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헌법 제11조 1항에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되어있다. 더하여 "누구든지 성별 ·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사회의 이면에는 헌법상의 이러한 보장에도 불구하고 무의식, 또는 목적의식적으로 배제되거나 차별에 대응조차 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층이 다수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사회의 비민주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 할 것이다.
정치적 격변이 예상되는 오는 17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노동당과 민주노총은 수많은 현안문제에도 불구하고 수백만에 달하는 비정규 ·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의 우선적 선거평등의 기회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는 공동의 성명서를 채택하고 선거관리위원회에 다음과 같이 요구하는 바이다.
"오전 6시에서 오후 6시까지로 규정되어 있는 현행 투표시간"과 노동부의 유권해석 "즉, 선거 등 공민권 행사를 위해 정부가 임시공휴일로 정하여 선포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관공서가 휴무하는 날로서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특별한 규정이 없다면 당연히 휴일로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하는 판단은 이러한 임시 공휴일뿐만 아니라 법정공휴일에도 먹고살기 위해 또는 해고 당하지 않기 위해 출근을 해야 하는 비정규 ·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의 선거권을 사실상 가로막고 있는 것이다. 노동부의 유권해석대로만 한다면 임시공휴일에도 쉴 수 있는 관공서 공무원들과 단협에 보장을 받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은 1등 국민으로서 투표권이 있고, 비정규직, 임시직,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은 3등 국민으로서 사실상 투표권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선관위는 헌법에 보장된 평등권의 실현을 위해서라도 이들 비정규 · 건설일용직노동자들의 투표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즉각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선관위가 부재자 투표 범위의 대상을 확대한다는 취지로 마련한 부재자 투표제도 역시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사실상 형식적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사실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건설산업의 특성상 주소지를 멀리 떠나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부재자투표가 가능하다면 투표권을 보장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제도인 것이다. 그러나 선관위는 부재자 투표시간을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로 규정하여 여전히 비정규 ·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의 투표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선관위가 부재자 투표제도만이라도 보완하여 투표시간을 연장하고 범위를 더욱 확대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비정규 ·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비정규 노동자들의 처지는 이미 이용석, 박일수 열사들이 세상에 죽음으로써 항거한 것처럼 우리사회의 최대의 화두로 된지 오래다. 이제 우리에게는 이러한 비정규 ·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의 차별을 철폐하고 민주주의라는 말에 걸맞는 사회를 건설해 나가야할 과제가 남아있다. 더구나 그 어떤 기관보다도 공정성을 기해야 할 정부기관인 선관위가 이러한 차별과 불평등을 인정하고 간다는 데 대해서는 실망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우리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선관위에 강력하게 요구한다. 비정규 · 건설일용직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참정권을 보장하고 차별을 철페하라! 그것이 부정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정치권과 이사회를 개혁하는 첫 걸음임을 분명히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