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금정구 장전동 아파트 부지. 2006년 분양실적 저조로 사업이 중단돼 3년 째 방치된 상태다. |
지난달 29일 오후 부산 금정구 장전동. 잡초만 무성한 황무지를 보며 동네 주민이 혀를 끌끌 찬다. 이곳은 당초 지상 22층짜리 아파트 6개 동을 건립하려던 주택 사업장이다.
A건설은 지난 2006년 일반분양을 실시했지만 계약률이 저조하자 계약자들에게 돈을 돌려주고 공사를 중단했다. 현재는 주택형 변경 등 재설계 작업 중이다.
건설사들이 부산·대구·울산·포항 등 영남 일대에서 미분양아파트 '새판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아파트 초기계약률이 너무 낮아 사업을 잠정 중단 또는 연기했던 사업장의 설계를 새롭게 바꾸는 등 재추진 작업이 한창인 것.
대부분 2∼3년 전 중대형 중심으로 구성했던 아파트 면적을 실수요층이 두터운 중소형으로 변경하고 있다. 계약자들에게 인근의 다른 아파트를 배정하고 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건설사도 있다.
◇"이대로는 승산없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부산·대구 등 영남지역은 전국에서 미분양아파트가 많기로 유명한 곳이다. 미분양 적체가 수년째 이어지면서 전체 미분양아파트(부산 1만4790가구, 대구 2만691가구)의 1/3 이상이 준공 후 미분양(부산 5470가구, 대구 8132가구)으로 남아 있다.
특히 전용면적 85㎡ 초과 중대형은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팔리지 않는 '골칫덩이'다. 경기침체로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분양가·관리비 부담이 큰 중대형 기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어서다.
↑ 2009년 4월 기준 미분양주택 현황 <출처: 국토해양부 통계자료> |
B사 관계자는 "건설사 입장에선 중소형보다 수익률이 높은 중대형을 많이 짓는 것이 유리하지만 역시 시장의 흐름은 거스를 수가 없다"며 "그나마 움직임이 있는 중소형 수요를 집중 공략하는 것이 미분양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C건설은 올 상반기로 잡혔던 부산 재개발아파트 일반분양 일정을 오는 9월로 미뤘다. 가구별 면적을 재구성하기 위해서다. 조합과 협의를 거쳐 당초 132㎡ 주택형을 85㎡로 바꿔 일반분양할 예정이다.
계약자에게 사업장 인근의 다른 아파트를 배정하고 사업을 원점으로 되돌린 사례도 있다. D건설은 경북 포항 양덕동에서 분양한 2개 사업장 중 1곳의 공사를 잠정 중단했다. 중대형으로 이뤄진 1차 아파트의 계약률이 저조하자 계약자들과 2차 아파트 로열층을 배정하기로 약속하고 사업장 1곳을 축소했다.
↑ 대구 수성구 아파트 건설 현장. 미분양 아파트가 4500가구에 이르지만 곳곳에 공사가 한창이다. |
해답은 얽히고설킨 사업구조에 있다. 국내 민간택지 주택사업은 대부분 공사를 맡은 건설사가 개발업자인 시행사의 지급보증을 서는 방식으로 금융권의 돈을 빌려 진행된다. 분양시장 상황이 안 좋아 건설사가 사업을 포기하고 싶어도 시행사, 금융권의 동의 없이는 마음대로 손을 뗄 수가 없다.
대구·부산 일대에 미분양 사업장이 많은 E건설 관계자는 "단순히 시공권만 포기할 수 있는 구조라면 아마도 지방 사업장 여러 곳에서 철수 했을 것"이라며 "토지매입 단계부터 지자체 인허가, 금융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모든 과정이 연결되는 만큼 사업을 포기하는 순간 금전적 손해 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신용 등에도 타격을 입게 된다"고 말했다.
