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 민(民)'의 어원
백성(百姓)/ '민(民)'은 처음부터 정말 노예였을까?
민(民)에 대한 해석은 주로 갑골문에 나타난 자형에 근거하여 설명되고 있다. 즉, 왼쪽 눈을 날카로운 물건으로 찌르고 있는 모습으로 주(周)나라 때는 포로의 왼쪽 눈을 멀게 하여 노예로 삼았었다는 학설이 그것이다. 그러나 그 뜻은 '백성(百姓)'을 나타내고 있다. 백성(百姓)은 온갖 성씨(姓氏)를 나타내는 뜻으로 '씨족 연합체'인 국가의 구성원 전체를 나타내는 말로 볼 수 있다. 또한 그 시대에 성(姓)은 왕으로 부터 하사받는 것으로 지배계층만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일반 백성에게 성(姓)은 없었다는 뜻이다. 하여 그 의미상 서로 상반되므로 이 학설을 따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다른 학설로는, 풀[초(艸)]이 싹트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싹은 여럿이 함께 트므로 백성(百姓)이라는 뜻은 여기에서 나왔다는 학설이 있다. 전자에 따르면 盲(소경/맹) 자의 본자가 되고, 후자를 따르면 萌(싹/맹) 자의 고자(古字)가 된다고 사전(옥편)은 설명하고 있다. 이 학설의 근거는 씨(氏)의 금문으로 볼 수 있다.
씨(氏)는 갑골문에서 위의 두 번째처럼 썼는데, 匙(열쇠/시) 자의 원시 형태로 氏는 발음이 같아서 가차된 것이라는 학설과 나무의 뿌리[저(柢)]를 그린 것으로 氏는 나무의 뿌리라는 뜻에서 파생되었다는 학설이 있다. ① 각시/씨 ② 성/씨 ※ 같은 혈통의 갈래 ③ 씨/씨 ※ ㉠ 사람의 호칭으로 쓰임 ㉡ 지위 · 관작에 붙여 씀 ㉢ 왕조 또는 제후의 봉지(封地)에 붙여 씀 등의 뜻으로 쓰인다. 옥편의 설명이다. 주로 사람의 '아기씨'에 의해 파생된 뜻으로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민(民)과 씨(氏)의 갑골문과 금문을 비교하면, 서로 같은 구조로 이루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즉 상형이 아닌 회의자로 볼 수 있다. [ㅣ]은 갑골문에서는 십(十) 자이다. 십(十)의 자형에도 여러 학설이 존재하지만, 글말과 함께 보는 의미로는 '시(씨)의 비롯[십]' 또는 '씨의 입[십]'을 나타낸 글로서 '열매, 열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러면 갑골문과 금문의 氏 자 윗부분은 '씨의 눈'을 나타낸 글로 볼 수도 있다. 곧 씨가 갈라지며 싹을 틔우는 모습을 상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여 글말 '시(씨)'는 한말 '씨'를 그대로 나타내어 그 종자를 뜻한다고 할 수 있다. 식물의 씨로써 사람의 아기씨를 비유하여 그 의미가 파생된 것임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민(民)은 사람의 눈과 [ㅣ(십)]의 회의로 보면, '사람의 씨눈'으로 볼 수 있다. 그러면 사람의 씨눈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우리는 '어린이'를 흔히 미래의 희망으로서 '새싹'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사람의 씨눈은 '나라의 새싹 또는 종자(種子)'이지 않을까? 글말 '민'은 <일부 명사 앞에 붙어> '꾸밈새나 붙어 딸린 것이 없음'을 뜻하는 말이다. 곧 '순수함'의 우리말이다. 하여 민낯, 민얼굴처럼 '사람의 민씨눈'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나라의 근간(뿌리)이 백성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여 민심(民心)이 곧 천심(天心)이 되는 이치이다. 나라의 새싹[종자(種子)]로서만이 그 의미와 서로 통할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