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삼덕동(三德洞)은 대구읍성의 동쪽 성곽 외곽에 있던 곳으로 대구부 동상면 지역이었다. 일본강점기 때는 삼립정(三笠町)으로 불리다가 해방 후 천덕(天德), 지덕(地德), 인덕(人德)을 합하여 삼덕동으로 개칭한 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삼덕동에는 일본강점기 때의 행정기관의 사택, 일본인들의 적산가옥 등이 대부분 밀집해 있었다. 대구 중구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동네로 소문이 났으나 도심지 난개발과 투기세력들의 개발 붐의 가세로 지금은 옛 정취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특히 삼덕3가는 대구YMCA를 중심으로 ‘담장허물기 마을운동’이 진행된 곳이기도 하다. 아직도 이곳에는 한옥과 적산가옥들이 다수가 남아 있으나 최근에는 많은 수의 한옥과 일식 가옥들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원룸과 다세대주택 등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다. 도시한옥과 일식주택, 그리고 원룸과 다세대주택이 난립한 삼덕3가 동네 초입에 위치한 그곳에서 한옥 외과의원과 일식 가옥의 행복한 동행을 만나게 된다.
외과 의사인 건축주는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존중하며, 암에 대하여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찾아주는 상담공간과 건강한 식이요법을 전수할 수 있는 교육공간을 마련하고자 진료와 상담, 그리고 문화적 교류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기존 한옥과 일식 가옥이 있는 이 터를 마련하고 프로젝트를 진행시켰다.
임재양외과의원은 낡고 노후화된 두 채의 건물을 철거하고 한옥이 있었던 자리에는 진료를 위한 공간을 한옥으로 전면에 신축하여 배치하고, 일식 가옥이 있었던 자리에는‘한입별당’이라는 이름의 일식 가옥을 배치시켰다. 상담과 체류를 위한 공간은 후면 별관 1층에, 식이요법 강의와 요리, 식사와 교류를 위한 공간은 별관 2층에 두었다. 이곳에서는 삼덕동의 도시적 맥락과 주변 건축물들과의 적절한 비례의 높이를 가진 규모로 공간의 배치와 매스(Mass)를 설정하고, 기존의 물리적 흔적에 대한 존중으로 한옥과 일식 가옥을 신축하고 사이마당으로 분리하여 단순히 서로 다른 양식(style)의 차이가 아닌 한옥과 일식 가옥의 재해석을 통한 새로운 유형으로서의 건축적 구상을 경험하게 된다.
한옥의 외벽이 곧 담장이 되는 형상으로 구성된 전면 가로 출입구 옆에는 담벼락 아래 나무벤치를 두어 동네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도록 살짝 비켜서 쌈지마당을 형성하였다. 의원으로 사용되는 ㄷ자로 구성된 한옥은 폭과 가구(架構) 형식이 서로 다른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출입구 쪽 3량 구조의 출입구와 화장실로 구성된 문간채와 탈의실 및 촬영실이 있는 부분의 5량, 대청마루로 형성된 대기실이 있는 몸채는 비대칭 4량 가구이며, 만곡재 대들보를 사용해 단아한 노출 천장면을 형성하였다. ㄷ자로 구성된 한옥의 중앙은 접수와 방문객의 대기를 위한 아트리움으로 구성하여 따사로운 햇살을 머금은 한옥 마당을 두 개의 켜로 분절하여 실내화하고 있다. 아트리움은 경쾌한 경량 강구조의 간략함과 투명성을 확보하여 새로운 재료와 한옥과의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대청마루로 올라선 환자는 옆으로 비켜난 탈의실에서 진찰복으로 갈아입고 대청마루 대기공간에서 순서를 기다린다. 우리들 마음속에 그리는(심상`心象) 집은 오랜 시간 경험과 누적된 모습으로의 한옥을 쉽게 떨치기가 어렵다. 비워지고 수더분한 조경수로 가꾸어진 사이마당은 마주 보는 한옥과 일식 가옥의 배치로 서로 다른 양식의 적절한 긴장감과 공간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자연을 담은 시간과 세월의 흐름을 육감적으로 체험하게 함으로써 그 기다림의 시간은 마치 집에 온 듯한 느낌을 갖게 하며 마음의 평정을 취하게 한다.
철근콘크리트조와 경골목구조로 구축한 일식 가옥은 마당에서 복도(엔가와)로 다시 거실과 방으로 켜를 이루며, 깊어지는 공간의 구성과 공간감은 새로운 공간 구축을 극적으로 전개하였다. 특히 1층은 창이 없이 기둥만 있는 마당과 뒤뜰로 열린 공간을 구성하면서 2층의 하중을 지지할 수 있도록 철골기둥을 세움으로써 숨겨진 관계를 엮어낸다. 1층 부분의 높이를 반영하여 단 차를 둔 2층은 빵을 만들고 배우는 주방과 싱크와 다이닝(Dining) 공간을 두어 구분하였으며, 2층 공간에서는 창을 통해 한옥의 지붕과 동네 마을의 고즈넉한 풍경이 훤히 보인다.
도시는 오늘을 살아가는 삶과 함께 우리가 살아온 어제의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도시와 건축은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것을 존중하면서 도시 및 건축을 다루어야 한다. 도시를 구성하는 건축물과 공간의 성격은 시대나 필요에 따라 바뀌더라도 건축물과 공간 자체는 유지된다. 결국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은 도시의 물리적인 형태이다. 우리 도시의 한쪽에서는 성장과 개발이라는 명분으로 오래된 한옥마을들이 차츰 철거되고, 붕어빵같이 찍어내는 주거공간의 틀 속에 갇혀 획일화된 삶을 강요받는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전주 한옥마을과 서울의 북촌이나 서촌처럼 오래된 한옥들이 가꾸고 지켜지고 있다. 역사는 시점에 따라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지금의 시대에 전통건축에 대한 관점은 과거로 돌아가서 그 건축문화를 밝히려는 입장과 현대에서 과거의 전통을 선별적으로 이해하려는 입장으로 대별된다. 삼덕동의 임재양외과의원은 현재의 삶과 문화를 어떻게 담아내느냐는 담론에서 박제가 된 건축이 아닌 유기체로서 사용자의 삶이 녹아드는 건축으로서 한옥의 무한한 변화의 가능성을 사유하게 한다.
첫댓글 제 대학 동기이자 친구인 임재양군의 한옥 형태의 병원 건물입니다.한옥이어서 그런지 포근하면서 따뜻한 이미지가 풍깁니다.
내 초등 동창의 계성고등학교 동창인 임원장은 1973년 11월 18일 장학퀴즈에서
만났고 내가 주 장원을 했고, 경대 의대 갔다는 소시을 나중에 들었다.
대구 오니 범어 로타리서 개업한 간판을 보았는데,삼덕동에 의미있는
건물을 지었다는 소식을 메스콤 상에서 보았다. 언젠가 한번 찾아 가리라
생각만 하고 하세월이다.
날 잡아서 퍼뜩 해치워 버립시다.시간 길게 끌게 뭐 있습니까. 준비되면 연락해주이소.
예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