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붓다를 만난 사람들 2 ◉ 한센병으로 고생한 로히니 공주 이야기 ◉
☸☸ 설법(설법연구원) 2014년 2월호 원고
부처님의 십대 제자 중 천안제일 아나율 존자가 고향 카필라성을 방문해 니그로다 수도원에 머물고 있었다. 아나율이 고향에 왔다는 소문이 퍼지자, 형제와 친척들이 찾아와 공양올리고 법문을 들었는데, 존자의 여동생인 로히니 공주만은 찾아오지 않았다. 아나율은 한 친척에게 ‘로히니 공주에게 무슨 일이 생겼느냐? 왜 나를 찾아오지 않느냐?’고 묻자, 그 친척은 ‘로히니 공주가 한센병(나병)을 앓고 있어 바깥출입을 하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존자는 공주가 그 병으로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할까? 걱정되어 직접 누이를 만나러 가려고 하자, 공주는 친오빠의 염려를 고맙게 여기고, 아나율을 찾아왔다. 존자는 여동생에게 인과因果와 관련된 법문을 해준 뒤, 동생에게 병을 치료하고자 한다면 공덕을 지어야 한다며, ‘이 수도원에 비구들이 공양하는 공양간이 없어 불편하니, 공주가 공양간 지을 불사금을 보시하라’고 권선하였다.
로히니 공주는 집으로 돌아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패물과 금은보석 등을 팔아 불사금을 준비하였다.
아나율 존자는 다른 친척들에게도 이 사실을 알리고, 불사는 로히니 공주가 병을 치료하기 위해 공덕 짓는 것이니, 모두가 함께 힘을 합쳐 원만 성취되도록 도와주라고 하였다. 그리고 로히니 공주에게는 불사가 진행되는 동안 수도원에 머물면서 스님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이나 욕실 바닥을 청소하고, 물을 담아두는 항아리에 물을 채우는 등 사찰의 궂은 일을 하며 공덕을 쌓으라고 하였다.
공주는 아나율이 시키는 대로 사찰로 들어가서 사람들이 꺼리는 일을 하며 스님들이 수행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봉사를 하였다. 더불어 그녀는 경전을 독송하고 수행하며 열심히 기도 정진하였다. 차츰 그녀의 병세는 점차 호전되기 시작했고, 그녀는 더욱 분발하였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공양간 준공식을 하는 날, 많은 비구들이 운집하였고 부처님께서 직접 오셨다. 부처님께서 법문하고 공양이 끝난 뒤, 시주자를 찾았는데 공주는 나타나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시자에게 그녀를 찾아오도록 하였다. 공주가 부처님 앞으로 와서 공손히 인사를 올리고 자리에 앉자, 부처님께서 물으셨다.
“공주여, 그대는 왜 자신이 그런 몹쓸 병에 걸렸는지 알고 있느냐?”
공주가 모른다고 대답하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로히니 공주는 전생에 남을 해친 일이 있어 금생에 그런 몹쓸 병에 걸린 것이다. 전생에 로히니는 남편이 다른 여인을 사랑하였는데, 너는 그때 남편의 여인을 괴롭힌 일이다. 공주는 전생에 바라나시 국왕의 정비였다. 왕이 춤추는 여인을 후궁으로 받아들이면서 왕비를 멀리하자, 왕비는 궁녀에게 질투심을 느끼고 해칠 궁리를 하였다.
왕비는 사람을 시켜 톡톡 쏘아대며 온몸을 가렵게 만드는 까완초(열대 식물의 한 가지) 가루를 여인의 침상 위와 옷장 안과 옷에 뿌려놓았다. 이렇게 한 뒤, 다음날, 왕비는 궁녀를 불러내어 말하는 척 하면서 그녀에게 직접 까완초 가루를 뿌렸다. 궁녀는 펄펄 뛰면서 고통을 겪다가 자기 방으로 돌아갔는데, 방의 이곳저곳에 뿌려져 있는 까완초 가루 때문에 더 큰 고통을 겪게 되었다. 궁녀는 가려움을 참지 못해 온몸을 손으로 긁었다. 그래서 그녀의 온몸에 손톱으로 할퀸 흉터와 핏자국이 선명하게 남게 되었다. 그렇게 로히니 공주가 전생에 사람을 해친 과보로 이번 생에 몹쓸 병에 걸린 것이다.”
부처님께서 로히니 공주에게 그녀의 전생 과보를 말씀하시고, 대중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누구든지 악한 마음을 내어 남에게 나쁜 감정을 품거나
그릇된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수행자는 마땅히 자비심으로 인욕을 수행방편으로 삼고,
자신을 억제하여 참으며, 사랑으로 모든 존재를 대하고,
서로 서로 화합해 존경해야 한다.”
