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했던 동장군의 기세가 완연하게 사그라지고 있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달래줄 기가 막힌 여행지는 없을까? 채움Zine이 추천하는 여행지는 바로 경상남도 진주시다.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지닌 소싸움대회가 열리는 곳이고, 입맛 까다로운 미식가들에게 이미 유명한 다채로운 먹을거리들도 있다. 역동적인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도시, 이번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진주시로 떠나보자.
소싸움의 발상지는 진주시
소싸움 하면 으레 ‘청도’를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이 있는 소싸움대회는 진주시에서 열리는 ‘진주전국민투우대회’이다. 진주의 소싸움 대회는 신라가 백제와 싸워 이긴 전승기념 잔치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있을 만큼 오랜 명맥을 자랑한다. 남강 주변에서 마을 구성원들의 결속력 강화, 생산력의 대내외적 표출 등 다양한 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소싸움의 발상지라고 여겨지는 진주. 진주소싸움의 명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단지, 마을 간의 소싸움이 개인 간의 소싸움으로 진화된 것뿐이다.
매주 토요일 1시에 볼 수 있는 진주소싸움대회
지금도 진주에서는 토요일마다 소싸움대회가 열린다. 매주 30두의 싸움소가 출전하여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기를 치르는 상설대회다. 진주의 명물 진양호 주변에 있는 ‘진주전통소싸움경기장’에서 대회가 열리며 부대행사로는 인기가수의 축하공연과 자전거, 쌀 등 다양한 경품을 나눠주는 경품추첨행사가 있다. 소싸움경기는 무료로 관람하며 소싸움경기를 두고 도박을 하는 행위는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진주 소싸움 경기 안내>
기간 : 2013년 3월~11월
일시 : 매주 토요일 오후 1시 30분
장소 : 진주전통소싸움경기장 (진주시 판문오동길 100)
이벤트 : 자전거 등 경품지급, 초청가수특별공연
문의 : (사)한국민속소싸움협회 진주시지회 (055)747-6159
찾아오시는 길
서울·경기방면
서울 IC → 경부고속도로 → 대전·동영간 고속도로 → 서진주 IC → 소싸움경기장
부산, 대구, 광주, 전남
남해고속도로 →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 서진주 IC → 소싸움경기장
※ 시내버스 이용안내 : 251번(진양호 방면)
민속소싸움의 변화
각 마을 생산력의 경합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었던, 전통적 소싸움은 1970년대에 이르러 경남 진주를 시작으로 그 성격이 변화했다. 우선 전통적 소싸움의 주체였던 마을공동체가 뒤로 물러나고 소 주인이 싸움의 주체가 되었으며 엄격한 경기 규칙이 제정되었다. 이에 따라 전통적 소싸움에는 없던 체급 구분이 이루어지고 토너먼트 방식으로 각 체급의 우승 소를 가리게 되었다. 또한, 우승 소에게는 거액의 상금을 주고, 그 소의 몸값도 몇 배나 오르게 되자 물질적 측면이 소싸움의 중요한 동기로 작용하게 되었다.
현재 소싸움은 대구, 경북 청도, 경남 의령·진주·김해·창원, 전북 정읍 등에서 연중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청도에서는 대규모 실내 투우장을 건설하여 소싸움을 상설화
하고 우권(牛券)을 발행한다. 마치 경마장에서 마권(馬券)을 판매하듯이. 청도소싸움대회는 그동안 음성적으로 이루어졌던 소싸움 도박을 양성화하여 청도군의 홍보에도 널리 활용하고 있다. 소싸움의 발상지는 진주지만, 흥행 면에서는 청도가 앞선 것.
참고자료 :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세시풍속사전
소싸움의 진행 방식
싸움소들이 내뿜는 콧김, 관람객들의 함성, 애지중지 키운 싸움소의 바로 뒤에서 응원하는 소 주인들의 초조함…. 소싸움 경기의 흐름은 이렇다. 장내 해설자가 양측 싸움소를 소개하고 소의 주인이 싸움소의 고삐를 쥐고 경기장 중앙으로 이동한다. 심판이 경기의 시작을 알리면 각각의 소 주인들은 소의 고삐 줄을 풀러 싸움소의 3~5m 후방에 위치한다. 싸움소들은 각자 연마한 고유의 기술로 경기를 치르고, 먼저 고개를 돌리고 상대싸움소를 피해 도망가거나, 심판진이 판단하기에 경기력이 떨어져 상대싸움소와 비교해 기량이 크게 차이나서 경기속행이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심판판정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기도 한다고.
