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병산(白屛山, 423.5m)
산행일 : ‘17. 10. 29(일) 소재지 :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과 강상면의 경계 산행코스 : 전수1리 버스정류장→시실리모텔 맞은편→임도→송전탑→마당바위→백병산→사거리(송학리 갈림)→포장임도→비포장임도→병산2리(산행시간 : 2시간 40분)
함께한 사람들 : 산과 하늘 특징 : 양평군의 서쪽 남한강변에 위치한 나지막한 산으로 제대로 된 바위 하나 만날 수 없는 전형적인 육산(肉山)이다. 때문에 특별한 볼거리는 없다고 보면 된다. 백병산 정상을 제외하고는 조망(眺望) 또한 보잘 것이 없다. 하지만 산이 원체 나지막하다 보니 그다지 힘을 들이지 않고도 산행을 마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거기다 흙산의 특징대로 보드라운 흙길은 차라리 폭신폭신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고, 산길의 경사(傾斜) 또한 완만하기 짝이 없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별 무리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다는 얘기이다. 대중교통의 이용이 편리한 서울 근교의 산이라는 장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산행지’로 권하고 싶지는 않다. 아무런 볼거리가 없는 ‘그저 그렇고 그런 산’이라서 자칫 어린애들이 투정을 부릴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산행들머리는 전수1리(힐하우스) 버스정류장(양평군 강하면 전수리) 모처럼 대중교통 이용이 가능한 근교산행이다. 2개월 전 바위에서 떨어지면서 다친 발목(인대 파열)에 대한 부담감을 회원들이 배려해준 덕분이다. 아무튼 백병산을 오르고 싶다면 일단은 양평읍까지 와야만 한다. 이때 중앙선 전철을 이용해도 좋고 동서울터미널(2호선 강변역)에서 직행버스를 타도된다. 이어서 양평시외버스터미널에서 4-(5·7·9·10·11)번 버스를 이용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산행들머리인 전수1리에 이르게 된다. ▼ 아래 지도와는 조금 다르게 진행했다. 백병산에서 1.5Km쯤 진행하다 성덕리와 송학리로 내려가는 길이 나뉘는 사거리에서 송학리 방향으로 내려섰고, 이어서 만나게 되는 포장임도를 따라 왼편으로 내려서다가 잠시 후 왼편으로 나뉘는 비포장 임도를 이용해서 날머리인 병산2리로 연결시켰다. ▼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버스가 왔던 방향으로 150m 정도를 되돌아나가면 ’무인텔‘인 ’시실리모텔‘이 나온다. 이 모텔의 맞은편 포장임도가 오늘 산행의 들머리이다. 들머리 오른편에 ’양자산 등산 안내도‘가 세워져 있으니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임도를 따라 100m쯤 올라가면 왼편으로 다른 임도 하나가 나뉜다. 백병산으로 가려면 이 임도를 따라야 한다. 그런데 달갑지 않은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게 아닌가. 입구를 철제문으로 막아놓은 것이다. 개의치 않고 우회(迂?)해서 들어가지만 기분은 썩 좋지가 않다. 지자체에서 안내하고 있는 등산로를 개인이 막아버린 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개인만 나무랄 일은 아닐 것이다. 이런 상황이 생겼는데도 이를 방치하고 있는 지자체의 무관심도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다. ▼ 뒤돌아보면 남한강과 양평시가지가 한눈에 쏙 들어온다. ▼ 잠시 후 이동통신사의 것으로 보이는 시설물 앞에서 첫 번째 이정표(백병산 정상 1.75Km/ 전수리 등산로 입구 0.5Km)를 만난다. 산길은 이곳에서부터 비포장 길로 변한다. ▼ 임도를 조금 더 따르다가 이내 산자락으로 파고든다. 물론 이정표는 보이지 않는다. 그 흔한 산악회 리본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희미한 길의 흔적을 찾아가며 진행할 따름이다. ▼ 산길은 서서히 가팔라진다. 하지만 버거울 정도는 아니니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저 단풍으로 물들어가는 가을 풍경을 눈요기 삼아 오르면 될 일이다. ▼ 산자락으로 접어들어 15분쯤 진행했을까 군인들이 사용했을 것으로 여겨지는 참호(塹壕)가 나타난다. 