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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요섭의 시 속에 등장하는 바다는 더불어 살아가야할 필요악의 의미를 갖고 있다. |
'…마을은/ 한 마리의 사나운 짐승의/ 울음을 달래면서/ 살아야 했다./ 바다가/ 물어뜯는 아픔에서/ 꽃이 피면// 꽃잎을 먹이면서/ 바다를 키워야 했다.// 꽃잎이 없을 때는/ 나비의 날개라도 먹이면서/ 바다를 달래야 했다.// 우리들의 곁에서 사는/ 바다는 아침을 물어뜯는 짐승' (김요섭의 '우리 곁에 사는 바다')
김요섭은 단기 4260년(1927년) 청진에서 태어났다. 14세 때 '고개 넘어 선생'으로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입선, 일찍이 천재성을 발휘했다. 20세에 월남, 마해송 강소천 등과 한국동화작가협회를 발족하고 계간 '아동문학사상'을 발행하는 등 문단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해방 후 초기작은 우울한 세계에 향토색을 도입, 사실적 경향을 띄었고 6·25 이후 전쟁과 현실에 대한 저항의식이 투영되었으며, 그 후 문명 비판적이며 민족의 긍지와 용기, 모험심을 환기했다. '상화시인상'을 제정 운영하였던 이윤수 시인이 주간으로 대구에서 발행되던 '죽순'을 통해 등단했는데 이 '죽순'지를 통해 알게 된 이화여중생 이명자와 결혼했다. 그의 시세계는 투명한 언어로 빛의 우주를 활달한 상상력으로 추구했다.
'…고향인 진동면은/ 산수가 아름답고 … 바다에 접해 있어서 … 해수욕을 했고…' 천상병의 시 '고향 이야기'에서 바다는 더위를 식혀주고 놀이터가 되어 줄 수 있는 좋은 추억의 마당을 펼치는 곳이다. 부담 없이 바라보고 몸 담가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 고마운 곳, 인생 역정에 등장한 그리움의 터라 할 수 있다.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청마 유치환의 시 '깃발'에 나타난 바다는 함부로 범접할 수 없는, 영원한 '노스탈쟈'의 손수건을 흔들어 보일 수 있을 뿐, 아득한 미지의 수평이거나 마음을 풀어놓고 접하여 더불어 할 수 있는 장이될 수 없는 넋의 아릿한 나부낌만 허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네 발굽 쳐 달려간 말은/ 바닷가에 가 멎어버렸다' 서정주의 시 '꽃밭의 독백'에 나타난 바다는 절대 진입 불가의 삼엄한 경계 또는 인간에게 제시된 한계를 표명하고 있다.
'…나는 당신을 안고 물을 건너갑니다 … 당신은 물만 건느면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가십니다그려' 한용운의 시 '나룻배와 행인'에서의 물은 피안으로 건너가야 하는 과정, 노력과 수행의 장으로 해탈을 위한 통과의례의 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든 시인들의 바다(물)는 유용한 접근의 장 또는 아득하고 애달픈 시공의 전개, 아니면 범접할 수 없는 한계 또는 해탈의 경을 얻기 위한 통과의례의 마당으로 다가오는데 비해 김요섭의 바다는 '사나운 짐승' '울음을 달래주면서' 더불어 살아야 하는 필요악의 역할을 하는 동물인 것이다. '꽃이 피는' 연고는 '바다가 물어뜯는 아픔' 때문이라 했다. 필요악의 '바다를 키워야' 하는데 '아픔'의 틈에서 피어나는 '꽃을' 먹이거나 궁극엔 '나비의 날개'라도 뜯어 먹이면서 '달래며' 키워야 하는 바다. 그러니까 결코 크지 않고 사납지만 그렇게 두렵지도 않아 더불어 살아갈 만한, 돌보고 키워 줘야 하는 필요악의 바다. 그 특이한 동물인 바다는 김요섭의 희한한 한 마리의 짐승이다.
천룡사주지
첫댓글 ()()()나무관세음보살
나무마하반야바라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