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6월 어느 날이었습니다.
영국에서 선교학을 공부하고 있던 저는 방학이 되어 잠시 한국으로 왔습니다. 대구삼덕교회에 출석하고 있었는데 예배를 마치고 담임목사님을 뵙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목사님은(김태범 목사님) 저를 많이 아껴 주셨고 학교 공부와 또 선교사역을 위하여 아낌없는 후원을 해 주셨습니다.
목사님과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던 중 갑자기 이번에는 더 늦기 전에 꼭 결혼하는 게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고 저는 그만 그렇게 하겠습니다 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렇게 목사님과 말씀을 나누고 나서 조용히 생각해보니 정말 큰 일이다 싶었습니다. 그때 제 나이가 만으로 마흔이었습니다. 현실은 쉽지 않았습니다. 나이 든 노총각으로 영국에서 공부하느라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었고 무엇보다 결혼할 자매가 없다는 것이었는데 목사님 앞에서는 그렇게 하겠습니다 라고 말씀을 드리고 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결혼할 자매가 있다 해도 결혼해서 함께 영국 학교로 돌아가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물론 학교 기숙사엔 결혼한 부부를 위한 방도 없지는 않았지만 혼자 공부하며 지내기도 빠듯한데(당시 IMF 사태로 영국 파운드화가 급상승하여 1파운드에 1600원 정도 하던 것이 3900원까지 치솟았고 그 난리에 등록금과 생활비는 거의 3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주변의 한국 선교사와 학생들은 모두 집을 정리하여 단칸방으로 옮기고 많이는 일시 귀국하기도 하던 터였습니다) 결혼하여 둘이서 생활한다는 것이 대단히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목사님께 그렇게 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씀을 드린 것입니다. 고민에 고민을 하던 끝에 결단을 내렸습니다. 결혼할 자매도 결국은 하나님으로부터 말미암기에 하나님께 부탁을 드리기로 말입니다.
어릴 때부터 늘 찾던 대구 남쪽 산자락의 주암산 기도원을 찾아가 창조주 하나님 앞에 제 모든 고민과 염려와 짐을 다 내려놓고 간절히 기도를 드렸습니다.
(주암산기도원은 제가 어린 시절부터 청년기까지 보낸 대구서현교회의 임복수 장로님께서 운영하시던 곳이고 늘 교회 수련회가 열리던 곳이었으며 평소에도 자주 찾던 익숙한 곳이었습니다)
주암산 뒤편의 배바위라는 기도처소에 올라 두어 달을 그렇게 간절히 기도하던 중에 하루는 하나님께서 진지하게 물으셨습니다.
“네게 여자가 없었더냐? 그들은 다 어디로 갔느냐? 그들과 무엇을 행하였더냐?”
대단히 충격적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 기도에 응답하셔서 기적적으로 지금의 아내인 “은진恩珍”을 주시기 전에는 스위스 아가씨와 결혼을 전제로 교제를 하였고 또 늘씬한 이태리 아가씨와 소문난 몸매를 자랑하던 브라질 아가씨로부터 프로포즈를 받기도 하였으며 영국 교회에서 저를 짝사랑하던 일본 여학생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 내 청춘의 날을 지내오면서 여러 여자들과 교제를 한 경험이 있는데 그중 일부와는 결혼을 약속하고 사귀었기에 포옹도 하고 입맞춤도 하며 하나님께 이렇게 귀한 교제를 허락하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기까지 하며 대단히 떳떳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그렇게 네가 그들과 행한 일들이 정말 하나님인 나를 위한 것이었는가 물으셨습니다.
제 평생에 그렇게 많은 눈물을 쏟은 적도 드물었습니다.
참으로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엎드리니 지난 날의 내 모든 행위가 결국은 음란이요 육신의 정욕이었습니다. 밧세바를 범하고 그 남편 우리야까지 비열하게 죽인 다윗처럼 통회 하였습니다. 사랑한다고 착각한 여자를 하나님의 영광으로 교묘히 포장한 채 제 육신의 정욕으로 껴안으며 지낸 날들을 하나님 앞에서 낱낱이 회개하였습니다.
(혹 염려가 되어 말씀드립니다. 그렇게 크게 염려할 만한 교제는 아니었습니다)
그 후 이내 하나님께선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방법으로 지금의 아내 “이은진”을 만나게 하셨고 순적하게 결혼할 수 있도록 도우셨습니다.
만 40세의 노총각에게 만 26세의 하나님을 온전히 사랑하며 착하고 아름다운 하나님의 자녀를 아내로 허락하셨습니다. 홀로 딸을 키우신 장모님을 처음 만나 뵙는 날, 목사님께서 받아오라 하신 결혼승낙서를 내어드리니 아무 다른 말씀도 않으시고 다만 이렇게 한마디 말씀을 하시며 승낙하신다는 싸인을 해 주셨습니다.
“며칠 전 기도중에 하늘에서 뭐가 쿵 하고 떨어지더니 그것인가...”
1998년 11월 6일에 은진을 처음 만나 12월 19일에 대구삼덕교회에서 김태범 목사님의 주례로 저희는 부부가 되었습니다.
그 전에 영국 학교에 서류를 보내기 위해 11월 19일, 대구 수성구청에 혼인신고를 미리 하였는데 만난 지 13일 만에 법적인 부부가 된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영국 신학교 기숙사에서 겨우 연명하던 노총각에게 부산대 대학원을 최고의 성적으로 졸업하고 부산의 고신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던 귀한 믿음의 자매를 주셨습니다. 제가 할 수도 없었던 놀라운 기적 같은 축복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루시지 않으셨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왜 이 말씀을 드리는가 하면 결혼을 준비하는 분들은 물론이고 결혼하여 부부로 살아가는 분들도 영혼과 육신이 모두 하나님 앞에 정결하여야만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였습니다.
주님께서 친히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음욕을 품고 여자를 보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
(마태복음 5:28)
“기록되었으되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 하셨느니라”
(베드로전서 1:16)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려고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여호와라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
(레위기 11:45)
아무리 입으로 하나님을 섬긴다 하여도 그 행위가 거룩하지 아니하면 하나님께서 깨끗하게 예비 된 귀한 그릇으로 여기지 않으십니다.
하나님께서 사용하지 않으신다는 말입니다.
이곳에서 우리가 본향을 향하는 나그네 인생길을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무의미하지 않습니다. 그저 왔다가 무의미하게 그냥 가는 인생이 아니란 말입니다.
광야 같은 이곳을 지나는 동안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드리는 놀라운 사명을 받은 인생인데 우리가 거룩하지 못하여 하나님께서 맡기신 거룩하신 하나님의 뜻을 이루어 드리지 못한다면 그것은 사탄의 간계에 속아 넘어 가버린 무서우리만치 끔찍한 저주스러운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부디 죄를 멀리하여 하나님 앞에서 거룩함을 회복하시고 하나님의 일들을 이루시는 복된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저도 날마다 순간마다 저를 해하는 사탄을 물리치며 주 예수 그리스도만을 앙망하며 믿음의 선한 싸움을 쉬지 않고 싸우고 있습니다. 살아계신 사랑의 예수님께서 우리 모두가 세상을 이기게 하시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