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개’라는 제목의 내 단편소설이 있다.
강릉 안인항에서 스쿠바다이빙을 하러 바다로 나가다가, 정치망 부표 위에 상처를 입고 앉아 있던 물개를 보고 쓴 글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별명이 물개였다.
물을 워낙 좋아하고, 수영을 잘 해서 붙혀진 별명이다.
물에서 죽을 고비도 몇 번을 넘겼는데도, 질리지 않고 물을 좋아했다.
해수욕장 인명구조원을 했고, 해군, 스쿠바 강사, 지금의 수산물 장사.
나는 도저히 바다와는 땔래야 땔수 없는 인간인 것 같다.
동해에서는 물개가 사라지진 줄 알았는데, 그날 본 물개의 기억은 머리에서 영 떠나지 않았다.
울릉도에도 물개가 없다. 독도에는 몇 마리 있는 걸로 아는데, 동해 근해까지 나타난 것은 희귀한 일이었다.
게다가 심한 상처를 입어 벌건 속살이 보이는 상태로 나타났다니.
나는 물개가 불쌍하여 구조할려고 다가갔으나 금방 도망가버렸다.
물개를 찾아서 몇 번 갔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나타나지 않았다.
그것을 모티브로 삼아 소설 ‘물개’를 썼다.
아마 내용은 물개를 잡은 어민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물개를 처음 본 것은, 해군 시절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지점이었다.
그곳을 지키는 것은, 해군 해병대 육군 이었다.
육군은 오두산 전망대부터 임진각까지 였고, 해병대는 김포 반도와 강화도 였고, 해군은 한강과 임진강과 서해 바닷물이 혼합된 물속이었다.
육군과 해병대는 해군이 그곳에 존재하는 것을 몰랐을 것이다.
물 속에서 나타나지 않았으니까.
물론 일반인들은 전혀 눈치 챌 수 없었을 것이다.
방송을 보다가 화면에 물개가 나오면 나는 뚫어지도록 응시한다.
그리고 안인항의 상처 입은 물개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