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검장들 “총장 중심 국회논의 적극 참여”…단체사표 제안 나왔지만 “법안 저지 우선”
[검수완박 논란]고검장 6명 10일 만에 다시 모여
“범죄자는 두 발 뻗고 자겠지만 피해자는 눈물로 잠 못이루게 돼”
김오수 검찰총장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반대해 공개 사의를 밝힌 이튿날인 18일 전국 고검장 6명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모여 마라톤 대책 회의를 가졌다. 왼쪽 사진부터 조종태, 여환섭, 이성윤 고검장. 장승윤 기자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은) 냉정한 이성을 되찾길 기원한다.”(여환섭 대전고검장)
“법안이 시행되면 범죄자는 두 발 뻗고 자겠지만 피해자는 눈물과 한숨으로 잠 못 이루게 될 것이다.”(조종태 광주고검장)
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검찰 내 집단 반발이 확산되는 가운데 전국 고검장회의가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렸다. 검수완박 법안 대응을 논의하기 위해 8일에 열렸는데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10일 만에 다시 소집된 것이다.
이날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고검장회의는 오전 9시 반부터 오후 4시경까지 6시간 30분가량 진행됐다.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가 주재했으며 이성윤 서울고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여 고검장, 조 고검장, 권순범 대구고검장, 조재연 부산고검장 등 6명의 일선 고검장이 모두 참석했다. 사의를 표명한 김 총장과 조남관 법무연수원장은 8일 회의엔 참석했지만 이날은 참석하지 않았다.
고검장들은 이날 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한 비상대응책과 고검장들의 항의성 일괄 사퇴 방안 등을 논의했다. 8일 회의에서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할 경우 순차적으로 고위 간부들이 사직하는 방안을 논의한 만큼 실행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날 점심 무렵 문재인 대통령이 김 총장의 사표를 반려하고, 오후에 김 총장을 만나겠다고 밝히면서 분위기가 다소 바뀌었다고 한다. 고검장들은 대통령 면담 내용 등을 확인한 다음 공식 대응 방침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후 김 총장이 문 대통령과의 면담을 마치고, 오후 7시경 대검 청사를 찾은 뒤 추가로 1시간가량 회의를 이어갔다.
고검장들은 회의 종료 뒤 입장문을 통해 “고검장들은 국회에 제출된 법안에 많은 모순과 문제점이 있어 심각한 혼란과 국민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며 “총장에게 이런 의견을 전달하고, 향후 국회에 출석해 검찰 의견을 적극 개진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총장을 중심으로 국회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해 법안의 문제점을 충분히 설명드리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고검장회의에선 일괄 사퇴 등의 논의가 이어졌지만 통일된 중론을 모으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참석자들이 “단체로 사표를 내자”고 제안했지만, 일부는 “검수완박 저지가 우선”이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는 것. 여기에 김 총장이 사의를 철회하면서 고검장들 역시 거취 표명을 하는 대신 비상대응 태세로 검수완박 저지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것이다.
유원모 기자, 배석준 기자
검사들 “입법 막아달라” 대통령-국회의장에 호소문 추진
[검수완박 논란]오늘 평검사대표회의… 檢亂 조짐
“文대통령, 초심 잊지 마시길” 호소… 檢수사관도 “직업선택 자유 침해”
수사권 관련 첨예하게 관심이 쏟아지는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신원건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입법 절차에 돌입한 가운데 검찰 내부 반발 움직임이 검란(檢亂)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전국 평검사 대표 150여 명은 19일 오후 7시부터 서울중앙지검에서 전국 평검사대표회의를 열고 검수완박 법안의 문제점과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2003년 검찰의 중립성 보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평검사회의가 처음으로 열렸고 19일 회의가 7번째다.
호소문을 집단으로 작성해 문재인 대통령과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전달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권상대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은 18일 오전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마지막 관문인 대통령과 국회의장께 호소문을 작성하여 전달해보려 한다”고 했다. 대검은 20일까지 전국 각 지검 소속 검사들에게 호소문 서명을 받아 취합한 후 청와대와 국회의장실에 전할 방침이다.
권 과장은 글에 첨부한 호소문을 통해 “대통령님과 국회의장님을 제외하곤 국회의원 172명 절대 다수의 입법독주를 막을 수 없다”며 “큰 뜻을 품고 정치를 시작했던 첫날의 마음을 잊지 마시고, 위헌적이고 국민 불편만 가중하는 법안 통과를 막아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했다. 박 의장을 향해선 “합리적 의회주의자로서 여야 협치를 향상 강조하셨던 대로 법안 통과를 막아 달라”고 했다.
검찰 수사관 8000여 명을 대표하는 검찰 사무국장들도 18일 검수완박 법안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들은 “검찰 수사관들이 수사뿐만 아니라 형 집행 및 범죄수익 환수 등 고유 직무를 수행할 수 없게 된다”며 “검찰 기능의 마비와 업무 혼란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법경찰관으로서의 지위를 박탈하면서도 (당사자의) 의견 수렴 등 아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아 부당하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조계에선 이미 검란이 현실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검찰의 반발이 전국 고검장, 검사장 회의에 이어 평검사들의 집단 호소문과 입장 표명으로 이어지면서 민주당과 검찰 간 긴장이 갈수록 높아지는 모습이다.
고도예 기자, 유원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