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져리그에서 보스턴 레드삭스는 절대로 뉴욕 양키즈를 꺾고 우승할 수 없다는 전설이 있다. 바로 야구황제 베이브 루스로부터 전해저 내려오는 ‘밤비노의 저주’ 때문. 비슷한 예로 시카고 컵스 관중이 입장거부를 당하면서 생긴 ‘염소의 저주’도 존재한다.
축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축구황제 펠레가 만들어낸 저주 ‘펠레의 저주’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것. 단지 속설을 가장한 심리적 우연인지 아니면 정말 그러한 힘이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가장 최근에 막을 내린 유로 2004를 포함해 수십년간 ‘펠레의 저주’는 신기하게도 정확히(?) 맞아 떨어지고 있다.
펠레가 공식 석상에서 예측한 내용들은 모두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온다는 일종의 징크스를 표현하는 것으로서 지난 2002 월드컵에서는 한국 또한 결승문턱에서 그의 표적 앞에 두 손을 들고 말았다.
▶ 시작은 잉글랜드 월드컵
66년 잉글랜드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디펜딩 챔피언인 브라질 대표팀의 주전 스트라이커로 활약중이던 펠레는 “우리는 우승을 하기 위해 왔으며, 쥴리메는 브라질의 영광을 지켜줄 것이다.”라며 자국 대표팀의 우승을 공언했지만 전 대회 우승국이 예선탈락하는 역대 최악의 수모를 겪었다.
74년 독일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는 “전력이 수직으로 상승한 아르헨티나가 우승할 것이다”는 예측을 내놓았지만 아르헨티나는 2회전이던 8강에서 요한 크루이프가 이끄는 ‘오렌지군단’ 네덜란드에 0-4로 참패했다.
▶ 예측, 100% 삐긋
78년 아르헨티나와 82년 스페인에서 열린 월드컵은 ‘펠레의 저주’가 극에 달한 대회로 꼽힌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독일이 우승할 것으로 보이며 페루 역시 그에 버금갈 것이다”라는 예상이 두 팀 모두 8강에서 탈락하며 어긋났다. 특히 페루는 브라질에 3-0, 아르헨티나에 6-0으로 연이어 대파 당하며 펠레의 체면을 확실히 구겼다.
스페인 대회 역시 “브라질은 사상 최강이며 전 대회 우승국 아르헨티나 정도가 될 것이다. 개최국 스페인의 도전 또한 만만치 않다”는 예측이 세 팀 모두 탈락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 저주 세력 약화? 간신히 체면치레
“프랑스와 잉글랜드를 주목하라. 이탈리아의 2연패도 가능성이 높다”라고 평가한 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는 프랑스가 4강에 진출하며 간신히 축구황제의 체면을 건졌지만 잉글랜드와 이탈리아는 일찌감치 귀국길에 올랐다.
“루벤소사, 프란체스콜리가 앞장서는 우루과이, 개최국 이탈리아가 결승에서 격돌할 후보이다."라고 공언한 이태리 대회에서는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을 상대로 간신히 골을 넣어 조3위로 턱걸이한 우루과이는 개최국 이탈리아가 나란히 16강에서 만나는 이변(?)을 연출했지만 탈락했고 이태리는 로시의 활약으로 근신히 4강까지 오르는 체면치레에 만족해야했다. 더욱이 우루과이가 한국과의 조별예선 최종전에서 기록한 골은 이후 오프사이드로 판명되기도.
▶ 90년대, 저주의 절정기
94년 미국월드컵을 앞두고 펠레는 “콜롬비아가 우승할 것이다. 독일의 2연패 가능성도 있어 보이며 브라질은 우승 후보로서의 자격미달이다”는 다소 냉정한 평을 내놓았다. 그러나 역시 ‘펠레의 저주’는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에스코바르의 자책골이 빌미가 된 콜롬비아는 비교적 완만한 상대들과 만난 조별예선에서 탈락했고 독일은 졸전을 거듭하다 불가리아에 4강 티켓을 빼앗겼다. 반면, 혹평을 내렸던 브라질은 이탈리아를 꺾고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브라질의 대회 2연패를 점친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브라질이 결승까지 올라가는 사상 최초의 기적을 일궜으나 개최국 프랑스와의 결승전에서 완패하며 징크스를 이어갔고 또 다른 우승후보로 지목한 스페인은 조별예선에서 탈락했다.
▶ 2002 한일월드컵, ‘저주’ 속출
“프랑스는 아마도 월드컵의 승자가 될 것이다. 4년전과 거의 같은 멤버이며 오히려 더 좋아졌다. 지단은 세계최고의 선수”라는 대회 전망평은 완벽하고도 보기좋게 빗나갔다. 세계최고의 선수로 꼽은 지단은 햄 스트링 부상으로 아무런 도움이 되질 못했고 프랑스는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한채 예선에서 탈락했다. 66년 브라질에 이어 전 대회 우승국 예선 탈락.
