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사가 떼어가는 과도한 판매수수료로 인해 신뢰를 잃어가는 국내 펀드 판매 시스템을 극복하기 위한 `펀드슈퍼마켓`의 노력이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2014년 4월 펀드온라인코리아가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펀드슈퍼마켓 가입자는 지난 20일 기준 5만9323명에 달한다. 출범 당시 4120명에 비하면 폭발적인 성장세다. 설립 2년 만에 전체 금융사 중 온라인펀드 판매 순위 3위(판매액 기준)에 올랐으며 은행이 아닌 증권사로는 선두를 달리고 있다.
같은 기간 펀드 계좌도 2369개에서 19만8924개로 급증했다. 펀드별로는 `메리츠코리아`(191억원)가 가장 많이 팔렸고 `한화글로벌헬스케어`(149억원),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137억원)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운용사별로는 펀드 수가 가장 많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펀드가 860억원어치 판매됐으며, 에셋플러스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 펀드가 300억~400억원대 판매액을 올렸다. 펀드슈퍼마켓의 최대 인기 비결은 저렴한 수수료다. 주요 국내·해외주식형 펀드들을 비교해 보면 A클래스 기준 판매보수 대비 S클래스가 최소 2배가량 싸다. `블랙록월드광업주` 펀드는 펀드슈퍼마켓을 통해 가입하면 판매보수를 4분의 1로 줄일 수 있다.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손쉬운 접근성이다. 펀드슈퍼마켓은 총 52개 자산운용사에서 운용 중인 1300개 펀드를 보유해 시중에서 판매되는 대부분의 펀드를 쉽게 접할 수 있다. 특히 단순히 상품 수만 늘려 투자자들 혼란을 증폭시키기보다는 펀드를 제대로 고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메커니즘을 제공해 여타 펀드 판매 온라인 사이트와 차별화된다. 최근에는 펀드 선택 시 신뢰할 수 있는 지인으로부터 추천받아 투자한다는 데이터에 근거해 친구에게 펀드를 추천하고 투자응원금을 보내는 `퍼니` 이벤트를 진행해 업계 호평을 받기도 했다.
펀드슈퍼마켓을 활용하는 방법도 한층 수월해졌다. 기존에는 펀드슈퍼마켓 계좌 개설을 위해 반드시 5개 제휴 은행(우리은행·우체국·새마을금고·SC은행·부산은행)을 방문해 실명 확인을 해야 했다. 펀드온라인코리아는 정부의 비대면 계좌 개설 규제 완화에 발맞춰 직접 창구에서 펀드까지 가입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고객 의견을 반영해 비대면 계좌 개설 플랫폼을 구축했다. 펀드슈퍼마켓의 비대면 계좌 개설 방법은 `펀드바로개설`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후 휴대전화로 신분을 인증하고, 기존 거래은행 계좌에서 자금 이체 등의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이후 펀드슈퍼마켓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정회원으로 가입하면 자유로운 펀드 쇼핑이 가능하다. 이병호 펀드온라인코리아 대표는 "비대면 계좌 개설 서비스는 펀드슈퍼마켓이 진정한 온라인 펀드 장터가 될 수 있는 계기"라며 "은행 방문 없이 실시간으로 계좌 개설과 펀드 거래가 원스톱으로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실행될 예정인 독립투자자문업자(IFA) 제도도 펀드온라인코리아에 날개를 달아줄 것으로 예상된다. IFA는 일반 투자자들이 금융상품 투자를 결정할 때 상품을 만들거나 운용·판매하는 금융사들로부터 독립된 위치에서 조언해주는 사업자다. 시장에서는 IFA 제도가 도입되면 펀드 판매보수 공개와 성과연동제 도입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펀드 판매 채널은 자연스럽게 보수가 낮은 곳으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코펀즈(Cofunds) 등 영국의 펀드슈퍼마켓은 IFA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동반 성장해 현재 펀드 가입 시장의 60%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도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펀드 판매가 전체의 35% 수준이며 싱가포르 대표 펀드슈퍼마켓인 아이패스트(iFAST)는 홍콩, 인도, 말레이시아까지 진출해 약 5조5000억원의 투자금을 관리하고 있다.
■ 자산운용사 46곳 공동 출자…출범 2년만에 계좌수 20만개
펀드온라인코리아는 2014년 4월 국내외 자산운용사 등 총 46개 기관이 자본금 226억원(발행주식 436만주)을 공동출자해 설립한 `펀드 온라인 장터`다. 판매채널 간소화를 통한 수수료 절감과 수많은 펀드를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공모펀드 시장 활성화에 앞장서겠다는 주주들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초기 설립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오프라인 펀드 판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은행들이 수익성 악화를 염려하며 크게 종합온라인 펀드 판매채널 설립에 반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 한국예탁결제원 예탁결제본부장을 역임했던 문형욱 펀드온라인코리아 경영전략본부장(상무·사진)이 자산운용사와의 소통을 통해 회사운영 방향 설정 조율부터 금융위원회 인가까지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한 덕분에 펀드온라인코리아는 자본시장에 데뷔할 수 있었다. 문 상무는 10년 넘게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보좌관과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실 행정관 등으로 일해 정·관계 인맥이 두텁다. 펀드슈퍼마켓의 가장 큰 특징은 `객관성`이다.
특정 은행이나 증권사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추천 펀드`는 대부분 계열 운용사 펀드로 구성돼 있으나 펀드슈퍼마켓에선 특정 운용사 펀드를 추천하지 않는 대신 41개 운용사별로 추천하는 펀드를 모두 나열하고 있다. 펀드슈퍼마켓이 선정하는 `우수성과지속펀드`는 펀드슈퍼마켓의 주주로 등록되지 않은 운용사 펀드를 가장 먼저 추천하고 있다. 이처럼 균형 잡힌 투자 관점을 제시할 수 있는 이유는 최대주주가 따로 없기 때문이다. 현재 펀드온라인코리아의 주주는 한국증권금융(5.26%), 한국예탁결제원(5.26%), 펀드평가사 4곳(6.44%), 그리고 자산운용사 40곳이 지분 83.04%를 나눠 가지고 있다.
공동 주주 체제는 위기에서도 빛을 발했다. 초기 대규모 마케팅 비용이 소요되면서 펀드온라인코리아는 지난해 하반기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실권주까지 발생하면서 그림자가 드리워졌으나 공모펀드 활성화를 위해 미래에셋·삼성·에셋플러스 등 기존 주주들이 일부 실권주를 인수하면서 유상증자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이용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