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1605
발심수행장033
동봉
성자와 부처1
제스스로 오욕락을 능히버리면
성인처럼 믿고또한 공경을받고
실천하기 어려운행 능히행하면
부처님과 다름없이 존중받으리
자락능사自樂能捨
신경여성信敬如聖
난행능행難行能行
존중여불尊重如佛
-----♡-----
일행은 첫새벽이 맨 앞에서 걷고
아도가 그의 뒤를 따르고
기포는 늘 꽁지가 된다
타임머신을 타고 1,336년을 거슬러
첫새벽을 처음 찾았을 때만 해도
기포가 늘 옆에서 따랐는데
아도가 400년을 내려와
도리사에서 서로 만나면서부터
자연스레 기포는 그냥 꼴찌가 된다
그러나 기포는 늘 싱글벙글이다
아마 이 세상 사람 중에서
기포만큼 속없는 자도 드물 것이다
누가 뭐라든 그는 그냥 웃고 본다
꼭 치매痴呆에 걸린 듯싶다
누가 들입다 욕을 하거나 말거나
아무 데서나 누가 흉을 보거나 말거나
속 창자 다 빼놓은 사람마냥
그냥 웃고 웃고 또 웃는 게 기포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치매는
어리석을 치癡/痴 자에
어리석을 매呆 자를 쓴다
치癡가 병疒든+ 의심疑이라면
치痴는 병疒든+ 지식知이라 할 것이다
게다가 치매의 매呆 자를 보면
나뭇가지木에 올려놓은 입口이다
아주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는 나뭇가지
이 나뭇가지 위에 올라앉은 입이
과연 진득할 수 있을까 싶다
바로 앞서 걷던 아도가
뒤를 돌아보며 말을 걸어온다
기포 수좌는 뭐가 그리 즐거우신가?
기포가 답할 틈을 주지 않은 채
첫새벽이 먼저 가로챈다
기포, 이 친구 원래 이렇소이다
둘의 얘기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하늘을 쳐다보는 기포 얼굴에
액체 한 방울이 툭 떨어진다
냄새가 좀 고약하다
기포는 무심코 오른손을 들어
손등으로 액체를 닦는다
'뭐야, 뭐야, 퉤퉤!'
손을 코끝에 갖다 대던 기포가
'흐미, 이거 새똥인가 보네, 이 녀석!'
그러면서 싱긋 웃는다
'자, 보시라구요, 아도 스님,
기포 수좌가 웃잖습니까?'
새가 지나가면서 물똥을 갈겨도
저렇게 웃는 이를 본 적이 있습니까?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니
푸른綠 하늘이 아니라
파란靑 하늘이다
저멀리 아주 작은 새 2마리가
곡예를 하듯 어우러지며 사라진다
녀석들 부끄럽지도 않은가!
아무 데서나 사랑을.....
멀리 더 멀리
날아가는 새를 보면서
기포는 마냥 즐겁기만 하다
기포는 생각한다
이 파란 하늘 어디에도
숨쉴 수 있는 공기가 있다는 게
과연 얼마나 좋은 것이냐
태허공에 대기大氣가 없었다면
저 녀석이 싼 물똥이
기포 얼굴에 떨어질 무렵이면
꽤나 아프지 않았을까 싶다
허공이 대기로 꽉 차 있다는 게
기포는 그게 그리 고마울 수 없다
가령 대기가 텅 빈 진공 상태라 치자
그리고 1만 피트 높은 하늘에서
새가 물똥을 쌌다고 치자
가속도의 법칙에 따라
얼굴에 떨어질 때면 꽤 아플 걸!
허공이 글자 그대로
텅 빈虛 하늘空이 아닌 것이
숨을 쉴 수 있어서만이 아니다
이토록 저항력이 있다는 게
참으로 고맙고 고맙고 또 고맙다
그리 생각하니 더없이 감사하다
기포가 파란 하늘을 향해
합장을 한 채
감사한 표정을 짓는데
아도가 또 한마디 던진다
'저거 봐요, 원효 스님. 좀 보세요
하늘 향해 감사 표시를 하지 않습니까?
파란 하늘에 무엇이 있다고
저리 공경하는 모습을 보일까요?'
아도阿道스님이 살던 3세기는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첫새벽이 살던 7세기로부터
자그마치 1천 년이 지나고 나서
비로소 지동설地動說이 등장했으니
허공이 대기로 꽉 차 있다는
그야말로 '허공'은
곧 '허공'이 아닌 것을
잘 모르던 시대 사람들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21세기에서
7세기로 날아온 기포를 어찌 이해할까
하긴 과학이 발달되기 한참 전이다
이미 2,600여 년 전 옛날에
서가모니 여래께서는
허공이 여래의 몸이고
국토가 여래의 몸이고
중생이 여래의 몸이고
업보가 여래의 몸이고
힘과 원력과 지혜 따위가
그대로 여래의 몸이라고 하는
'여래십신설如來十身說'을 설하셨으니
'가이아 이론'의 근본 뿌리라 하겠다
깨달음의 세계에서는
아도나 첫새벽이 으레 뛰어나겠지
허공이 곧 허공이 아니란 설은
신라에 대승불교를 꽃피운
첫새벽이라면 모르되
초기불교에 머물러 있던 아도는
허공과 국토와 중생과 업보 따위가
여래의 몸인 것이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해동화엄의 가르침을 편 첫새벽을
아도는 끝내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첫새벽은 그의 명시銘詩
발심수행장 제7연에서 이렇게 설한다
제스스로 오욕락을 능히버리면
성인처럼 믿고또한 공경을받고
실천하기 어려운행 능히행하면
부처님과 다름없이 존중받으리
자락능사自樂能捨
신경여성信敬如聖
난행능행難行能行
존중여불尊重如佛이라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어느 순간 다 버릴 수 있고
행하기 어려운 일을 행할 수 있다면
성인처럼 공경받을 것이요
부처님처럼 존중받을 것이라고
나는 새가 싼 물똥을 얼굴에 받고도
태연할 수 있는 게 쉽진 않으나
결국 부처가 되고
또는 성자가 되는 것이
생각 하나 달리하는 데 있다는
첫새벽의 시는 명시 중 명시名詩다
-----♡-----
[고지告知1]
다가오는 일요일 오전 10시
방배동 BTN 불교텔레비전 방송국에서
대각사 조실 불심도문 대종사의
일요법회 설법과 함께
그동안 보관해 모시고 있던
대각사 삼존불 환원 이운식이 있습니다
[고지告知2]
6월 9일 일요일 오후 4시에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3.1독립 100주년 기념
용성조사 교성곡 음악회가 있습니다
많은 참여 있으시길 부탁합니다
-----♡-----
용성조사 모습과 교성곡 포스터/동봉
-----♡-----
06/07/2019
종로 대각사 봉환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