결과는 황홀했다.
보이지는 않지만 알게모르게 우리 가족을 괴롭히던
더러운 것들이 제거되고
막힌 것은 뚫리고
뿌연 것들은 반짝반짝해졌다.
첫댓글 아 개운해 자알 하셨어요. 괜잔아요. 다 그렇게 사는거쥬
왠지모를 가려움증도 싸악 없어지고요^^
딸래미 말이 공기가 맑아진거 같다네요~
그거 울 집도 필요한데....
저희아파트에 입주 삼년차까지 무상서비슨데요, 올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챙겨묵었시유ㅠㅜ
푸착초님 숨어있는 모습을 상상하니
구석에 납작하게 붙어있었다니까요~~공포에 떨면서^^
이곳에도 오렌지 군단 파병 좀 시켜주심 안 돼나요?^^
가브리엘라님 댁도 카페트 깔려있나요?
저희가 옛날에 영국에서 살때 카페트때문에 아이가 천식에 걸려 고생했었어요~
아, 예전에 영국에 사셨구나. 저희 집은 반은 마루 방들은 다 카펫이요.
안 그래도 찬바람 불기 시작하니까 건조해서그런지 여기저기 긁적거리고 있어요.
그런데, 궁금해서 물어보신 거 아닌데, 내가 대답한 거 같아용^^
그래도 찬바람부니가 카페트 한자락 깔고싶어요 전^^
착초님, 오렌지군단 하는 거 잘 봐 두셨지요 랄라
그럼 이따 점슴 드시고 울 집에 오셔서 오렌지군단고 똑같이 해주세용
내일 새벽에 갑자기 들이닥칠껴~
결과가 황홀하다니 오렌지 군단 습격이 나쁜 것만은 아니네요. ㅎㅎ 오렌지군단 언제 올 건지 꼭 물어봐야겠네요.
시간 예약하고 달력에 똥그라미까지 쳐놨지만 당연히 까먹었지요^^
아. 그런일도 있군요. 처음들었어요. 여튼 미쳐 못살핀 구석구석을 청소해주시는데 그냥 내어맡기세요. 참 처음이자 마지막이라 하셨던가..? ㅎㅎ
예, 이땡한세상 아파트의 오렌땡 써비스예요^^참말 편하더구만요~
저도 더 추워지기 전에 초보님이 하신 그 프로그램에 끼어야 겠어요. 오렌지 군단 예쁜 이름이네요.제 삶을 보는 듯 합니다요.
같이 사는 애들이 너무 많더라고요~집먼지진드기들이요^^
ㅋㅋㅋㅋㅋㅋㅋ 검나..재미나네유..ㅎㅎㅎㅎ 착한님..맘에 여유가 좋아유^^
내는 누가 갑자기 찾아오는기 젤 무서버~ 이미지 관리해온거 죄다 뽀롱낭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