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에 공들여 올리는 공양 ‘서원’ 담겨
부처님 하루 한번 오전 식사…제자들이 그 뜻 받들어
사찰에서 자주 보는 풍경 하나. 점심공양을 하기 전 무렵 행자 스님이나 보살님이 오른손에 제기를 정성스레 들고 가는 모습. 사시마지를 올리는 절집 일상이다. 재가불자들이 부처님께 공양물을 올리는 것을 불공(佛供)이라고 한다.
불공은 부처님 재세시 사시(巳時, 오전9시~오전11시)무렵 재가불자들이 부처님과 그 제자들에게 공양을 대접하는 데서 비롯됐다. 부처님 재세시 직접 대접했던 공양은 부처님 입멸 후에는 불상이나 탑에 공양하는 것으로 변했다. 이는 오늘날 사찰에서 날마다 사시에 불공을 올리는 사시마지(巳時摩旨)로 정형화됐다.
마지는 일반적으로 ‘공들여 만든 맛있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이외에도 ‘부처님께 올리는 밥’ ‘마지 밥’ 등으로 풀이된다. 또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면서 ‘손으로 만들어 올린다’ 혹은 ‘손으로 빈다’고 하여 ‘마지’의 ‘지’를 ‘맛있을 지(旨)’와 ‘손가락 지(指)’로 통용해서 쓰기도 한다. 결국 “정성스럽게 만든 공양을 올리오니 제 뜻을 감읍해 주십시오”라는 서원의 뜻이 담겨 있다. 그러면 부처님에게 하루 중 사시에 딱 한번만 공양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우리는 하루에 세 끼를 먹는 게 기본이지만 부처님은 평소 하루에 한번 오전에만 식사를 하셨기 때문에 훗날 제자들도 그 뜻을 받들어 사시를 택해 공양을 올리게 됐다.
<사진> 사시마지는 매일 사시에 ‘공들여 만든 맛있는 공양물’을 부처님께 올리는 의식을 말한다.
사시마지는 일상화됐지만 중요한 의식 중 하나다. 후원에서 마지 준비를 마치면 법당에서 다섯 번의 금고(金鼓) 소리가 난다. 이때 행자 스님은 마지를 법당 부처님 전에 공양한다. 행자 스님은 혹시 침이라도 튀길까 염려하며 그릇을 자신의 입 위로 치켜든다. 다른 한 손으로는 그릇 든 손을 받쳐 운반한다. 마지를 들고 가다 큰스님을 만나더라도 절을 올리지 않는다.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을 지녔기 때문이다. 대중들이 정근 중일 때 마지를 올리는 것으로 공양청이 끝난다. 사시마지 전에 법당에 촛불을 밝히고 향을 사르는 것은 기본이다.
사시마지는 사찰의 가장 일상적인 의식이기 때문에 스님들은 초심자부터 이를 가장 먼저 배운다. 행자생활을 마치고 사미(니) 수계를 받으면 각종 독경을 배우고 불공연습을 한다. 처음에는 빈 불공으로 연습한다. 빈 불공이란 말 그대로 진짜 불단에 올리는 불공이 아니라, 허공이나 나무벽에다 대고 하는 불공연습을 말한다.
하정은 기자 tomato77@ibulgyo.com
[불교신문 2654호/ 9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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