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산 무속골의 고춧가루 싸움
선바위
온 누리를 꽁꽁 얼게 한 한파가 고갤 숙이자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려 시계가 뿌옇다. 아내와 난 인왕산 하이킹에 나서면서 서대문구청 노인복지관에 들려 사전연명의료의향서(事前延命醫療意向書)를 작성 제출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본인이 의식이 없거나 임종에 가까운 상태에 이르렀을 때, 연명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미리 명시해두는 공식적인 문서다.
▲한양도성▼
인왕산 사직공원입구에서 한양도성 순례길에 들어섰다. 초목들이 거의 겨우살이에 든 인왕산의 한양도성은 거대한 백룡(白龍)이 승천하려는 용트림 형상이다. 한양도성은 조선왕조의 수호를 위한 외침방어용 성곽이지만 한 번도 제구실을 한 적이 없는 허망한 성벽(城壁)인데 ‘이괄의 난 때’ 반란군과 관군연합군이 공성전(攻城戰)을 치룬 불명예의 도성이다.
무당골에서 인왕산정상을 향하는 한양도성
1624년, 이괄은 광해를 축출한 인조반정 때 선봉장이었음에도 2등공신으로 책봉되어 변방에 부임한데다, 측근들이 역모를 꾀했다는 무고로 그의 아들을 체포하려하자 앙심을 품고 1월 22일 반란을 일으켰다. 평안감사 겸 부원수인 이괄(李适)은 항왜병(降倭兵) 100여 명을 선봉으로 휘하병력 1만여 명을 이끌고 영변을 출발한다.
인왕산정상
인왕산곡성과 매바위
그는 평양의 도원수 장만의 군대를 우회하여 샛길로 곧장 서울을 향해 진군하자 인조와 대신들은 서둘러 도성을 떠나 공주로 피난하였다. 2월 11일 이괄군은 마침내 서울에 입성, 경복궁의 옛터에서 선조의 아들 흥안군을 왕으로 추대하자 도성민들과 일부 관청과 하인들이 환영했다. 이괄은 곡물창고를 열어 백성들에게 나눠준다. 반란군이 서울을 점령한 것은 우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해골바위▼
아니 정유, 병자, 임진왜란과 이괄의 난까지 한양도성은 제 구실을 못한 그냥 돌담일 뿐이었다. 무혈 입성한 이괄은 곧 선조의 아들 흥안군 제(興安君瑅)를 왕으로 추대하고, 각처에 방을 붙여 백성들이 생업에 충실하도록 하며 새로운 행정 체제를 갖추기도 하였다. 그러나 평양성의 도원수 장만의 관군연합군이 곧장 추격하여 길마재(鞍峴,무악재)에 진을 친다.
이튿날 장만의 연합군이 지대가 높은 무악재에서 도성 안의 반란군을 향해 진격할 때 강한 북서풍이 불자 고춧가루를 흩뿌린다. 매운 고춧가루에 눈`코를 뜰 수 없는 반란군이 혼비백산 달아나자 이괄은 수백 명을 이끌고 밤중에 수구문(水口門 : 지금의 光熙門)으로 빠져나가 삼전도를 거쳐 광주(廣州)로 달아났다. 관군의 추격으로 이괄의 패잔병은 뿔뿔이 흩어져 각자도생한다.
2월15일 밤 이천의 묵방리(墨坊里)에서 이괄과 수하 장군 한명련 등은 부하 장수들의 역습으로 목 잘려 죽으니 반란25일 만이었다. 무용지물이 된 한양도성을 오르면서 무악재에서 진격해오는 고춧가루로 무장한 장만의 연합군을 상상해 봤다. 무악재 무당골은 미세먼지처럼 고춧가루로 뿌옇을 테다. 백성들의 피눈물로 축성한 한양도성은 무능한 왕과 관료들로 제 역할 한 번 해보지 못하고 세월의 더께만 끼었다.
▲무당골의 가파른 계단▼
한양도성 옆의 해골바위는 그날의 고춧가루 세례에 얼마나 울고, 선바위에서 일박하며 한양도성 축성 자리다툼 하던 무학대사와 삼봉의 혼령은 어찌했을꼬? 무당골의 신령들도 혼비백산하여 비둘기떼의 곡성이 골짝을 메웠으리라. 까마귀들은 그때부터 무당골 기암에 둥지를 틀었는지 모른다. 비둘기는 선바위 아지트를 틀고 기도객들의 보시로 피둥피둥 살이 찐다. 2026. 02. 12
범바위
#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2018년부터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라 지정된 병원이나 기관, 보건소 등 전국 429개 등록기관에서 실시하여 2025년 8월 7일 현재 300여만 명이 의향서를 등록했다.
# 가장 많이 실시 되는 연명치료 병환종류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체외생명유지 *수혈 *혈압상승제 투여 등
범바위
바위보살
매바위
▲두개골전망바위에서 기도드리는 여인▼
▲선바위▼
선바위에서 일박하며 한양천도를 위한 밑그림을 그린 무학도사와 삼봉의 설화가 회자된다
▲인왕사▼
무악재에서 조망한 인왕산정 매바위
길마재(무악재) 하늘다리에서 조망한 안산
무악재 하늘다리에서 조망한 인왕산
무악재의 말벌둥지
안산 정상
옛 서대문형무소 벽돌담
위글 출처 ; https://pepuppy.tistory.com/536981?category=4698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