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주축 HH라인의 나이는 다 35살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당시 깜짝 선발되었던 최진철의 나이도 30대를 넘긴 나이였고요.
우리나라만큼 노장 선수에 의해서 혜택을 받은 대표팀이 없다고
보는 입장인데, 가면 갈 수록 나이 문제를 걸고 넘어지는 사람이 많은 걸
보니 역시 10년이 길긴 길었나 보네요.
대표팀은 잘하는 선수를 뽑으면 되는 겁니다. 나이가 많건 적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죠.
물론 어떤 팀이든 점진적인 세대교체는 중요한데, 여기서 포인트는
이 세대교체는 나이에 의한 교체가 아니라 실력에 의한 교체라는 점이에요.
즉
나이 많고 이름값 높다고 해서 대표팀 자리를 보장받을 수 없고,
나이가 어려도 실력있고 전술적으로 활용도가 더 높은 선수가 있다면
얼마든지 주전을 밀어낼 수 있다 -
이것이 원래의 주전경쟁이고 세대교체의 근본이 되는 원칙인 겁니다.
그래서 당시 더 이름값 높은 선수들을 제치고 박지성, 이천수 등의 선수가
뽑힐 수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이 원칙은 반대로도 적용될 수 있죠.
나이가 적고 더 체력이 좋고, 가능성이 있다고 해서 대표팀 자리를 보장받을 순
없다는 거죠.
그리고 이 원칙에 따라, 홍명보- 황선홍- 최진철 등이 선발된 것이구요.
그렇게 해서 2002 대표팀도 태어난 거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30대 중반과 20대 초반이 어우러질 수 있었던 것은, 한결같은 주전경쟁 원칙
때문이었죠. 황선홍 홍명보가 이름값으로 대표팀에 오른 것도 아니고,
이천수, 박지성이 가능성과 패기만으로 대표팀에 오른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린 선수의 성장은 어떻게 시키느냐?
그걸 위해 각급 대표팀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15세 부터 이번 올림픽
대표팀인 23세 대표팀까지.
조광래 감독은 이 주전경쟁의 원칙을 무시했기 때문에, 오히려 올림픽 팀까지
망쳐놓고 선수들 성장을 더디게 만들 뻔 했죠.
뭐든지 순리대로 하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지금 실력이 있는 선수를
뽑고, 팀을 꾸리는 것이 대표팀이죠.
오히려 우리가 걱정해야할 것은 지금 대표팀 선수의 나이가 아니라,
실력이 있는데도 뽑히지 않는 선수가 없는가-
우리가 나이나 이름값 같은 '선입견'에 가려서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던 선수가 없는가-
이거 아니겠습니까?
뽑을 수 있는 인력 풀을 충분히 넓혀놓았다면, 대표팀 주축 선수가 설령 폼저하나,
여타의 이유로 빠진다해도 큰 타격을 피할 수 있는 거예요.
따라서, 지금 2년 남은 시점에서 우리가 주력해야할 것들 중 하나는
대표팀의 인력풀을 높은 수준에서 넓히는 겁니다.
(최강희 감독에게 개인적으로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본인의 역할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고, 후임감독이 바통 터치를 했을 때 정말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선입견 없이 대표팀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인선에도 드러났지요.)
나이에는 소리 높여 불안을 외치시는 분들이, 이름값에는 유난히 관대한
경우를 많이 봅니다.
예컨데 이동국 등의 나이를 불안하다고 하면서,
외국 리그에서 뛰는 석현준이나 손흥민 혹은 지동원이 '당연히'
선발되어야 할 것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은 많았죠. 하지만 그들의
선발기준도 결국 자가당착에 지나지 않다는 겁니다.
이번에 올대에 김창수가 뽑혔을 때도, 불안하게 여겼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름값에 발목을 잡힌 전형적인 예죠. 하지만 결과는 어땠습니까.
만약 김창수를 선발하지 않았다면 올림픽 대표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와일드카드를 잃을 뻔 했던 겁니다.
세대교체란 것은 결국, 인력풀을 넓히는 과정에서 '선입견' 없이 시행되어야
하는 작업입니다.
여기서 선입견이란 것은 '이름값'과 '나이' 혹은 '가능성' 에 대한 선입견도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구요.
대표팀이 더 강해지기 위해선 지금과 같은 인선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최강희 감독의 이번 인선에는 개인적으로 박수를 치고
싶었던 사람으로서, 이름값이나 나이같은 선입견에 얽매이지 말고
대표팀 인력풀을 넓히고 강화하는데 더 주력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첫댓글 님글 보다보니 갑자기 생각났네요. 02 멤버였던 최진철이 06월드컵에도 뛰었죠. 36세로 말입니다.. 근데 당시에 나이 들먹거리면서 최진철 반대했던사람 본적이 없는것 같네요...
정말좋은 글 입니다
요즘 대표팀 평균연령이 낮아져서그런것같아요.
글 정말 잘쓰시네요!칼럼 같아요.공감합니다
닥치고 추천ㅋㅋ
심심해서 대톡왔는데 이런 횡재가 ㅎㅎ 추천!
공감해요.
국가대표에서 세대교체를 아예 무시할수는 없겠지만 세대교체라는 말은 국가대표보단 클럽팀에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후배들을 위해서' 라든지 '양보'라는 말은 있을수 없는말
옳은 말입니다...대표팀 선발의 원칙은 나이나 이름 값이 아니라 오로지 실력입니다...발전가능성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의 뜬 구름 같은 것이죠...어린 선수들은 자신의 연령대에서 발전하고...실력이 되면 올라오는게 순리이며 원칙이죠...이 걸 무시하면 대표팀 경기력이 들쭉 날쭉 뒤죽박죽이 됩니다...멀리서 찾을거 없죠...조광래...감독이 몸소 보여 줬으니...
위치선점님 역대급글 -_-)bbb
듀어든 급 칼럼인데요..ㅎㅎ
진짜 공감 백개!! 유럽대항전을 봐도 팀의 세브첸코 피를로 등등 많은 팀들이 팀의 주축은 노장들이었죠!
좋은 칼럼이로다...
공지롷
오오 개념글
정말 공감가는 글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대표팀이 유망주들에게 미래를 위한 포석으로 성장의 장이 될 수 도 있겠지만 1순위는 현재 누가 얼마나 뛰어난 실력 또는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느냐 대표팀에서 경쟁력이 있느냐죠. 2년전 석현준이 아약스 입단했단 이유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당장 이동국 빼버리고 석현준을 집어 넣으라고 외쳤습니다만 지금 석현준은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 하고 있습니다. 미래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죠. 좋은 글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