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의 주유(周遊)
3일 동안 본연의 일을 제쳐두고 부캐(부수적인 일)에 몰두했다. 자연을 주유하면서 우리의 산야를 유람했다.
자연의 산야에는 월동 준비가 한창이다. 봄이면 푸르름이 돋아나더니 만추에는 붉게 물들어 고엽으로 변하고 있다. 그런 자연의 변화에 사람들은 이곳저곳을 찾아 함께하고 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조화와 친교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3일 동안 지인들과 함께하며 우리의 산야를 주유(周遊)했다.
첫날은 파크골프 동호인과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바다와 접하고 있는 포항 방면으로 갔다. 오천 지역의 오어사에 갔다. 계곡의 여러 줄기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여 큰 못을 이루고 있었다. 산줄기에는 한창 붉디붉게 채색한 듯하고 물은 파랗게 덧칠한 듯했다. 푸르름과 붉음의 기운이 내 몸을 감쌌다.
푸르름은 생명이고 희망이며, 붉음은 고통이며 죽음이다. 삶과 죽음이 한순간에 맛보는 듯했다. 그러면서 붉음이 다시 푸르게 변한다. 이는 우리의 인생인 듯하다. 삶과 죽음은 별개가 아니라 저 산야의 변화처럼 죽음은 또 다른 삶의 시작이다. 한 알 밀알이 죽어야 새롭게 싹이 돋고 자라 큰 나무가 되듯 죽음이라는 고통을 통하여 새로운 삶의 부활이 이루어짐을 산야는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았다.
둘째 날은 대학 동기들과 낙동강 주변의 습지를 둘러보았다. 달성습지(대명 유수지)이다. 그곳은 대명천의 끝자락에 위치하며 성서공단과 화원 동산 사이에 있다. 장마로 물이 범람하여 그 일대의 침수를 막는 역할이다. 그곳에 범람하는 물을 모아 두었다가 다시 하천으로 보내는 곳이었다. 8만여 평에 갈대가 숲을 이루며 맹꽁이를 비롯한 각종 양서류의 서식지며 시민들의 휴식 공간이다.
갈대숲 사이로 미로처럼 길이 있어 운치가 있었다. 그 사이를 뭇사람이 오가며 가을의 향연을 만끽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일행들도 그곳을 둘러보면서 도심에 이런 곳이 있음에 놀랐다. 푸른 갈대가 갈색으로 변하여 힘겹게 버티고 있는 모습이 나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어 안타깝기도 했다.
셋째 날은 북쪽으로 향했다. 오우(五友)회 부부가 문경새재에서 만나 반갑게 악수했다. 수많은 인파가 물결을 이루었다. 좌·우측에 높이 솟은 산의 울긋불긋한 모습과 인파의 물결이 조화를 이루어 만추의 익어가는 모습이었다. 쉬엄쉬엄 걸으면서 제 2관문을 향하다 처음으로 되돌아왔다.
가는 길에는 수많은 상점이 놓여 그곳 특산물을 전시하며 맛을 보고 사라고 했다. 길에는 단풍나무가 곱게 단장하여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높이 솟은 감나무에 잎은 고사하여 떨어지고 붉은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좌측에는 주흘산이 우뚝 솟아 자태를 드러내고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가끔 전동차가 인파 사이로 오가고 있었다.
3일 동안에 낯섦의 길을 걸으면서 생태계를 둘러보았다. 자연과 인간이 상호 의존적 관계임을 느꼈다. 한 치의 오차 없이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에 신비와 오묘함에 감탄했다. 이는 신의 섭리로 모든 피조물인 생태계의 질서에 창조적 진화를 거듭하고 있구나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