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웬만하면 시청을 해야하는 KBS2 "불후의 명곡"에 이어
관심가지고 들여다 보는 드라마가 생겼다.
물론 불후의 명곡에 이어서 계속 드라마가 펼쳐지기도 하려니와
처음부터 등장할 탈렌드들의 면면이 괜찮아보여 일단은 구미가 당겼고
개인적으로는 남들과 상관없이 만능 엔터네이너 유준상의 능력을 이미 알았던 바
그가 펼쳐나갈 역할에 대한 기대가 커 그가 유감없이 그의 재능을 뽐내주길 내심 바라는 마음이 있었으며
또 하나, 누구도 감히 대적하지 못할 만큼의 이중적인 내면과 외향의 역할 혹은 카리스마와 절제된 속내를
표현해내는데 압권의 연기를 보여줄 윤여정이 등장한다 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러나 와중에 김남주의 물오른 연기와 각 배역마다 때로는 장면장면마다 등장하는 주,조연들의
열연이 합쳐져 그야말로 맛깔스러움 그 자체로 드라마가 펼쳐지는 모습을 보면서 일단은 시간을 내어
들여다보는 드라마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내고 안도를 했다.
게다가 편마다 하나씩 이슈를 터트리며 진도를 나가는 드라마 구성이 보이기에는 워낙 평범한해 보여도
요소요소 절묘한 대비감을 보여주거나 깜짝 인물 카메오의 등장으로 기대감을 갖게하는 특별함이 보는 이를 즐겁게 하고
새삼스럽게 말하지 않아도 이미 국민드라마 반열에 오른 상태라 이제로는 시청률 50프로를 넘보는
상황에 이르렀다.
드라마의 요소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가상이란 없는 법이어서 실제 상황이 적극 관여하게 되는데
그중의 한 부분 요소로 활용하기 좋은 여건은 우리 국민들이 좋아하는 대가족제요 형제지간의 우애와 다툼이요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들로 대비되는 선악편이요 경제 논리로 뒤덮히기도 하는 각약악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하지 않아도 알만큼 국민드라마의 요소중에 즐겨 다뤄지는 부분은 정통적인 가정의 모습이다.
그중에서도 당연한 압권은 한국인이라면 핏줄에 엉키거나 그 핏줄로 이뤄지는 시월드의 존재감으로 부터
누구나 벗어날 수 없다 는 사실을 눈으로 보여 준 넝굴당의 위력 또한 무시하지 못할 일이요
그 시월드에서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은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를 넝굴당에서 그동안 여실히 보여주었다.
구태의연한 것 같아도 실제 현실에서는 절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는 시월드....아무리 입장이 다른 각자가
자신의 상황과 입장에서 잘해내어도 근본적인 시월드가 존재하는 이상 시월드를 부정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
나름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이 최선일 터....과거의 억압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하던 상황은
여전히 우리나라가 유교권 안에서 개벽천지 하지 않는 이상 전면으로 바뀌기는 어려울 일이나
나름의 방법으로 개선의 의지를 갖고자 한다면 순간 순간의 순발력으로 무장된 현명함이 필요하겠다.
어쨋거나 오늘의 초점은 그러한 것이 아니다.
아들 잃은 에미의 분노와 좌절과 자신의 인생에 대한 회한과 어이없게도 황폐하게 살아야 했던 한 여자의
고난과 역경과 지난했던, 억울하게 지나가 버린 세월에 대한 분통함이다.
아이 잃어버린 죄가 너무나 커서 사람 대접 받지 못하고 세상의 모든 것들로 부터 외면당하고
존재감 없이 살아내야 했던 결정적 요인, 아들을 잃어버렸다....가 사실은 자신이 믿고 의지하고 고마워 하던
가증스런 아랫동서로 부터였다 는 사실에 경악하고 분노하고 기절할 지경의 치떨림으로 온 몸이 무너질
상황에 놓인 당사자가 가출 지경에 이르르는 것...당연하다.
혼자 감당해온 억압에 힘이 되어주기는 커녕 함께 비난을 퍼붓고 시월드에 합당한,
시월드와 한통속으로 아내를 구박해온 남편은 물론이요
어느 누구 하나 아들 잃어버린 에미의 심정을 살펴준 핏줄이 없었다 는 것.
한데 이쯤에서 슬며시 고개드는 의문 하나...딸을 잃어버렸대도 시어머니가 그러했을까?
언제나 딸 하나 쯤이야...로 치부되던 시절이 있었던 바 과연 그렇게 죽일 며느리가 되었을까?
시대적으로 볼 때 유교적인 뿌리깊은 남아선호 사상이 팽배한 터라 아마도 딸을 잃어버렸다면 저 정도는
아니지 않았을까 싶으니 더더욱 슬프고 난감스럽다...아이를 잃는다 는 것에는 비중이 따르지 않는 것 일텐데도 말이다.
