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빠듯한 요양병원 근무일지

[광역매일]

▲ 장은옥 영남울산신학교 학장    

요양병원에서 우리는 환자들을 `어르신`이라고 부른다. 어르신들의 마음은 유치원생들처럼 좌충우돌이다. 그래서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우리는 항상 긴장한다. 그러다가 보호자가 등장하면 상황은 바뀐다. 어르신들이 자식들에게 무엇인가 말을 하고 싶어서 일거수일투족 다 보고를 한다. 그럴 때는 여지없이 우리는 보모일 뿐이다. 더 기대를 하면 안 되겠기에 우리는 우리의 의무를 충실하게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너무 친해도 임종하시면 마음이 아프기 때문에 우리는 감정에 치우치면 안 되고, 모든 것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행동을 하여야 한다. 어떤 어르신이 응급에 처해서 원장님의 지시로 링거를 달았다. 그런데 보호자들이 그 다음날 싸우고 난리가 났다. 왜 링거를 달았나 하는 거였다. "우리들은 이제 지쳤다. 그냥 보낼 것이다" 말했다. 환자가 갑자기 응급에 처하면 병원으로 옮길지 요양병원서 임종을 맞이할 것인지 보호자와 의사는 빠른 선택을 해주어야한다.

그래야 간호사ㆍ간호조무사ㆍ요양보호사 세 팀이 협력을 할 수 있고, 일이 순조롭게 처리된다. 병원에서의 세 팀은 너무나 중요하다. 환자의 운명은 하나님께 맡기고 우리는 최선을 다한다. 특히나 응급실은 큰 병원에서도 바쁘듯이 요양병원의 응급실도 여전히 바쁘다. 그래서 필자는 아무리 다른 병동에 근무를 했다고 하여도 응급실의 경력은 그 모든 것을 넘어서는 칭찬할 만한 귀한 일이다. 일반병동에 있다가 응급실에 가서 한 달은 처음 출근 하는 것같이 먼저 있었던 분들께 물어 보기 바빴다. 경력은 있었으나 응급실 경력이 없어서 진짜 힘든 과정을 겪었다. 갑자기 응급이 생겨서 의료도구를 찾아오라고 하면 정확히 무엇인지 다시 물을 수밖에 없었다. 응급 4개월째가 되니 좀 살 것 같다. 이제 환자들의 사정이 눈에 들어오고 보호자들과도 대화를 한다. 예전의 요양병원은 70넘은 노인들만 가는 것으로 알고 있었으나 병원서 장기 입원을 하여야 하고 간병인을 쓸 수없는 분들도 입원을 한다.

이런 경우는 더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다. 암환자ㆍ뇌출혈ㆍ편마비 등등 각각의 사연으로 입원하고 보호자들은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어 하고 어느 누구와 친밀한 관계를 갖기를 원한다. 본인들이 없는 시간에 혈육을 맡겨야 하는데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서 몇 번이고 뒤돌아본다. "잘해 드릴 테니 걱정 마세요!"하고 보호자를 설득해서 돌려보낸다. 그러나 어찌 보호자들처럼 자기 부모를 돌보겠는가. 밀양의 요양병원에서 화제사고가 일어난 안타까운 뉴스를 접한다. 한소방관의 인터뷰는 우리를 더더욱 안타깝게 하였다. "손을 묶어 놓아서 구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어찌 그 요양병원의 문제겠는가. 지금 모든 요양병원의 현실이다. "제발, 의료물품 좀 빨리 만들어 내주세요. 현실에서 필요한 의료물품으로. 침대가 자동으로 나오듯 알티 또한 환자는 못 풀어도 우리는 잘 풀 수 있는 것으로 빨리 만들어 주세요"라고 필자는 외친다.

묶여있는 알티를 풀기 위하여 누군가는 얼마나 애를 태웠을까. 불철주야 생명이 다 할 때까지 우리 세 팀은 또한 얼마나 발을 동동 굴렀을까. 우리는 그들에게 질책을 하지 못한다. 그들은 한명이라도 더 살리기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포기했을 것이다. 예전 간호조무사 실습 때 내가 이 문제가 고민이 되어서 요양보호사에게 여쭈어보았다. "요양병원서 화재가 나면 어떡해요?" "그럴 때는 혼자 나가면 안 되고, 최고 가벼운 사람을 업고 나가는 거야. 그러면 살 수 있어." 그 방법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은 그렇게 못했을 것이다. 한명이라도 더 구해내기 위해 그들은 뛰었을 것이다. 급기야 자기 부모를 안듯 껴안았을 것이다. 더 이상 이런 비극적 사건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요양병원에서 화재가 났지만 모두 극적으로 구했고 인명피해는 없었습니다"라는 소식이 전해지길 바란다.

  기사입력: 2018/02/01 [15:58]  최종편집: ⓒ 광역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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