아니다. ’군사시설 보호구역‘이니 무단점용이나 훼손을 금한다는 군부대의 경고판이 세워져 있는 걸로 보아 아직도 사용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 산길은 고도(高度)가 높아질수록 그 경사 또한 심해져간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버겁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 그렇게 5분 정도를 오르면 거대한 송전탑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능선에 올라선다. 오른편으로도 길의 흔적이 나있으나 백병산은 왼쪽 방향이다. ▼ 이후부터는 능선을 따른다. 그리고 3분 후에는 두 번째 이정표(병산리 등산로 입구← 0.55Km/ 전수리 등산로 입구↓ 1.32Km)를 만난다. 왼편에 보이는 길은 병산리에서 올라오는 길인 모양이다. 하지만 이정표에는 백병산으로 가는 방향표시가 없다. 이정표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 능선은 고도(高度)를 높여 감에 따라 가을 풍경 또한 그 농도(濃度)가 짙어져간다. 그러다가 끝내는 전형적인 가을 풍경으로 변해버린다. ’가을 단풍은 꽃보다 아름답다.‘는 문구가 옳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주변이 온통 붉게 물들어있다. 그래 ’오매 불 나부렀네!‘라는 말은 이런 때 하는가 보다. ▼ 가을 옷으로 갈아입은 나무들을 감상하며 10분쯤 걷자 ’백병산 마당바위‘라는 팻말이 보인다. 하지만 바위는 보이지 않는다. 바닥이 조금 반반한 것을 두고 ’마당’이란 지명까지 붙여놓았나 보다. 하긴 양평 쪽의 사면(斜面)이 날카롭게 각을 세우고 있어 벼랑으로 보이기는 한다. ▼ 그 덕분에 나뭇가지 사이로 틈이 벌어지면서 남한강이 신기루처럼 슬그머니 나타난다. 가히 몽환적이 풍경화가 아닐 수 없다. ▼ 산길은 급할 것이 없다는 듯이 서서히 고도(高度)를 높여간다. 거의 평지 수준의 경사를 보인다고 보면 되겠다. 아직까지도 푸름을 자랑하고 있는 나무들도 많이 보인다. 아무래도 바람을 덜 타는 곳이라서 덜 여물었나 보다. ▼ 능선은 참나무들이 주종, 그 사이사이에 단풍나무들이 군락을 이루는데, 가끔은 낙엽송들도 무리를 지어 하늘로 치솟아 오르고 있다. ▼ 그렇게 15분쯤 걸으니 커다란 바위 하나가 길손을 맞는다. 오늘 산행에서 처음으로 보게 된 바위일 뿐만 아니라 그 생김새 또한 기괴하기에 카메라에 담아봤다. 그리고 살그머니 ‘장군바위’라는 이름 하나를 붙여본다. 바위 하나 없는 능선에 ‘독불장군’처럼 오롯이 서있다는 의미로 말이다. ▼ 산길은 바위를 지나면서 경사가 급해진다. 그렇다고 버거울 정도로 가파르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저 적당히 가파르다고 보면 되겠다. 거기다 조금만 가파르다 싶으면 어김없이 밧줄로 난간을 만들어 놓았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오르내리라는 배려일 것이다. ▼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다시 한 번 가을빛 잔치가 열린다. 주변이 온통 단풍나무 일색인 것이다. 능선 전체가 붉게 타오르고 있다. 그 아름다움에 취한 일행들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그런 분위기에 도취한 나 또한 기쁨의 눈물 한 방울 똑 떨어뜨리고 만다. 극한의 슬픔과 극한의 기쁨은 하나가 아니겠는가. ▼ 진행 속도가 한없이 느려진다. 이것저것 눈에 담다보니 발걸음이 더뎌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20분 정도를 걷자 드디어 백병산 정상이다.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10분 만이다. ‘백병산(白屛山)이란 지명의 유래는 전해지지 않는다. 하지만 요 아래에 있는 병산리(屛山里)라는 지명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다. ’마을 뒤의 산이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는 형상‘이라고 해서 ’병산(屛山)‘이라는 마을 이름이 생겨났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백(白)‘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이유가 설명되지 않으니 그저 하나의 설(說)로만 놓아두자. ▼ 정상에는 정상표지석과 이정표(전수리 등산로입구 2.2Km, 양자산 정상 9Km/ 병산리 등산로입구 1.56Km) 외에도 이곳의 높이가 423.7m임을 보증하는 삼각점(이천 304)이 설치되어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가뜩이나 비좁은 공간에다 안테나 시설까지 만들어 등산객들이 쉴만한 공간을 아예 없애버렸다. ▼ 정상의 한쪽 귀퉁이에는 커다란 바위가 하나 솟아올랐다. 