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은… 세상서 가장 큰 책이죠” 경북 영천 오산리 ‘산자연학교’ 봄풍경
▲...산책으로 하루 시작 - 산자연학교 어린이들이 권두용 선생님과 함께 돌다리를 하나씩 놓아 가며 개울을 건너고 있다. 아이들은 하루를 시작하기에 앞서 매일 아침 몸 깨우기 일환으로 인근 숲을 산책하며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어준다.
★...교육과 삶의 통합, 경쟁과 선발위주 교육 극복을 위한 실천적 대안으로서 ‘산자연학교’가 문을 열었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꽃과 나무, 흙과 물, 하늘과 땅, 별과 달이 하나 되는 체험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우주의 신비를 깨닫고 생명을 사랑할 수 있는 열린 마음으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함께 배워나가게 될 것이다.
산자연학교는 저학년(1~3학년) 9명과 고학년(4~6학년) 8명으로 경북 영천시 화북면 오산리에서 지난 6일 개교했다. 초등교육과정 대안학교로서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처음이다.
▲...“생명의 소리 들어요” - 아이들은 가능한한 목소리를 낮추고 대나무숲을 거닐며 자연에서 들려오는 생명의 소리를 듣는다.
★...이 학교는 대안학교답게 학교 운영방식도 독특하다.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기본으로 하며, 주 5일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4계절 방학을 두되 법정 수업일수는 꼭 준수한다.
또 생태주의적 삶을 실천하기 위해 학생들은 유기농 식사와 친환경 비누, 치약, 삼푸를 사용하도록 했다. 에너지는 태양광을 활용하고, 풍력발전기와 생태화장실을 설치해 놓았다.
산자연학교의 하루 여행은 몸 깨우기부터 시작이 된다. 몸 깨우기란 하루를 열며, 자연과 몸이 하나 되게 하는 명상, 춤, 노래, 시로 몸의 감각을 일깨우고 마음을 이완시켜 심신의 균형을 갖게 하는 것이다.
▲...돌·나무가 장난감 - 아이들이 컴퓨터 대신 돌과 나무 등을 장난감 삼아 놀고 있다
★...몸 깨우기 첫날은 대나무 숲에서 이루어졌다. 찬란한 아침햇살이 곧게 뻗은 대나무 사이를 뚫고 아이들을 비추고 있다. 끊임없이 재잘거리며 거침이 없던 아이들이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자연의 소리를 듣는다. 바람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벌레가 기어가는 소리,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 낙엽 밟는 소리를 들으며 아이들은 자연 속으로 깊게 빨려 들어감을 느낀다.
숲 속으로의 여행을 마친 아이들이 강당에 모였다. 프로젝트 수업시간이다. 한 가지 주제로 개인과 집단의 목표를 연속적으로 다루는 흥미와 능력에 맞춘 수행중심 학습이다. 이는 창조적 지식과 기술, 종합적 사고능력을 길러주게 된다. 강당에서 아이들은 뮤지컬 ‘명성황후’를 시청했다. 연말에 학생들이 직접 꾸미게 될 뮤지컬 공연을 위한 예비학습이다
▲...양말 벗고 토론 - 프로젝트시간에 모두 양말을 벗은 채 토론을 벌이고 있다
★...꿀맛 같은 점심식사를 마친 아이들이 자유시간을 즐기기 위해 제각각 흩어졌다. 일부는 운동장으로 다른 한 무리는 학교 뒤뜰로 향한다. 서너 명의 아이들이 난생 처음 리어카를 끌어본다. 생각만큼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땀을 뻘뻘 흘린다. 뒤뜰로 간 아이들은 닭과 토끼에게 먹이를 준다. 아이들은 그들과 더없이 좋은 친구가 돼 다음 수업을 위한 종소리조차 듣지 못한다.
오후에는 텃밭 가꾸기에 모든 정성을 쏟았다. 호미로 이랑을 고른 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상추 씨앗을 뿌린다. 혹시 추위가 다시 올까봐 마른 짚으로 덮어준다. 아이들은 머지않아 돋아날 새싹을 고대하며 봄바람에 흩날리는 흙먼지를 하늘로 날려 보내고 있었다.
▲...유기농 식사 - 유기농 식단으로 꾸며진 식사를 하기 위해 음식을 접시에 담고 있다
★...해님이 저 멀리 산등성이에서 붉은 빛을 토하며 하루를 마감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아이들은 마당 한쪽 화톳불 주변으로 옹기종기 모여 앉는다. 그러고는 부지깽이로 불을 지피며 소곤소곤 소박한 꿈을 나누고 있다.
아이들은 이제 산과 들, 냇가를 마음껏 뛰어다니며 자연과 더불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텃밭을 가꾸고 수확의 기쁨을 만끽하며 생명의 소리를 가슴 한 곳에 품고 다닐 것이다. 그리고 밤을 헤아리며 별자리를 관찰하고 무한한 상상력을 키워나갈 것이다.
▲...우주의 신비 - 공부 별자리를 보며 신비스러운 우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들꽃세상에서 뒹굴고 무지개 꿈을 꾸며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산자연학교 어린이들. 원초적인 삶을 찾아가는 그들에게 생명과 평화의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리어카는 놀이기구 - 리어카를 타며 공동체생활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사진 = 박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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