소싸움 기술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밀치기 – 싸움소가 상대 소를 밀어붙이는 기본기술.
머리치기 – 소싸움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기술. 소의 이마 부분을 공격한다.
목치기 – 상대 소의 목을 공격하는 기술로, 대단히 어려운 기술
옆치기(배치기) – 상대 소의 옆구리 쪽 배를 공격하며, 경기를 끝내는 끝내기 기술.
뿔걸이 – 상대 소의 뿔을 걸어 누르거나 들어 올려, 목을 꺾는 공격적인 기술
뿔치기 – 뿔을 좌우로 흔들어 상대의 뿔을 치며 공격하여 상대를 제압한다.
들치기 – 머리를 상대목에 걸어서 공격하며, 싸움소의 노련미와 강한 체력을 엿볼 수 있다.
연타 – 뿔치기 뒤에 머리치기로 이어지는 연속공격으로 승률이 높은 기술이다.
이렇듯 다양한 기술이 있지만, 참가하는 싸움소마다 주력 기술 1개 외에 2~3개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싸움소가 기술을 습득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길고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의 모습이 제각각이듯 싸움소의 뿔 모양과 생김새도 각양각색이다. 소의 뿔모양은 싸움소의 싸움 기술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소싸움 대회 ‘진주전국민투우대회’
매년 5월에 열리는 ‘진주논개제’와 10월에 열리는 ‘개천예술제’ 축제 때는 엄청난 규모의 소싸움대회가 열린다. 특히, 개천예술제에 열리는 대회가 바로 진주전국민투우대회이다. 이 대회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대회이자, 최대 규모의 소싸움대회이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메이저리그인 셈. 이 대회는 1971년부터 전국 단위의 큰 대회로 거듭나게 됐고, 어느덧 올해로 121회를 맞게 되었다. 출전하는 싸움소의 체급을 6단계로 나누어 체급별 토너먼트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진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 음식!
흥미진진한 소싸움도 봤으니, 진주의 별미를 찾아 길을 나서는 건 어떨까? 예로부터 진주는 서부 경상남도 교통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으며, 지리산자락에서 자라나는 청정 농산물과 남해의 신선한 수산물을 함께 접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진주엔 전국적으로 이름 높은 별미 음식들이 많은 편이다. 예를 들면 진주냉면, 진주비빔밥, 진주 장어구이 등이 있는데 이름난 맛집을 애써 찾아갈 필요 없이 진주시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음식점에 들어가기만 해도 된다고.
냉면 중의 냉면, 진주냉면
원래 진주 인근의 산간지방에는 냉면의 주재료로 쓰이는 메밀을 많이 재배했다. 진주에서는 냉면을 고급화하여 고관대작의 아침음식으로 대접했다고 한다.
1994년 북한 평양과학백과사전 종합출판사에서 발행한 ‘조선의 민속전통’에는 ‘냉면 중에 제일로 여기는 것은 평양냉면과 진주냉면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평양냉면이 메밀가루에 녹말을 약간 섞어 만드는 것이라면, 진주냉면은 메밀가루만을 사용해서 만들고, 돼지고기를 쓰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다양한 재료들을 섞어 만드는 진주냉면의 맛은 담백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라, 맛이 ‘쨍~’ 하다고 느껴지는 평양냉면과는 확실하게 구분된다. 혹시 기회가 닿아 진주냉면 육수를 만드는 과정을 보게 된다면, 놀라지 마시라. 각종 잡내를 제거하기 위해 거대한 무쇠덩이를 가열하여 육수에 담가놓는데, 무쇠의 무게도 있고 작업의 위험성도 높아 예로부터 해당 작업은 남자들이 도맡아서 해왔다고.
