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직원들 몇명과 모임이 있어서 내려가는 김에 시간을 쪼개 무등산을 찾기로 했다.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증심사 종점에 도착했는데 광주 서쪽에서 동쪽까지 이동하는 제법 먼 거리를 한방에 문제없이 성공했다는 것만으로도 뿌듯.
봄날 파릇파릇한 새싹처럼 신선하고 이쁜 젊은이들을 보면서 역으로 내가 나이를 먹은 늙은이가 되었다는 허탈함이 밀려오면서 행여라도 산을 오를때조차 그 노쇠함이 느껴질까봐 두렵기조차 한다.
하지만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신발끈을 조이려고 라디에이터에 발을 올리고 작업중인데 청소부 할아버지가 "어이 학생, 거기다 발을 올리면 되겠습니까? 내가 맨날 닦는 곳인데..."
헐~ 학생이라는 소리에 빛의속도로 '죄송합니다'가 튀어나온다.
세상에 혼이나면서도 기분이 좋은 이건 뭐지?!
ㅎㅎ 학생이라니 아저씨도 아니고 젊은이도 총각도 아닌 학생까지 치솟았으니...
기분이 업 되면서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지고 그 여세를 몰아 증심사로 향하는 도로를 속보로 뽑는다.
원효지구에서는 몇차례 서석대에 올랐는데 이쪽에서는 처음이라 코스가 어떤지 거리나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사전에 확인한 바가 없기 때문에 올라가는 동안 시간을 확인해서 꼭 정상이 아니라도 적당히 반환할 각오로 산길에 들어선다.
25분 만에 중머리재에 이르고 이후 또다시 그만한 시간이 지난뒤 장불재 통과, 여기서 바로 입석대 서석대 방향으로 향할수 있는 것을 군부대 입구 삼거리 방향으로 돌아서 서석대에 오른다.
산길에 들어선지 1시간 7분이 채 걸리지 않았으니 원효지구에서 오를때보다 크게 멀지는 않았나보다.
총선에서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투표혁명을 이룬 직후라 민주화의 성지로 여겨지는 이곳 광주 무등산에 선 느낌이 특별하다.
입석대 방향으로 하산길에 들어가며 수시로 사진을 담아가며 산이 주는 기쁨을 만끽.
더이상 좋을수가 없다.
내려가는 길은 56분 만에 도로에 내려서고 이후엔 시간을 맞추기 위해서 증심사 주차장까지 조깅모드로 달려서~
아까 혼이났던 화장실에서 웃통을 벗고 대충 땀만 닦은 뒤 다시 옷을 갈아입고 버스에 탑차, 이번엔 봉선동까지 가는동안 조선대에서 환승까지 해가며 무사히~