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數)의 우리말 얼개 - ‘칠(七)’의 어원
그리스의 여신 아테나(팔라스 아테나 파르테노스)의 '탄생'을 둘러싼 신화는 정칠각형의 작도로 설명되었다. … <중 략 >… 아테나는 평생 동안 처녀로 지냈으며, 자식도 낳지 않았다. 그녀의 이름의 기원은 불분명하지만, '아네나(A-thene)'는 "나는 나 자신으로부터 나왔다"라는 뜻으로 생각되며, 또는 '죽지 않는', '영원'이라는 뜻을 지닌 'a-thenos'에서 유래한 것으로 생각된다. …
신화, 종교, 과학, 수학, 미술은 한때 철학의 통합적 체계에 포함된 부분들이었다. 우리는 신들의 이름을 그 원어를 살펴봄으로써 이 체계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고대 그리스의 상징 수학의 전통에서는 알파벳 문자들이 수값을 지닌다. 아테나의 문자들이 수값을 모두 더하면 77이 된다. 또, 아테나의 별명인 팔라스(Pallas: '소녀')의 수값을 모두 더하면, 한 변의 길이가 7단위인 정육면체의 부피 343(=7× 7× 7)이 된다.
아테나의 칭호인 파르테노스(Parthenos: '처녀')의 수값을 모두 더하면 515가 된다. 515는 7의 배수가 아니다. 그러나 51.4128571… (약 51.5)˚는 정칠각형의 한 꼭지각에 해당한다. 계산기를 사용해 360을 1부터 10까지의 수로 각각 나누어보라. 360은 7을 제외한 모든 수에 의해 나머지가 없이 나누어 떨어지지만, 오직 정칠각형만이 그 중심에서 꼭지점들을 이은 각도(중심각)가 끝없는 소수로 이어지는 측정 불가능한 모호한 값을 나타낸다. 주도면밀하게 처녀성을 유지하는 헵타드는 결코 붙잡을 수가 없다. 즉, 수학적 창조 과정인 산술이나 기하학을 통해 나타나게 할 수가 없다. 펼쳐질 듯하면서도, 360의 수많은 약수들 중 어느 구애자하고도 합쳐지지 않는 헵타드는 기하학자에게 환상처럼 보인다.
정칠각형은 우주의 창조 과정을 반영한 기하학자의 세 가지 도구인 컴퍼스, 직선 자, 연필만으로는 작도할 수 없는 정다각형 중 변의 수가 가장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리 표현하면, 정확한 정칠각형은 다른 모양들 처럼 베시카 피시스의 '자궁'을 통해 '태어나지' 않는다(그리고 태어날 수도 없다). 이것은 왜 처녀수인 7에 들어갈 수 없으며(7이 나누어지지 않으며), 7이 10 이내의 다른 수들을 낳을 수 없고, 다라서 7을 붙잡을 수 없는지 설명해 준다. 단지 그것은 태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산기를 사용해 1부터 10까지의 수를 7로 나누어보라. 그 결과는 모두 똑같다. 비록 처음 시작되는 수는 각각 다르지만, 1-4-2-8-5-7의 수들이 순서대로 끝없이 반복된다. [항상 142857이 반복되는 순환 고리가 남는다. 신비스럽게도, 순환 고리에서는 3, 6, 9가 빠진다. ---> 더욱 신비스럽게도 3, 6, 9는 사람의 수들이다. 이는 사람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즉 사람은 7과 하나 될 때, 비로소 그 순환 고리(윤회)를 끊을 수 있다는 해탈의 뜻과 맞물려 있지 않을까? ] 이 여섯 개의 수는 일 주일의 평일들처럼 보이지 않는 안식일 주위를 끝없이 돈다.
세심하게 만들어진 수학적 규범이 신화적 관계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산술과 기하학의 원형적 원리들은 오늘날 생각되는 것보다도 훨씬 광범위한 체계에서 신성에 해당하며, 그것은 고대 문명의 미술, 과학, 종교 속에 짜여 들어갔다.
고대의 '신화수학적(mythmatical)' 규범에서 각각의 지위와 속성을 지닌 신들은 길이(77), 면적(약 51.5˚의 각도로 퍼져 있는), 단위 부피(343)를 나타냈다. 어떤 신에게 바쳐지는 2차원 또는 3차원의 신성한 물체나 그림, 부조, 조각상, 기념물, 사원을 설계할 때, 그 신에 적절한 단위가 적용되었다. 아테나, 미네르바, 네이트의 사원들은 7이라는 수 언저리에서 설계되고 건축되었다. 이러한 전통은 르네상스기의 음악에서도 계속되었는데, 성모 마리아의 노래를 부를 때에는 일곱 가지 목소리를 요구하였다.
- 자연, 예술, 과학의 수학적 원형, p.224~226
한말 ‘일곱’의 뜻이 결코 그리스 신화 속 수 체계와 다르지 않다. 수(數)가 마음을 세우는 것이고, 신화(神話) 또한 마음(神)을 세우는 일이지 않은가? 신화의 언어는 문자가 없던 시대의 기록하는 방법으로 볼 수 있다. 즉, 전하고자 하는 뜻을 '스토리 텔링'하여 사람들의 뇌리 속에 기록하는 수단으로 볼 수 있다. 글을 모르던 어린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가 들려주신 옛날이야기(동화)들이 아직도 우리의 뇌리 속에 그대로 입력되어 있는 이유이다. 반면에 책, 즉 글로 본 이야기는 잊혀졌거나 가물가물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글은 우리의 머릿속 보다는 먼저 책으로만 기록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곱의 한말글은 칠(七)이다. 칠(七)은 지사자이고, 갑골문·금문에서 7은 '十'으로 쓰고, 10은 '丨'로 썼다. 소전에 이르러 十(열/십) 자와 혼동이 되자 가운데 획을 구부려 七로 쓴 것이다. 본래 가운데를 자른다는 뜻이었던 十이 숫자 7로 가차되자, 자른다는 뜻으로는 다시 刀(칼/도)를 더한 切(끊을/절) 자를 새로 만들어 보충하였다. 옥편의 설명이다.
갑골문 7의 十은 가로 획이 길고 세로획은 짧은 자형이다. 지사자이므로 무엇을 지시하는 지는 글말 '칠'이 나타내는 바이다. '칠'은 다시 '치다 + 일다'로 볼 수 있다. 하여 '치어 일으키다, 이르다'는 뜻이다. '치다'는 '끊다, 자르다, 베다'의 뜻도 있지만, '줄을 가로로 늘이거나 매다, 끈 따위를 엮다, 감아 매다'는 뜻도 있다. ‘자르다’는 의미에만 매몰되어 보기 때문에 가차자로 보지만, '둘을 하나로 엮어(치어)[곱으로] 일다[일으켜 세우다, 이르다]'로 시각을 달리하면, 우리말 '일곱' 그대로이다. 갑골문 十(七)의 가로 획이 긴 이유가 그 증거로 볼 수 있다. 물론 '자르다'는 의미로도 분명 볼 수 있지만, 글말이 '치다[치]'가 아니고 '치어 이르다[칠]'인 까닭으로 가차자가 아닌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참고적으로 절(切)은 '칠' 글말의 형성자이다. 하여 '칠'의 다양한 뜻에서 절(切)이 '자를, 끊을, 벨'의 뜻뿐만 아니라 그 외의 여러 뜻이 유추될 수 있는 것이다. '칠'이 '자르다'에 의미 동화되어 '절'로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