그러다 보니 넝굴당에서 당연한 출산임에도 불구하고 본의 아니게 그후로 아들을 잃어 버리게 되는
악순환의 고리로 부터 자유롭지 못한 채 아들 잃어버린날 태어난 딸은 완전히 사람 취급도 받지 못하고
단지 같은 날 태어났다 는 이유만으로 잃어버린 아들의 원흉이 되어 사랑은 커녕 존재 자체가 비극이었다.
이 또한 유교주의 아들 우선의 뿌리깊은 폐습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딸내미 이름은 태어난 순서대로 일숙, 이숙, 말숙이라니...게다가 아들 귀남이.
예전엔 그랬었다 고 당연하다 고 치부하기엔 참, 여자의 존재감은 어디로 부터인지.
그 아들 낳은 사람은 여자 아니던가.
여하튼 생각해보면 청애, 참으로 불쌍한 여자다.
짓밟히고 구부러지고 망가져도 어디 하소연 할데 없는 겨우 친정이라고는 이혼 두번 한 여동생과
막무가내 철부지 여동생들이 전부 다요 그들에게 의지가지해야 하는 처량한 신세.
그러나 그녀의 폭풍 울음 뒤에는 누구나 갖고 있는 이기적인 면...나만 억울해 가 있다.
근본적으로 따지자고 들면 그녀가 아이를 잃어버린 탓에 혼돈의 세상에 빠진 시월드가 있음이요
태어나 사람대접 받지 못한 이숙이가 있으며 누구에게도 관심받지 못한 말숙이가 있으며
언제나 착해빠져서 무시당하고 구박당하기 일쑤인 첫째 일숙이가 있으며
무엇보다도 혼자 내팽개쳐짐을 당한 채 홀로 일어서기를 해야했던 귀남의 잃어버린 30년이 있고
혼자 자신만의 분노와 삭힘을 감당하며 아내를 처참하게 구박하던 남편이 있다.
전 편을 돌아보자니 그들의 잃어버림은 누가 보상해주나 싶다.
억울하다...전부, 죄다.
그러나 아이들은 살아갈 날이 그래도 조금 더 남아있다,,,문제는 처절하게 전반부 인생을 잃어버린 인생 후반의 아이 잃은 에미.
아픔과 고통이 밀려오지만 처한 상황에 따라 당사자의 입장에서 무게감과 비중이 다를 것이다.
그래도 가장 비참할 청애...그녀의 절절한 오열 속에 그녀가 살아온 억울한 세상이 느껴져 드라마를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하지만 역시 그 억울함을 넘어설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자식잃은 에미의 마음,
할퀴고 찢겨지고 상처에 상처가 덧입혀진 채로 살아야 했던 에미.
그 에미의 회한과 통곡과 오열의 눈물에 가슴이 뜨거워지고 피혜한 인생이 안타까워
애처롭고 가엾고 불쌍하다 못해 울컥 울컥 치미는 시청자로서의 분노까지 가세하여 잠시 멍한 상태였다.
이제 그녀 청애, 자신의 인생을 위해 다시한번 일어서야 할 것이다.
단단하게 더욱 견고한 성이 되어 본래의 자신과 엄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또다른 시월드의 수장 시어머니로서 다시 한번 입장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낼줄 아는 현명한 여자로서....기대해 보겠다.
그러고 보면 인생이란 각자
외로울 고孤를 세 개쯤 지고 다닌다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쓸쓸하고 슬픈....
그 와중에 요즘의 나는
아줌마 노릇을 단단히 하는 듯하다.
즐겨보는 드라마가 생긴다 는 것으로 보아.
첫댓글 아줌마로서의 깨달음을 얻으셨네요 그려~! ㅎㅎㅎㅎ
윤여정의 폭풍 오열에 우리부부도 함께 눈시울이 붉어졌었답니다.
오늘 저녁은 이래저래 더 유머러스하고 재밌더이다~!
보이스 휘싱의 리얼함도 한몫했구요~! 나도 우리교회 권사님이 보이스 휘싱 당하는걸 옆에서
스릴넘치게 함께 경험했기에 더욱 당하는 사람의 혼돈과 고통이 이해됐답니다. ㅎㅎㅎ
ㅎㅎㅎㅎ 덕분에 삼복더위 나기엔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어쨋거나 밥상머리에서 보이스 피싱 운운하기에 뭔 일이 벌어지겠구나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절절하고도 급박하게 벌어지는 사건을 보면서 사회성도 잃지 않는드라마 라는 생각.
그렇게 지나간 과거는 묻혀가고 새로운 국면의 방향 제시도 되어주는 보이스 피싱 사건을 보면서
정신 차리고 있어도 당했다 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감이 나긴 했습니다.
암튼 참 괜찮은 드라마로 낙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