일곱 빛깔 꽃밭이 떠오르는 진주비빕밥
칠보화반(七寶花飯). 진주비빔밥을 일컫는 말이다. 풀이하면 일곱 색깔의 꽃밥이란 뜻인데, 동그란 놋그릇에 각종 나물을 얹어놓은 모습을 보면 아름다운 꽃밭을 보는 듯하다. 진주비빔밥의 특별함은 ‘밥’에 있다. 기름기를 제거한 쇠머리를 끓여 곰국을 끓인 뒤에 이 국물로 밥을 지어낸다. 마지막으로 비빔밥의 꼭대기에 육회를 얹어 완성. 비빔밥에 곁들여 먹는 국으로는 콩나물국이 아니라 선짓국이 나오는 것도 진주비빔밥의 특별함이다. 이런 특별함 때문일까? 조선 시대에는 진주비빔밥이 궁중에서 즐겨 먹는 음식이었으며 태종 때에는 한양의 정승들이 비빔밥을 먹기 위해 천 리 길을 이동해 진주로 자주 방문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멀리서 오는 특별한 손님에게 대접한다던, 진주장어구이
진주교에서 진주성으로 가는 길목에 보면 장어집들이 오밀조밀하게 늘어서 있다. 연탄불에 장어를 굽는 냄새가 코를 자극해서, 이곳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진주지역의 장어구이는 기름기가 없이 담백하고 은은한 맛이 있다. 연탄불로 초벌구이한 장어를 숯불에 살짝 구운 뒤에, 양념을 발라 한 번 더 구워낸다. 진주 사람들은 멀리서 손님이 오면 남강에서 갓 잡아낸 장어를 대접했다고 한다. 불에 익혀 먹는 음식이 그렇듯이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장어를 구워내는 기술이라서 솜씨 좋은 요리사가 필요하다.
언젠가 KBS의 ‘1박 2일’의 강호동이 ‘중학생 때 훈련을 마치고 경남 진주에서 장어 70마리를 먹었다.’고도 극찬한 진주장어구이. 보양식이자 별미인 장어구이를 적극 추천한다.
시골의 평안함 속에서 멋진 남강의 풍경을 느껴보자,
진주 가뫼골마을
기존 여행의 틀을 깨고, 도시의 팍팍한 일상에서 벗어나 여유롭고 고즈넉한 시골인심을 느끼고 싶다면, 농협에서 제공하는 ‘팜스테이’를 이용해보는 것도 좋다. 팜스테이는 농가에서 숙식하면서 농사, 생활, 마을 축제 참여 등 농촌 문화를 여행이란 코드로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더구나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요즘, 산지에서 직접 수확한 싱싱한 농산물을 저렴하게 즐길 수도 있어 알짜배기 ‘농촌체험’이 반갑게 다가온다.
멋진 남강의 풍경 속 시골의 평안함과 인심이 넘치는 곳,
진주 가뫼골 마을
진주 가뫼골 마을은 진주시에 있는 유일한 농협 팜스테이 마을이다. 이곳은 매실과 단감이 많이 생산되는 고장으로 언제나 축제가 열리고 있다. 매화가 필 무렵이면 매화꽃잎주 담그기, 여름철에는 매실 따기 등의 농촌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가뫼골마을에 방문하여 농산물을 구입하면 숙박료에서 할인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가뫼골 마을의 계절별 프로그램
봄 – 들나물 채취, 도라지 옮겨심기, 관상수 심기
여름 – 매실 따기, 자두 따기, 연꽃 따기
가을 – 새송이버섯 수확, 단감 따기, 밤 줍기
겨울 – 곤충, 관상조류생태체험, 등산, 삼림욕, 친환경골프카 동비체험 등
가뫼골 마을의 즐길거리
먹거리 – 매실차, 도라지, 사슴, 메밀수제비, 곰치, 삼계탕, 버섯전골, 삼겹살
볼거리 – 촉석루, 청곡사, 진양호, 지리산
살거리 – 고추, 감, 매실, 딸기, 표고버섯, 자두, 키위, 배
문의처 : 가뫼골마을 대표자 류재하 010-7665-2121 / 055-746-2121,
북부농협 055-744-3041
홈페이지 : 팜스테이( http://www.farmstay.co.kr/ )
오감충족(五感滿足), 진주여행 떠나보자
갑갑한 잿빛 도시를 벗어나, 한 주간 열심히 일한 나에게 주는 선물로 여행을 떠나자. 소싸움경기를 관람하며 응원도 하고 경품도 받고, 진주의 맛을 찾아 자유로이 움직이다 보면 떠날 때 했던 잠깐의 갈등은 기억조차 나지 않을 것이다. 도시생활 속에서 경험할 수 없는 살아있는 자연을 배우고, 재밌는 볼거리, 맛있는 먹거리도 풍부한 오감만족 도시 진주로 떠나보자. 혹시나 장거리 운전으로 기름 값이 걱정된다면 농협카드의 혜택을 꼼꼼히 따져 활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