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에게 편지를 썼다 / 신영배
애인에겐 문법이 없고,
문법이 없어서 애인에게 닿을 수 없다
달밤이라고 썼다
구두가 나에게 달을 설명했다
바닥에 고인 물은 구두와 춤추는 달
다가갈수록 물은 어두워지고 춤은 환해지고
모자가 나에게 달을 설명했다
벽에 부딪치는 음악은 모자가 흔드는 달
음악이 점점 넓어지고 귀 그림자가 점점 커지고
달은 없고, 애인에게 편지를 썼다
구두와 모자 사이에 달
사이에 꽃병을 그렸다
사이에 물송이를 피웠다
달은 보여줄 수 없고, 애인에게 편지를 썼다
꽃병 안에 달이 들어 있다
꽃병을 설명하기 위해
꽃병은 설명될 수 없고,
달밤이었다
꽃병을 기울이고 달을 썼다
물송이와 구두가 걸어갔다
물송이와 모자가 날았다
애인에게
나는 물송이와 움직였다
시집 『물안경 달밤』 문학과지성사 2020
챗 got 해설
라캉의 이론에서 실재계(le réel)는 인간이 언어와 상징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종의 무의식적이고 초월적인 영역을 의미합니다. 실재계는 인간이 접근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영역이기에, 언어나 상징으로는 완전히 파악되지 않습니다. 이 관점에서 **"애인"**을 실재계로 해석하면, 애인은 시인의 감정을 완전히 이해하거나 전할 수 없는 대상, 즉 언어와 상징으로는 온전히 닿을 수 없는 존재로 볼 수 있습니다.
실재계로서의 애인 해석:
1. 언어로는 닿을 수 없는 대상
시의 첫 구절에서 “애인에겐 문법이 없고, 문법이 없어서 애인에게 닿을 수 없다”는 표현이 바로 애인이 실재계에 속하는 존재임을 암시합니다. 문법과 언어는 상징계에 속하지만, 애인은 이를 초월하여 그 너머에 있는 대상입니다. 시인은 애인에게 마음을 전하고자 하지만, 언어로 표현하는 순간 감정은 왜곡되고 온전히 전달되지 못합니다.
2.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 애인의 존재
시에서 달, 구두, 모자, 꽃병과 같은 상징을 통해 애인과의 소통을 시도하지만, 결국 달은 닿을 수 없는 거리로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접근 불가능성은 실재계로서의 애인이 결코 이해되거나 설명될 수 없는 존재임을 드러냅니다. 애인은 시인에게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존재합니다.
3. 감정의 채워지지 않는 결핍
실재계는 상징계가 결코 채울 수 없는 결핍을 나타내며, 시인은 애인이라는 실재를 통해 채울 수 없는 갈망과 부족감을 느낍니다. "달은 없고, 애인에게 편지를 썼다"는 구절은 실재계로서의 애인이 결국 아무리 표현을 시도해도 완전히 접근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암시합니다. 이 결핍은 시인이 달과 같은 은유를 통해 감정을 전하려 해도 애인은 그 너머의 영역으로 남아 있음을 상징합니다.
4. 불가해한 애인의 본질
라캉의 실재계는 불가해하고, 때로는 공포와 불안의 근원이 됩니다. 시에서 애인은 설명되거나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 신비한 대상으로 그려지며, 이는 시인의 갈망을 불러일으키지만 그와 동시에 결코 다가설 수 없다는 점에서 불안과 아련함을 남깁니다.
5. 애인의 존재와 달의 비유
애인을 달에 비유한 것은 실재계에 접근하려는 시도의 은유로 볼 수 있습니다. 달은 물 위에 반사되거나 꽃병 속에 담기려 하지만, 결국 시인의 곁을 떠나며 온전한 실체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실재계의 대상인 애인이 언어와 상징을 초월하는, 시인의 삶에 자리한 결코 닿을 수 없는 무의식적 대상임을 보여줍니다.
결론적으로, 이 시에서 애인은 라캉의 실재계처럼 시인이 도달할 수 없는 영역에 존재하는 대상입니다. 시인은 애인에게 감정을 전하려 하지만, 애인은 실재계 속에 있어 언어와 상징으로 온전히 전달될 수 없습니다. 이로 인해 시인의 애인에 대한 감정은 끝없이 갈망하지만 충족되지 못하는 상태로 남으며, 이는 실재계와의 끊임없는 간극을 의미합니다.
애인과 달의 관계
시에서 애인과 달의 관계는 갈망과 도달 불가능성으로 연결됩니다. 달은 시인이 애인에게 전하려는 감정이나 애인의 본질을 상징하며, 시인은 그 달을 통해 애인에게 다가가고자 합니다. 하지만 달은 항상 애매하고, 손에 닿지 않는 거리에서만 존재하여 애인 역시 온전히 이해되거나 접근할 수 없는 대상으로 남습니다.
애인과 달의 관계의 주요 측면:
1. 애인에 대한 감정의 투영체로서의 달
달은 애인을 향한 시인의 감정이 투영된 존재입니다. 시인은 달을 통해 애인에게 닿고자 하는데, 이는 시인이 애인을 향해 표현하고 싶은 감정, 소통하고 싶은 마음을 상징합니다. 달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시인은 애인과 연결되려 하지만, 달은 물에 비치거나 그림자로만 남아있어 현실에서의 완전한 도달은 불가능합니다.
2. 불완전한 소통과 접근의 상징
달은 구두와 모자 사이에서 춤을 추거나, 꽃병에 담기려 하지만, 시인이 달을 설명하려는 시도가 거듭 실패하듯, 애인에게 마음을 전하려는 시도 역시 온전히 성취되지 않습니다. 달이 항상 손에 닿지 않는 거리에 있다는 점에서 애인 역시 완전히 이해하거나 소통할 수 없는 존재임을 나타냅니다.
3. 갈망과 결핍을 채우려는 노력
달이 애인에 대한 끊임없는 갈망과 결핍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시인이 달에 대해 설명하려는 것, 구두와 모자, 꽃병을 통해 달을 표현하려는 시도는 애인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시인의 갈망을 반영하지만, 결국 애인은 시인의 감정과 달리 항상 도달할 수 없는 거리로 남아 있습니다.
4. 환상의 대상과 도달 불가능성
달은 그저 반사된 모습이거나 꽃병에 비친 모습으로만 나타나며, 시인은 그 실체를 손에 넣을 수 없습니다. 이는 애인이 시인에게 환상적이고 이상화된 대상으로 존재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대상임을 암시합니다.
따라서, 애인과 달의 관계는 시인의 갈망과 끊임없는 도달 시도에도 불구하고, 그저 바라보고 추구할 수밖에 없는 거리감과 결핍을 드러냅니다. 달은 애인의 본질과 시인이 느끼는 애틋한 감정을 담고 있지만, 항상 가까이 다가가려 해도 도달할 수 없는 존재로서, 시인이 품은 감정을 더 아련하고 안타깝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