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은 돼지고기라면 삼겹살·목살, 닭고기는 가슴·날개·다리를 주로 찾았다. 그러다보니 이들 부위의 가격은 치솟고 나머지는 처치 곤란이 돼갔다. 이러한 식문화가 요즘 들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소비자의 입맛과 기호가 다양해지며 전통적으로 인기 많은 부위가 아닌 특수부위를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서다.
◆닭목살 구이? 가장 핫한 메뉴=특수부위는 소량만 공급돼 그 자체로 희소성이 있는 데다 낯선 명칭과 맛이 주는 특별함까지 갖고 있다. 유통·외식업체를 중심으로 이런 트렌드를 발 빠르게 반영한 새로운 구이부위가 개발되더니 이젠 특수부위 전문점도 전국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닭고기 전문점도 그중 하나. 주말이면 줄을 서 기다려야만 먹을 수 있는 맛집으로 통하는 이곳의 대표 메뉴는 ‘닭목살 구이’다. 닭목살은 한마리당 한점(20~30g)밖에 나오지 않지만 담백하고 쫄깃해 별미로 통한다.
닭목살의 인기는 온라인에서도 뜨겁다. 농축산물 유통업체인 백년부엌은 올해 5월 온라인에서 국내산 닭목살을 처음 판매했다. 업체가 준비한 닭목살은 400㎏이었는데 한달 만에 다 팔렸다. 구입 문의는 끊임없이 오는데 현재 공급량이 부족해 판매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양승진 백년부엌 이사는 “닭갈비를 주력으로 판매하면서 부속부위 중 하나로 닭목살을 싸게 선보였다”며 “생각지도 않았는데 캠핑족이 많이 구매해 닭목살의 인기가 닭갈비를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싸고 맛있는 뒷고기=돼지고기 특수부위는 일명 ‘뒷고기’라고 불리며 이미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뒷고기는 도축장 기술자들이 돼지를 손질하며 조금씩 잘라내 ‘뒤로 빼돌린 고기’라는 설이 있을 만큼 싸고 맛있기로 유명하다. 다만 한마리당 나오는 물량이 워낙 적어 유통되기도 어렵고 식당에서 메뉴화할 수 없었다.
그러자 다품종 소량판매에 제격인 온라인업체가 나섰다. 온라인에서 육류를 판매하는 바른미트는 상품 차별화 전략으로 2017년 6월부터 돼지고기 특수부위를 도·소매로 팔기 시작했다. 값이 저렴하고 소비자 입맛도 다양해진 만큼 성공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해서다.
예상은 적중했다. 쫄깃한 식감과 저지방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와 맞물리면서 물량이 부족할 만큼 잘 팔리고 있다. 소주영 바른미트 대표는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수요 대비 공급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고 있어야만 한다”고 조언했다. 그 역시 특정 육가공업체와 전속계약을 맺고 특수부위를 전량 구매한다.
또 일반 식당들은 부위별 공급량이 적은 점을 고려해 특수부위를 모둠으로 판매하는 게 대세다.
◆모든 부위 인기, 육가공업체도 환영=특수부위의 인기를 가장 반기는 이는 육가공업체다. 그간 특정 부위만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 버리다시피 싼값에 처분해야 하는 부위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 육가공업체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선 삼겹살만 먹는 것보단 다양한 고기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고, 육가공업체는 돼지의 모든 부위를 고루 팔 수 있으니 서로 윈윈(win-win)”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비자가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고기부위가 다양해지면 이는 곧 국내 축산농가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7월20일 도드람양돈농협은 아예 자체적으로 특수부위 전문점을 열었다. 조합에서 생산되는 특수부위를 직접 유통·판매하기 위해서다. 도드람 관계자는 “자체 특수부위 전문점을 통해 한돈 특수부위와 부산물의 유통 판로를 넓히면 조합원의 실익증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