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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는 편지를 쓰고 싶기도 하고 받고 싶기도 한다. 분주했던 여름이 지나가고 한결 순해진 햇빛과 바람때문에 허전해지기 때문일까. 결실의 계절이라고 하는데 아직 여물지 않은 부분을 단단하게 채우고 싶어서 일까. 김광석은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쓴다고 노래했고, 윤도현은 가을 우체국 앞에 섬 그대를 기다린다고 노래했다. 최양숙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달라고 노래했다. 시대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이 동일하게 느끼는 것은 원형(archetype)이라고 했던가. 집을 짓고 빨간 우체통을 세웠다. 요즘 우편물이란 게 세금청구서나 카드사에서 온 것, 광고나 홍보성인 것이 대부분이어서 늘 아쉽지만 손편지를 받아보고 싶은 마음은 늘 간절하다. 스마트폰시대라 톡이나 문자가 빠르고 효율적이지만 느리게 가는 손편지가 그래서 더 애틋하다.
시인은 우체부가 되고 싶다고 한다. 불룩한 가방을 메고 자전거로 해안가로 산길로 꽃 길로 달리는 장면은 한편의 영화다. 낭만이 철철 넘친다. 동구 밖까지 나와서 기다리는 편지를 받아 든 소녀의 볼이 불그스레 물들고, 군입대 영장을 받아 든 청년은 좌절하며, 부고장을 받는 가슴은 덜컹 내려 않기도 한다. 지금이야 자전거가 아닌 오토바이로 다니며 시골에서는 독거노인들의 생사 확인이나 생필품조달도 한다는데 아무튼 우체부는 좋은 소식을 전하는 비둘기 같다.
그나저나 올 가을에는 손편지를 받아봤으면...
PLAY LIST
1 Jeg ser deg søte lam(당신곁에 소중한 사람) · Susanne Lundeng 2 Sundial Dreams(해시계의 꿈) · Kevin Kern · Kevin Gibbs 3 Chanson triste(슬픈노래) - Duparc 4 Beyond the Sea(바다 저편에) - Richard Clayderman 5 Adagio(아다지오) · Secret Garden 6 A Love Idea(사랑의 의미) · Mark Knopfler 7 Sentimental(센티멘탈) · Kenny G 8 Le onde(파도) · Lavinia Meijer
9 Hymn(찬가) · Bill Douglas 10 Forest Hymn(숲의 찬가) - Bill Dougl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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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보고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