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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웅(왼쪽)과 이승호./사진=키움 히어로즈시즌 전 다수의 전문가가 하위권으로 예상했던 키움 히어로즈가 예상 밖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홍원기(49) 키움 감독은 5일 우천 취소된 대전 한화전에서 "아직 시즌 초반이다. 6월까지는 봐야 한다"고 했지만, 이미 시즌의 약 40%를 소화했다.
6일까지 키움은 33승 22패로 1위 SSG 랜더스와 3.5경기 차밖에 나지 않는 2위다. 키움과 4위 KIA 타이거즈의 경기 차는 불과 2.5경기. 3위 LG 트윈스와 4위 KIA는 지난 2주간 엎치락뒤치락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고 있으나, 키움은 2위로 올라선 지난달 25일부터 흔들림 없이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안정적인 성적을 낼 수 있는 데는 팀 평균자책점 3.42로 리그 2위(1위 2.84의 LG)에 빛나는 불펜의 공이 크다. 특히 필승조의 활약이 압도적이다. 올 시즌 키움은 7회까지 리드를 잡고 있다면 절대 지지 않는다. 27승 무패로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 중이다. 승률 0.905(19승 2패)로 2위인 KT 위즈와도 차이가 있다.
불펜 구성원의 면면을 보면 이름값은 화려하지 않아도 성적은 경이롭다. 중심에는 키움의 효자 드래프트로 불리는 2017 드래프트 동기 김재웅(24), 이승호(23)가 있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김재웅과 이승호는 올 시즌 불펜 투수 WAR(대체 승수 대비 승리 기여도) 1, 2위를 달리고 있다. 클래식 스탯 역시 훌륭해서 김재웅은 25경기(25이닝) 1승 무패 14홀드 평균자책점 1.08, 이승호는 24경기(23⅓이닝) 2승 1패 6홀드 6세이브 평균자책점 1.16이다.
그들의 뒤를 평균자책점 1.93의 문성현(31), 1.42의 김태훈(30), 1.71의 하영민(27)이 잇는다. 김태훈과 문성현은 이미 마무리 경험이 있다. 김태훈은 이미 지난해 '국가대표 마무리' 조상우(28)의 부상 공백을 훌륭히 메운 바 있다. 올해도 충수염으로 이탈하기 전까지 평균자책점 0.90으로 철벽을 자랑했고 돌아온 뒤에도 차츰 기량을 회복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훈, 문성현, 하영민, 김준형./사진=키움 히어로즈
문성현은 그런 김태훈의 공백을 메운 첫 주자였다. 홍원기 감독은 "전보다 문성현의 제구가 안정됐고 공 회전수, 무브먼트가 좋아 정타를 잘 맞지 않는다"고 임시 마무리로 낙점한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고 군 복무까지 마치고 돌아온 하영민의 성장도 주목할 만하다. 2년간 체격을 키우고 투심 패스트볼이 개선된 것이 효과를 봤다.
또 다른 기대주 김준형(20)은 평균자책점 2.03으로 준수함에도 필승조에 명함을 못 내밀 정도다. 최고 시속 151km, 평균 147~8의 빠른 공을 뿌리는 우완 유망주로, 홍원기 감독은 김준형을 안우진(23), 장재영(20)과 함께 한국야구를 위해서도 성장해줘야 할 파이어볼러로 꼽았다.
지금의 이 페이스를 계속해서 이어 나갈 기미도 보인다. 현재 키움 불펜의 성적은 투수 몇 명이 무리해서 만들어진 상황이 아니다. 안우진-에릭 요키시-타일러 애플러-최원태-정찬헌-한현희로 이뤄진 선발진이 탄탄한 것도 이유지만, 막무가내식 불펜 기용이 없는 것이 크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주창한 불펜 1이닝 책임제가 원활히 돌아가고 있고, 필승조의 3연투도 드물다. 그 때문에 최다 이닝을 소화한 선수가 25이닝의 김재웅이고, 불펜의 총 소화 이닝은 189⅓이닝으로 KIA와 공동 6위에 그치고 있다.
이미 잘하고 있는데 더욱 성장할 기미도 보인다. 대표적인 예가 만족을 모르는 이승호다. 이승호는 3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지금 내 활약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깔끔하게 아웃 카운트 3개로 마무리하고 싶은데 매번 주자를 내보낸다"고 자책했다.
그러면서 "마무리는 내가 못 던지면 그날로 끝이다. 그래서 지금 몇 경기 잘했다고 만족하는 순간 언제든지 떨어질 수 있다. 항상 긴장하고 아직 '마무리가 내 자리는 아니다', '난 완벽하지 않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하면서 "아마 은퇴할 쯤에나 만족했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내 개인적으로는 그렇다"고 미소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