부처님께서 거듭 게송을 읊으셨다.
분노심을 갖지 말라.
자만심을 버려라.
모든 욕망과 집착으로부터 벗어나라.
몸과 마음에 욕망과 집착이 사라진 자는
고통스런 불행에 떨어지지 않는다.
부처님의 법문이 끝날 무렵, 많은 대중이 수다원과를 성취하였고 로히니 공주도 수다원과를 얻었다. 그리고 그녀는 병이 점차 호전되어 예전처럼 부드러운 피부를 가진 여인으로 돌아갔다.
스님들 법문 중에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내용이 인과이다. 빨리어 <법구경>에 전하는 초기불교 경전의 진리를 통해 인과의 절실함을 느꼈을 것이다. 이 인과는 어느 시대를 초월해 만인의 공통된 진리요, 종교를 벗어나 새겨야 할 가르침이라고 본다. 내가 한만큼 대가가 있는 법이요, 자신이 쏟은 만큼 인생에서 결과가 있는 법이다. 초기경전에서는 이렇게 언급하고 있다.
“전생의 일을 알고자 하는가?
지금 받고 있는 업이 이것이다.
다음 생의 일을 알고자 하는가?
지금 짓고 있는 행위가 다음 생의 과보이다.
欲知前生事 今生受者是 欲知來生事 今生作者是
어느 누구나 전생에, 혹은 이번 생에 지은 악업의 과보는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인과의 얽매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누가 불교를 믿겠는가? 앞의 로히니 공주의 예처럼 전생에 지은 업보를 피할 수는 없지만 공덕을 쌓음으로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우리의 행복과 불행은 자기 자신의 책임 여하에 달려 있으며, 얼마든지 자신의 과보(업)를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참회를 하고, 공덕을 쌓을 때 업장소멸이 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재가자들에게 보시공덕을 실천하고, 청정하게 생활하면 천상에 태어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공덕을 쌓는 방법에 있어서도 그러하다. 사찰에 큰 불사금을 보시했다고 공덕을 쌓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실천되지 않는 이론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로히니 공주처럼, 직접 몸으로 남들이 하지 않는 궂은 일을 하며 공덕 쌓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 스님들도 선방에서 수행하면서 한철동안 공양주 소임을 산다든가 정랑이나 정통 등을 청소하며 공덕 쌓는 것을 중히 여긴다. 즉 복과 지혜를 함께 닦아야 한다는 지론 때문이다. 나는 이 원고를 작성하면서 속이 뜨끔하기도 하다. 늘 공부와 원고로 지혜를 중시하다보니 공덕을 쌓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얀마에서 수행할 때, 수행자들이 사용하는 화장실을 몰래 청소하는 샤알레이(여성수행자로 한국불교 치면 사미니 아래 단계)가 있었다. 그 당시 누가 청소하는지 화장실이 늘 깨끗한 것에 궁금했었는데,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녀는 쉬는 시간에 청소하면 수행자들이 불편할까봐 수행자들이 수행하는 시간에 청소를 하였던 것이다.
예전에 필자가 어느 사찰의 학생법회 법사를 했었다. 꽤 규모가 큰 사찰이었는데, 종무소의 보살님께서 4-5년 동안 무보수로 봉사하였다. 나중에 안 일인데, 보살님의 남동생이 우울증으로 자신을 자학해 병원에 있는데, 공덕을 짓기 위해 보살님께서 절집에서 일했던 것이다. 필자가 법회를 그만두어 보살님의 동생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공덕 짓는 실천을 통해 업보를 줄이고자 했던 보살님의 지극함이 지금까지 내 마음에 잔잔히 흐르고 있다.
누구나 살면서 업을 짓지 않고 살 수 없다. 그 업보는 피할 수 없지만 그 업보를 청정히 하고자 공덕 짓는 행위가 불자의 도리요, 그 자체가 인간의 아름다운 모습이 아닐까?
첫댓글 업장을 소멸하기 위해서는 시주자의 가륵한 정성도 필수이지마는
고송 큰스님 말씀대로 얼마나 공부를 해야 시주자에게 공덕을 지어 줄 수가 있을까 생각을 하면
먹물 옷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집니다.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나무아미타불_()_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_()_
지금 현재는 과거 자신의 투영인 동시에, 미래의 자신을 결정짓는 연결고리와 같은 것! 감사합니다. 아미타불_()_
오늘도 한없이 감사드립니다..나무삼신일불 아미타불_()()()_
감사합니다. 나무아미타불 _()_
감사합니다. 아미타불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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