시행사와 시공사가 사업 포기에 합의하더라도 부지가 팔리지 않아 애를 먹기도 한다. 영남의 한 지역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을 포기하고 싶어도 땅을 사겠다는 매수자 찾기가 어렵다"며 "공공기관에 땅을 넘기는 것도 알아봤지만 가격 산정 기준이 터무니없이 낮아 손해가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기획-한계 다다른 지방 미분양]③광주·전남
광주·목포=장시복 기자 | 2009/07/03 07:35 | 조회 8520
↑광주 수완지구에 짓고 있는 한 아파트 단지. |
지난달 29일 광주광역시 수완지구내 한 중개업소. "요즘 지역 사정이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중개업소 사장이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수완지구만해도 10가구 중 5∼6가구는 비어 있을 정도로 미분양이 많은데 건설사들이 무슨 수로 버티겠냐는 설명도 덧붙인다.
광주.목포 등 호남 부동산 시장이 붕괴 위기를 맞고 있다. 미분양아파트 적체가 심각한데다 호남에 기반을 둔 건설사들 마저 줄줄이 퇴출, 지역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는 것이다. 집값 하락, 미분양 할인판매 등으로 건설사와 기존 계약자간 갈등이 잇따르면서 지역 인심마저 흉흉한 상태다.
↑D등급 대주건설이 목포 옥암지구에 |
수완지구 A아파트의 한 입주민은 "밤이 되면 건설사들이 빈집에 일부러 불을 켜 놓는다"며 "입주율이 낮아 썰렁한 도시로 각인되는게 두려워 일종의 트릭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와 입주민간 갈등은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수완지구 10여개 건설사들이 미분양아파트에 대출이자 및 세금 대납, 잔금분할 납부 등 각종 할인조건을 내걸자 기존 계약자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아파트 단지에 건설사를 비난하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거는가 하면 기존 입주자들이 무전기를 들고 교대근무를 서며 분양가 할인을 받은 미분양 계약자의 입주를 막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B건설 관계자는 "당초 기대와 달리 집값이 오르지 않자 기존 계약자들이 건설사에 온갖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며 "미분양 계약자들과 똑같은 조건을 소급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C건설 관계자는 "기존 계약자들의 요구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루 빨리 미분양이 팔려야 건설사와 입주민 모두가 살 수 있다"고 토로했다.
↑수완지구의 한 부동산중개소 사이트. |
이는 건설사가 분양을 시작한지 최소 2년6개월∼3년이 지난 사업장들이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건설사 입장에선 자금을 미리 투입해 아파트를 지은 만큼 분양이 안되면 자금 사정도 악화될 수밖에 없다.
호남을 중심으로 주택사업을 해 온 지역 대표기업인 대주건설과 C&중공업 등이 지난 1월 건설.조선업 구조조정에서 퇴출대상으로 분류된 것도 이같은 시장과 무관하지 않다. 3월 2차 구조조정에서 퇴출 및 워크아웃 대상의 25%(9개)도 호남 업체였다.
첫댓글 글 감사합니다 ^^
부동산 경기를 살리자는 것은 이미 미국에서의 그린스펀의 잘못을 되풀이 하는 것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해서 10위권내의 건설사 한두개는 넘어가는 것이 시장원리
작년 여름 부산에 놀러갔다가 해운대에 세워놓은 엄청난 물량의 주상복합을 보고 부산도 이제 아작났구나 하고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분당이나 서울의 주상복합은 비교도 안되더군요..
부산의 부는 해운대로 몰리는 중이라 그렇습니다. 맨 위의 부산 금정구 장전동 부지만 해도 잘 보이지 않지만 멀리5층 아파트(예그린아파트)와 사진 사이 나무 있는 곳도 사진에 보이는 땅만큼 넓은 땅인데 빈터로 놀리고 있습니다.또 사진 찍는 쪽 뒷 땅도 재개발 하려다 실패하고 그냥 그대로 놔두고 있습니다.미분양이 문제가 아니라 이런 재개발(재건축) 땅도 부산엔 지천으로 널려 있는데 앞으로 어찌될지 저도 모르겠네요....
감사합니다. 퍼갑니다 ^^
서울/경기 지역은 조금 다름니다. 특히 경기지역은 인구가 계속 유입되고 있어 부동산 가격상승 기조가 꺾이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봅니다. 다만 금리가 상승하게 되면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되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