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돈으로 770억원에 거래된 북송시대 명필 황정견의 서예작품 ‘지주명’. 역대 중국 미술 경매에서 최고가를 기록했다. 총 길이가 14.45m에 이르는 대작이다. 급성장하는 중국미술시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폴리옥션 제공]
4억3680만 위안(약 770억원)-.
4일 새벽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폴리(保利)옥션 5주년 기념 경매에서 ‘지주명’이 낙찰되는 모습. [폴리옥션 제공]
중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가 경신됐다. 4일 새벽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폴리(保利) 옥션 5주년 기념 경매에서 북송(北宋)대의 시인 겸 서예가인 황정견(黃庭堅·1045~1105)이 쓴 서예작품 ‘지주명(砥柱銘)’이 3억9000만 위안에 낙찰됐다. 이 작품은 12%의 수수료가 붙어 총 4억3680만 위안에 거래됐다.
이는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거래된 중국 미술품 경매가 중 가장 높은 가격이다. 2005년 런던에서 열린 크리스티 경매에서 원나라 시대의 청화자기가 기록했던 2억3000만 위안을 두 배 가까이 뛰어넘는 것이라고 북경청년보(北京靑年報)가 4일 보도했다.
이에 앞서 5월 17일 베이징에서 열린 자더(嘉德) 춘계 미술품 경매에서는 장다쳰(張大千·1899∼1983)의 유작이 1억80만 위안(약 175억원)에 판매되면서 중국 그림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전 기록은 2007년 11월 자더 추계 경매에서 구영(仇英·1498∼1552)의 ‘적벽도’가 세운 7952만 위안이었다.
황정견은 스승인 소동파(蘇東坡)와 함께 송대를 대표하는 시인이다. 글씨도 행초서에 뛰어난 재능을 보여 북송 4대가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작품은 폭이 37㎝, 소유자가 느낌을 적는 제발(題跋)까지 포함해 총 길이가 14.45m에 이른다. 글씨는 8.24m에 82행 407자가 쓰여 있다.
황정견이 1095년께 쓴 이 작품은 중국 민간에서 보관돼 오다 20세기 초 일본으로 건너간 뒤 일본 민간 박물관이 소장해 왔다. 그러다가 몇 년 전 대만 수집가 손에 들어가게 되면서 이번에 처음으로 경매시장에 나왔다. 이 작품은 프리뷰 기간 중 이미 “박물관급 작품이 나왔다”는 소문과 함께 경매가 기록을 세울 것으로 기대를 모아왔다.
현재 세계 미술 경매시장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은 지난달 4일 크리스티 뉴욕 경매장에서 팔린 파블로 피카소 작품의 1932년작 ‘누드, 녹색잎과 흉상’(1억640만 달러, 약 1180억원)이다. (※급성장하는 중국 미술품 경매시장에 대한 기사는 6월 6일자 중앙SUNDAY 매거진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