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가슴마다 (45편 끝)
/ 모네타
해순이와 할머니 관계는 지우의 병을 계기로
많이 좋아졌고 예전의 서먹서먹한 관계에서
무관심한 관계로 변하였다
지우는 학원 수업이 없는 날에는
해순이를 찾아오거나 아니면 전화를
걸어 지우를 보러 오라고 했다
처음에는 지우를 말리던 할머니는
또다시 지우가 아프면 이제는 아이를
이 세상에서 못 볼 것만 같아 못 본척
양보하였고 해순이는 집근처에서 지우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집에 가곤했다
K나 할머니는 지우가 조금 늦게 와도 뭐라고
야단을 치지 않았으며 해순이가 지우의
옷이나 저녁을 먹여 보내도 묵인하였다
지우는 해순이를 자주 만나자 너무 좋은지
과거의 활달한 성격을 찾았고
해순이곁을 떠나지 않을려고 했으며
휴일이면 해순이가 사는 집에 찾아오기도
하였다
지우가 해순이를 만나고 할머니에게도
아빠에게도 잘 하자 할머니 마음은
기우에서 인정쪽으로 흘러갔다
비가 오는 토요일 날 저녁
엄마를 보러 만리동에 간다는 지우의 고집에
할머니와 아빠는 집까지 데려다 주었고
지우는 엄마집에서 엄마와 자고 다음날
저녁에 집으로 왔다
이런 날이 여러번 이어지고 K는 이러다가는
안 되겠다고 판단하여 해순이를 찾아
당신만 괜찮다면 집에 들어와서 함께
살자고 했으며 해순이는 할머니 승낙이 있어야 하니
기다려 보라고 했다
그 해 늦가을 토요일 저녁
해순이는 K의 집을 찾아 무릎을 꿇고 밤새
할머니에게 용서를 빌었다
할머니가 계신 안방문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해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고 어린 지우도 그런
엄마를 용서해달라고 할머니에게 애원했다
K는 할머니의 엄명으로 자기방에서 나오지 못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전전긍긍 안절부절 하였고
다음날 새벽 할머니는 K와 해순이 지우를
모두 불러 앞에 앉혀 놓고 몇가지 당부를
준 다음 함께 살 것을 승낙하였다
해순이는 할머니에게 백배사죄하고 다시는
그런 철부지같은 행동을 안하고
앞으로는 가정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며
살겠다고 다짐을 하였고 할머니는
어쩔 수 없는 인정이기에 입을 다물었다
인정을 받은 일주일 후 일요일
K와 지우가 이삿짐센터 차와 함께 와
이사를 같이 하였고
그해 겨울 첫눈이 내리던 날
K와 해순이는 가까운 친지들만 초청하여
잠실 성당에서 간단한 결혼식을 하였다
K를 만난지 15년만에 부부가 된 것이다
긴 시간동안 어긋난 길에서 참 많이
울기도 원망도 하였던 세월들이었다
그러나 사필귀정
처음에 만나 약속한 연을 지금에서야
이룰 수가 있었다
사는 집이 너무 작아 근처의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하였고 직원들에게 집들이도 하였다
어려웠던 시간을 보상이라도 해주는 듯이
가정은 행복했고
자상하게 해순이를 이해할려는 어머니
잘 따르며 해순이 한 팔이 되어주는 지우
말없이 지켜보며 응원해주는 남편 K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그런데 행복도 기쁨도 늘 시기가 따르는 법
지우가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해
지방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K가
탄 승용차가 맞은편에서 오던 버스와
정면충돌하였다
눈길에 미끄러진 관광버스가 중앙분리대를
넘어 반대편 차선으로 넘어오는 바람에
K가 탄 차와 여러 대의 차가 연쇄총돌을
일으켜 사상자가 많았다
그 소식을 접한 해순이는 부랴부랴 현장으로
내려갔고 할머니는 뉴스시간에 나오는
아들의 사망소식을 듣고 정신을 잃어버렸다
해순이가 사고난 근처 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시신은 영안실로 갔고
병실에는 다친 사람뿐이었다
해순이는 K의 주검을 엠브란스에 실고
서울 잠실병원으로 옮겼고
할머니와 지우와 함께 장사를 치뤘다
발인 날
해순이와 지우는 하얀 소복을 입고 K를
벽제 화장장에서 화장을 하여
K가 좋아하던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팔당대교근처에서 재를 뿌렸다
할머니는 아들의 죽음으로 계속 정신을 잃는 바람에
병원에 입원시키고 모녀만 외롭게 하늘로
가는 남편과 아빠를 배웅했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법
처음부터 하나만 얻었으면 잃을 것도
없었는데
너무나 긴 시간동안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면서
원치 않는 삶도 살고 미움도 원망도
많았던 세월이다
이제는 모두 다 놓아버리고 K를 천국에
보내고 싶다
K의 사망소식을 듣던 날부터 장사치른
날까지 흘린 눈물이 내를 이뤘고 이제는
흘린 눈물도 감정도 남아있지 않았다
한많은 인생길에 홀로 서서 지우를 안고
혼자 가는 해순이의 서글픔만 있으리
그리움은 가슴마다 알알이 배겨 아픔을
전달해온다
K의 49재를 치룬 해순이는 서울집과 직장을
모두 정리하고 어머니, 지우와 함께
해남으로 되돌아온다
고향을 떠나 험한 역경의 인생길이었다
앞으로는 절대로 다시는 고향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해순이는 어머니가 과거에 장사하던 가게를
다시 인수하여 조그마한 양장점을 열어
K를 생각하며 산다
너무나 행복했던 순간들을 기억하면서.......
|
첫댓글 에고~~~ 호사다마치곤 너무 가혹하네요,,,,여인의 한이 서리서리 맺힌글 잘 보았습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글이 너무 한스런 여인의 글이어
쓰면서도 참 많이 마음 아팠습니다
조금 더
가벼운 글이고 해피 엔딩이었으면
어찌 어찌 아홉고개를 넘어 이젠
끝편으로 치달아 왔습니다
늘 변함없이 찾아주시고 격려의 댓글
많은 힘이었습니다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