서너 명이 한꺼번에 올라설 수 있을 정도로 위가 반반한 바위이다. 어떤 이는 이 바위를 일러 ‘마당바위’라고 했다. 하지만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그저 전망바위 수준으로 보는 게 옳겠다. 아무튼 바위 위에서의 조망은 시원스럽다. 가섭봉과 백운봉, 장군봉 등 용문산 능선의 많은 봉우리들과 양평 일대가 한눈에 쏙 들어온다. 그 오른편 끄트머리에서는 추읍산이 나도 여기 있다며 고개를 내밀고 있다. ▼ 하산을 시작한다. 물론 양자산 방향이다. 산길은 시작부터 가파르기 짝이 없다. 뭔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내려설 수 없을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지자체에서 이런 상황을 놓쳤을 리가 없다. 밧줄로 난간을 만들어 의지할 수 있도록 했다. ▼ 안부까지 떨어졌던 산길이 맞은편 산봉우리로 다시 오르더니 이후부터는 작은 오르내림을 반복하면서 서서히 고도(高度)를 낮추어간다. 산행이 수월해졌음은 당연한 일이다. ▼ 구태여 발걸음을 서두를 이유가 없는 구간이다. 마침맞게 단풍철과 겹쳤으니 곱게 물든 산하(山河)를 구경하면서 한껏 여유를 부려본다. 이런 게 ‘행복’이 아니겠는가. 행복의 기본은 ‘만족’이라고 했다. 지금 난 주어진 여건에 만족해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 그렇게 20분 조금 못되게 진행하면 ‘성덕리 갈림길’(이정표 : 양자산 정상↑ 8.5Km/ 성덕리→ 1.7Km/ 백병산 정상↓ 0.9Km)을 만난다. 갈림길에 개의치 않고 양자산 방향으로 직진한다. ▼ 이후부터 산길은 상당히 가파르게 아래로 향한다. 그리고 15분 후에는 또 다른 삼거리(이정표 : 양자산↑ 7.9Km/ 성덕리→ 1.7Km/ 백병산 정상↓ 1.5Km)를 만난다. 하지만 이곳은 송학리(강상면)로 내려가는 길이 하나 더 있는 사거리이다. 이정표에서 몇 걸음만 더 걸으면 나타나는 입간판 모양으로 생긴 또 다른 이정표(양자산↑ 4.5Km/ 백병봉↓ 3Km/ 강상면 송학리←/ 강하면 성덕리→)가 이를 증명해준다. 길 찾기에 도움이 되는 이정표들이나 표기된 거리는 마음에 새겨두지 않은 게 좋겠다. 실제 거리와는 꽤 많은 차이가 나는 것 같기 때문이다. ▼ 이젠 본격적인 하산을 시작할 차례이다. 왼편 송학리 방향이다. 산길은 무척 가파른 편이다. 밧줄 등 안전시설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조심조심 내려서는 게 상책이지 싶다. ▼ 급하게 내려선 산길은 산자락을 옆으로 째면서 지능선으로 연결시킨다. 이어서 10분 후에는 시멘트포장 임도에 내려선다. ▼ 이후부터는 임도를 따른다. 포장과 비포장이 뒤섞여 있는 임도이다. 임도를 내면서 벌목(伐木)을 해놓았는지 왼편으로 시야가 열린다. 뾰쪽하게 솟아오른 백운봉이 저 멀리에서 또렷하다. ▼ 10분 조금 넘게 임도를 따르다보면 왼편으로 또 다른 임도가 하나 나뉜다. 조금 좁아 보이지만 새로운 임도를 따르기로 한다. 하산지점으로 삼은 병산2리로 내려가는 지름길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선택이었다. 곳곳에 길이 막혀있었기 때문이다. ▼ 초반은 길이 잘 닦여 있다. 진행방향에 있는 백운봉의 빼어난 자태를 감상하며 내려가는 기분 좋은 산행이 이어진다. ▼ 하지만 얼마 안가 길의 형편이 나빠진다. 사람들의 통행이 뜸한 탓에 잡목과 잡초들이 임도까지 밀고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사진과 같이 억새무리의 아름다운 꽃 잔치를 구경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길의 형편은 좋아질 줄을 모른다. 거기다 가끔은 펜스(fence)로 길을 막아 놓기도 했다. 자기 땅이라고 막아놓은 모양이지만 너무 이기적이지 않나 싶다. 시골 인심이 좋다고 하더니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아니면 양평은 이미 시골이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고 말이다. ▼ 산행날머리는 병산2리(강상면) 그렇게 악전고투를 치루며 내려서길 30여분, 진행방향 저만큼에 잘 지어진 전원주택이 나타나면서 오늘 산행이 종료된다. 군내버스가 다니는 ‘병산2리’까지는 아직도 10분 정도를 더 걸어야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오늘 산행은 총 4시간 17분이 걸렸다. 간식을 먹느라 쉬었던 시간을 감안할 경우 2시간 40분 정도가 걸린 셈이다. |
출처: 가을하늘네 뜨락 원문보기 글쓴이: 가을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