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좀처럼 꾸지 않는 나에게, 엄마가 어제밤 꿈에 다녀가셨다.
꿈 속에서, 엄마가 사셨던 서울의 방화동에 있는 식당에서 엄마와 함께 추어탕을 먹고 있었다.
새벽녘에 눈이 떠지자 마자 불안한 마음에 엄마한테 전화를 걸었더니,
유난히 엄마의 목소리가 또렸하고 나를 바로 알아보신다.
힘없는 목소리를 들으면 속상하고, 또렷한 목소리를 들어도 공연히 마음이 불안하다.
"막내야, 엄마 보러 언제 올거야? 온다더니 왜 빨리 안오니?.
엄마 ~ 지난 달에 엄마 보러 갔었쟎아. 조금만 더 기다려 엄마. 또 보러 갈께 !"
엄마 생각에 잠겨, 3년전에 엄마를 뵈러 서울에 다녀 와서 쓴 일기장을 꺼내 읽었다.
읽고 있노라니 마음이 복받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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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 20일
일주일 일정으로 한국에 다녀왔다.
5개월전에 엄마를 봤을때 보다 조금 야위신 듯했다.
늙고 야윈 엄마의 모습을 보는 아들의 마음은 참으로 착잡하다.
86세 되신 엄마는 혼자 사신다.
한국에 갈 때마다 엄마는 내가 좋아하는 토란국을 끓여 놓고 기다리셨는데
이번에는 끓이지 못했다고 하시면서 미안해 하신다.
내 딴에는 엄마가 어디 몸이 안 좋으신 가 싶어 마음이 무거워 진다.
사실 엄마가 끓여주는 토란국을 먹는것도 행복한 일이지만
아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기 위하여 분주해지는 엄마의 손길을
떠올리는 것 또한 나를 기쁘게 한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아들과 늙으신 엄마가 겸상을 앞으로 얼마나 더 할 수 있을지
생각하면 목이 멘다.
엄마를 모시고 아버지 묘소가 있는 동작동 국립묘지에 다녀 왔다.
힘에 부친 엄마는 아버지의 묘석에 털퍼덕 걸터 앉으셨다,
“여보, 성규랑 당신 보러 왔어요.
내가 지금 몇 살인지 당신 알기나 해요?”
라고 말씀하시는데…나는 그만 울컥해지고 말았다.
마흔 다섯에 혼자 되시고 40여년을 혼자 사신 엄마의 쓸쓸한 인생이 너무 가엽게 느껴졌다.
출국하는 날 엄마와 함께 인천공항에 갔다.
엄마는 공항에서 버거킹 햄버거를 드시는 걸 좋아하신다.
불편한 이로 맛있게 드시지만,
드시면서 음식을 옷위로 흘리시는 늙으신 엄마의 그런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이 무거워 진다.
엄마 돌아가시면 난 어떻하지... 엄마...미안해요.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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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시간은 화장실에서 넘어지신 그 짧은 순간을 기점으로 다르게 흐르기 시작했다.
이제 대전의 요양원 침상에 계신 엄마와 마주 앉아 토란국을 먹을 수도, 휠체어를 밀며 아버지를 뵈러 갈 수도 없다.
엄마를 만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이제는 야윌 대로 야위어 뼈마디가 만져지는 그 손을 꼭 붙잡아 드리는 것뿐.
엄마 생전에 내게 허락되었던 소중한 풍경들이 모래알처럼 하나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있다.
하지만 엄마, 비록 예전처럼 음식을 차려주지 못해도 괜찮아요.
내 꿈속에 찾아와 함께 추어탕을 먹어주었던 그 밤처럼, 그저 거기 계셔만 주세요. 미안하고, 고맙고, 많이 많이 사랑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0d1u5nUv7Mk
첫댓글
타국에 계시면서,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노쇄하신 어머니의 모습에
태리우스님의 아픈 마음을 엿보네요.
읽기 시작한 순간 부터 목이 메입니다.
Mother of Mine 을 듣고 있습니다.
어머니 마음도,
태리우스님의 마음도,
모두 짠합니다.
나이가 들고 보니, 엄마한테 너무 미안한 것 뿐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슴이 먹먹해서...
저는 코로나 시절인 삼년전에 돌아가신
어머니 임종을 지켜드리지도
못했는데... 그래서인지 다행히 어머니가
제 꿈에 자주 찾아 오십니다.
못오실 땐, 달로 별로 길가의 꽃으로도
찾아 오십니다.
그렇게라도 어머니를 뵐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태리우스님 해외에 사시는군요.
꿈에서 뵌 어머님..
생시인양 반가우셨겠어요.
멀리계셔 마음대로 만날수 없어
그리움이 더할것 같습니다.
방화동이란 동네..반가웠어요^^
살아계신 동안이라도 자주 찾아 뵐려고 하고 있습니다. 방화동을 아시는군요. 감사합니다.
태리우스님의 글과 음악을 들으며
저도 엄마를 떠 올려 보았습니다 .
가고 싶어도 , 만나고 싶어도
그게 쉽지 않을때 마음이 많이 아프지요 .
엄마라는 단어는 떠 올리는 순간 맘이 울컥해집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테리우스님. 타국에 사시니 자주 올 수도 없는 형편이군요.
지금 그대로여도 좋으니 살아 계시는 것만 해도 좋겠군요.
조만간 은퇴후에 엄마 돌아 가시기 전까지라도 곁에 있으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딸들은 엄마에 대한 아련한 추억으로 삽니다.그리고 잘못한거.모질게 한말만 기억하고 후회합니다. 또 그녀의 딸들도 똑같은 길을 걷습니다. 이게 우리네 인생입니다.
엄마 생각하면 늘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로 저는 엄마의 아들입니다 ㅎ
시아버지 돌아가신 후 시어머니 꿈에 나타타셔서
"이리 와서 내 곁에 누워봐요."
몇 번이나 그러시는 걸 시어머니는 거절하셨대요.
덕분인지 때문인지 몰라도 시어머니는 장수하셨죠.
아 그러셨군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생은 슬픈 건가요? 눈물 흘렸습니다.
그런것 같습니다. 인생은 슬픈것이지만 간간히 생기는 좋은일을 곱씹어 가면서 힘내서 버티고 살아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상에....
어머니의 사랑..!❤️🙏👍🌸💕
늘 안타깝지요...
모정...!
요즘 너무 바빠서
이제서야
읽었네요.
어머님은
영원한 우리안에
사랑....
이지요!🙏❤️👍🌸
ㅡㅡ
아참 성규?
내가 섬기던 교회
목사님 성함 인데요
ㅎㅎㅎ
예 엄마 생각하면 늘 맘이 울컥해 집니다. 예 내 한국 이름이예요 ㅎㅎ
어머님은 신이 자신을 대신하여 세상에서 자녀들을 돌보아주라고 내려보내신 분이래요 ㅡ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엄마는 또 다른 신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에게 가장 따뜻한 사람!!
가까이에서 함께 하지 못한다해도
마음만은 가까이 느끼실 겁니다!
몸은 떨어져 있지만, 엄마는 늘 우리들 맘속에 가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