이 외에도 “카메룬은 90년 이후 다시 잠재능력을 보여줄 것이다”와 “중국이 C조에서 2위를 차지할 것이다”는 예상은 두 팀 모두 예선 탈락하며 무너졌고 “독일이 예선은 통과할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이상은 힘들 것이다. 지난 4년간 그들은 크게 퇴보했다”는 예상은 독일의 결승 진출로 완전히 깨졌다.
“이탈리아는 확정적이다. 월드컵 3회 우승이라는 사실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G조에서 이탈리아와 함께 크로아티아가 16강에 오를 것이다”는 예상 또한 크로아티아의 예선 탈락, 이탈리아의 16강 탈락으로 크게 어긋나기도.
▶ 한국도 ‘저주’ 앞에서 희생양
파죽지세로 승승장구하던 한국 대표팀도 ‘펠레의 저주’는 비껴가지 못했다. 스페인을 꺾고 4강에 오른 이후 요코하마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펠레는 한국이 결승에 올라 브라질과 맞붙을 것으로 예상했다. 당시, ‘펠레의 저주’는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고 한국팬들은 노심초사했다는 후문이 전해지기도 한다. 독일과 맞대결한 4강 결과 역시 0-1 패배.
월드컵의 영웅 ‘황새’ 황선홍도 ‘저주’의 피해자. 당시 인터뷰에서 펠레는 한국 대표팀의 맡형 황선홍에 대해 그가 일본에서 뛰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며 이번 월드컵 이후 그의 몸 값은 크게 뛸 것이다는 호평을 내렸으나 황선홍은 월드컵 이후 가시와에서 방출되었고 터키와 국내의 전남드래곤즈 등을 전전하다 끝내 부상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었다.
▶ 유럽 대륙에도 ‘저주’ 침투
가장 최근 포르투갈에서 막을 내린 유로 2004에서도 펠레의 저주는 이어졌다. “루니는 이번 대회 최고의 선수이며 그 잠재력은 막대하다”는 평가를 내놓자마자 8강에서 잉글랜드는 포르투갈에 패하며 탈락했고 이 경기에서 루니는 심각한 다리 부상으로 1달이상 그라운드에 나설 수 조차 없게 됐다.
또한 우승후보로 지목했던 프랑스와 잉글랜드가 나란히 8강에서 탈락, ‘저주’의 피해자로 기록됐다. 이쯤하면 과히 펠리페 스콜라리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의 명쾌한 한마디가 스친다. “우승하고 싶으면 펠레가 하는 말의 반대로 하면 된다.” 한 마디로 그의 분석이 무의미 하다는 것.
▶ 저주는 계속된다
어쨋거나 펠레가 살아있는 이상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펠레의 저주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단, 한차례도 빼놓지 않고 나타난 월드컵에 이어 유럽선수권까지 이어지고 있는 축구황제의 저주. 심지어는 2002 월드컵 당시 주제곡을 불렀던 아나스타샤는 펠레가 가슴을 훔쳐보는 사진이 떠돌기가 무섭게 곧바로 유방암 선고와 함께 수술을 받았다.
축구황제의 저주가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과연 풀릴 수 있을지. 그렇지 않으면 어떤 팀이, 혹은 어떤 선수가 펠레의 입에 오르내리는 ‘저주’를 받게 될는지 벌써부터 팬들은 주목하고 있다.
현재, 펠레가 예상(BBC)한 우승후보는 개최국 독일과 브라질, 프랑스등 축구강국들과 함게 불운하게도 한국이다. 활약 예상 선수는 앙리, 베론, 반 니스텔루이 등을 꼽았다. 자신이 근래에 가장 재미있게 봤다는 세계청소년 대회 한일전에서의 최성국, 사카타도 추가 대상.
한편, ‘펠레의 저주’ 이외에도 한국을 크게 이긴 팀은 월드컵에서 완패당한다는 ‘단군의 저주’와 골대를 맞힌 팀은 경기에서 패한다는 ‘골대의 저주’, 그리고 한 이동통신 광고를 통해 장나라가 언급한 선수들이 골을 넣는 ‘장나라의 저주’등도 축구계에 생겨난 신종 저주로 통한다.
장나라의 저주...2002 월드컵때 KTF 모델이던 장나라가 'xxx선수 화이팅~' 식으로 응원하는 광고가 있었는데..그 광고에서 지적된 선수들이 골을 넣더군요. 다른 선수는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장나라가 찜했던(?) 황선홍 선수가 골을 넣은거는 확실히 기억나네요 ^^;
첫댓글 장나라의 저주는 뭐지?ㅡㅡ;김호곤이 최성국이 받은 저주를 염려해서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거였어?ㅋㅋㅋ
언급한 선수가 골 넣는데 왠 저주?
나드손은 한국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지 못한다라고 말해줘
장나라의 저주...2002 월드컵때 KTF 모델이던 장나라가 'xxx선수 화이팅~' 식으로 응원하는 광고가 있었는데..그 광고에서 지적된 선수들이 골을 넣더군요. 다른 선수는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장나라가 찜했던(?) 황선홍 선수가 골을 넣은거는 확실히 기억나네요 ^^;
ㅡㅡ;;; 골넣으라 그래서 골넣은게 저주인가.... 축복이라 해야돼지 안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